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메뉴>에서 슬로윅은 서비스를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을 이분화해서 구분짓는데, 여기서 말하는 서비스는 예술문화 창작물을 상징한다고 보여. 순수하게 창작물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이를 누리는 자신에게 권위를 부여하고, 쉽게 평가하고, 거품을 만들어내는 사람들에 대한 노골적인 비판이 담겨있어. 마고를 제외하고 모두 대단한 사회적 지위를 가진 사람들이지만, 그들의 양면성을 파헤치고 그에 대한 벌을 내리는 것이 슬로윅의 이번 코스요리의 주제거든. 그 안엔 물론 서비스를 주는 사람, 즉 셰프들도 포함되어 있어.
도망칠 수 없는 고립된 공간 안에서 서비스를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의 갑을관계가 통념과 반대로 뒤바뀌는 과정을 정말 긴장감 있게 연출했어. 과감히 결말을 참석자들에게(관객들에게) 공개했음에도 어떻게 흘러갈지 예상할 수 없는 전개이거든. 상당히 절제된 감정선의 연속인데 오히려 그 고요함이 섬뜩했던 것 같아. 이곳에서 벗어날 수는 없고, 이유는 알 수 없고, 계속해서 등장하는 코스요리를 거부할 수도 없는 상황의 압박감이 고스란히 담겨있어. 다만 그렇다보니 관객까지 ‘왜’ 라는 이유를 제대로 듣지 못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이야. 슬로윅의 결정은 이해할 수 있다 하더라도 왜 하필 그날 참석한 손님들이 함께 했어야 하는지, 그 공간에서 이질적인 존재 마고에게 왜 슬로윅이 쉽게 태도가 바뀌는지 어쩔 수 없이 설득력이 떨어지긴 해.
이 영화를 보고나서도 이렇게 쉽게 창작물에 대해 평가하는 나 역시 어딘가로 끌려가게 될까? 이전 회사에서 다양성 영화 극장 브랜드의 회원 관리를 할 때 자신이 구매한 것 이상으로 스스로를 내세우고 서비스를 폄하하고 권리를 요구하던 (소수이지만 꽤 잦았던) 서비스를 받는 사람들이 생각났어. 요즘 논란이 되고 있는 뮤지컬 시체관극 문화도 있지. 어느샌가 콘텐츠 자체가 아닌 그것을 소비하는 과정이 더 중요한 것처럼 주객전도 되는 경우가 많이 보여.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게끔 메세지를 던지는 영화야. 아쉬운 점도 있지만 간만에 흥미로운 블랙코미디였던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