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넷플릭스 오리지널 [자정 클럽]을 정주행한 참이야.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의 작품은 다 챙겨보고 있거든.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소개해주자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힐 하우스의 유령]으로 유명하고,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 후속작인 <닥터 슬립> 감독이기도 해. 고전 소설을 영화화한 작업이 많은데, 이번 [자정 클럽] 역시 크리스토퍼 파이크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야.
[자정 클럽]은 극 중 청소년 호스피스에 입원한 아이들이 자정이 되면 모두 모여 한 명씩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는 모임의 이름이야. 어른들은 모르는 자정클럽 회원들만의 중요한 약속이 있어. 바로 먼저 죽게 되면 남은 아이들에게 신호를 보내기로 한거지. 그래서일까? 이들이 살고 있는 저택에서는 종종 이상한 그림자와 유령들이 나타나. 아이들은 그들에게서 다가오는 죽음을 느끼고, 어른들은 약을 과다 복용한 아이들의 환영이라고 믿지. 그러던 중 주인공인 일론카는 이 호스피스에서 기이한 의식을 치른 후 완전히 병이 나아 퇴원한 한 여성의 비밀스러운 궤적을 찾게 돼. 그 정체를 파헤치는 과정과 아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액자식 구성으로 교차되며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완전히 픽션같던 그 이야기들이 어느 순간 아이들의 삶과 겹쳐질 때 작은 감동을 느꼈어. 하지만 이 외에는 솔직히 전작들에 비해 많이 아쉬운 드라마였어. 시즌2를 기획한 건지 떡밥이 전혀 회수되지 않은 채 마무리 된 것도 그렇고, 아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가 지루할 때도 있었어. 무엇보다 주인공 캐릭터가 다소 오만해서 감정이입이 쉽지 않았어.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도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의 전작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인장 같은 설정이 엿보이더라고. 자연 깊숙한 곳에 위치해 외부와 단절된 거대한 저택을 중심으로 인물들은 모여들고, 가까운 과거가 시대배경이야. 가족의 형태를 띈 주인공들의 내밀한 사연들에 집중하는 것도 마찬가지이고. 그 사연 사이사이의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호러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결국은 모두 관계에서 주고받은 상처에서 비롯된 사건들이어서 언제나 결말로 향할수록 슬픔이 이야기를 지배해. 그래서 오늘은 [자정 클럽]보다 마이크 플래너건 감독의 전작 드라마들을 추천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