첫 글로 어떤 이야기를 해줄까 고민하다가 짐 자무쉬 감독의 <패터슨>이 생각났어. 소도시 ‘패터슨’에 사는 버스 운전사 ‘패터슨’의 일상을 그린 영화야. 패터슨은 정말이지 ‘데일리 루틴’이란 말이 사람으로 태어난 듯 비슷한 매일을 보내는 사람이야. 제 시간에 일을 하고, 밥을 먹고, 반려견을 산책시키고 동네 단골 바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시지. (다음 단락에서 가벼운 스포가 있으니 예민한 분들은 피해줘! 알고 봐도 무방하다고 생각하지만)
그의 루틴 사이를 단단히 붙들어 매는 것은 바로 ‘시’야. 핸드폰도, 노트북도 아닌 자신만의 일기장에 패터슨이 사각사각 써내려가는 시는 일상이 반복되는 만큼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어. 그런데 어느 날 어떤 사고로 인해 시를 완전히 잃어버리는 일이 벌어져. 그 장면을 본 극장 내 모든 관객들이 한 마음으로 소리를 질렀으니, 얼마나 절망스러운 상황이었는지 알 것 같지? 나라면 어땠을까? 망한 김에 왠지 다 포기하고 다시 누워 버렸을 것 같아. 김영하 작가가 [알쓸신잡3]에서 “소설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백업이다, 한순간 의욕을 잃고 직업이 바뀔 수 있다”라는 말을 한 적도 있잖아.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