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자체는 단순한 구조인데, 역시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인장을 이곳저곳에서 발견할 수 있어서 팬들이라면 아주 눈이 즐거울거야. 일단 캐릭터 디자인부터 기존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보던 느낌과는 완전히 달라. 사람에 가깝게 묘사하지 않고 나무라는 재료가 가진 결을 살려 디자인된 피노키오가 인상적이야. 델 토로 감독은 워낙 크리쳐에 대한 애정이 특별한 걸로 유명하잖아. 그래서 역시나 인간이 아닌 미지의 생물체들이 여지없이 등장해. 게다가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은 실제 인형을 만들어 동작을 하나하나 촬영하여 이어 붙이는 방식을 말해. 한 캐릭터를 만드는데만 1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하는데, 감독만의 상상력을 타협없이 구현해낸 <피노키오>가 얼마나 대단하게 느껴지는지 직접 보고나면 여실히 와닿을거야. 실제로 이 영화를 준비하는데에 15년이란 시간이 걸렸다고 해. 어느 한 장면은 촬영하는데 3개월이 걸렸다고도 하니 완벽을 추구하는 모든 제작진들의 노고가 경이로울 뿐이야.
델 토로 감독의 잔혹한 세계관과 동화적 천진함이 적절하게 섞여 있어 의외로 귀엽게 볼 수 있는 영화여서 놀랐어. 게다가 모든 세트를 수작업으로 만들어내는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 특성상 시각적인 즐거움이 가득해. 인터뷰에서 감독은 기존의 <피노키오>를 그대로 만드는 건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고 해.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려 노력했다고 하는데, 확실히 이 점이 로버트 저메스키 감독의 <피노키오>와 상반된 평가를 받게 했던 요인이지 않을까 싶어.(로버트 저메스키 감독의 <피노키오>는 imdb 5.1점/10점, 왓챠피디아 2.6점/5점을 기록하고 있어..) 더 이상 착한 아이가 되면 사람이 되는 피노키오의 이야기가 아니라, 피노키오를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하고 그 자체를 받아들이는 현대적 해석이 의미 있었다고 생각해. 본래 이야기에서도 현실과 판타지를 섞는데에 탁월한 감독이지만, <피노키오>는 형식적으로도 비현실적인 이미지 위에 현실적인 움직임을 녹여냈다는 점에서 높게 평가하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