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의 여파가 가시질 않아서 이번 연휴에는 몸을 일으켜 뭔가를 볼 기력이 없었어. 그래서 몇날 며칠을 죽은듯 침대에 누워 아무 생각 없이 볼 수 있는 가벼운 웹툰을 연달아 봤어. 몇 년 동안 웹소설 기반의 웹툰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데, ‘회빙환’(회귀, 빙의, 환생)이라고 일컫는 트렌드가 그대로 반영되어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비슷한 골조를 이루고 있어. 최근 굉장히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도 회귀물 웹소설 원작이지. 개성있는 오리지널 웹툰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비판도 받지만, 대중에게 검증 받은 이야기에 각색, 작화 작가가 별도로 붙어 웹툰이 탄생하니 퀄리티가 높아질 수 있는 구조이기도 해.
나는 이번연휴에 주로 회귀/환생물을 보았어. 모든 이야기는 99% 이렇게 시작해. 마족이 나타나 인간 세계를 멸망시키고자 하는데, 어느 뛰어난 실력을 지닌 영웅이 그 마족에 대항하다가 동시에 죽는거야. 다시 눈을 떠보니 과거 혹은 미래의 시점에서 다시 태어나있어. 과거로 돌아갔다면 미처 처리하지 못했던 마족과의 전쟁을 다시 준비하는 이야기이고, 미래로 갔다면 처리한 줄 알았던 마족의 흔적을 다시 발견하며 또 한 번 전쟁을 준비하는 이야기야. 사실 이정도의 컨셉이 겹칠 경우 보통은 표절논란이 일어날 텐데, 이 자체가 하나의 장르가 되어 하드웨어는 같고 소프트웨어의 변주만 있는 것이 현재의 트렌드라고 보여.
'회빙환' 열풍은 왜 이렇게 오래도록 꺼지지 않을까? 내 추측은 이래. 이미 인간 세계에서 1인자가 되었던 인물이 그 지식 그대로 회귀하거나 환생할 경우, 주인공의 먼치킨(압도적인 능력치로 다른 사람들과 비할 바 없는 수준을 일컫는 말)적 면모가 주는 쾌감이 있거든. 이미 주인공이 이 세계관에서 정점에 다시 오를 것을 알기 때문에 앞으로 펼쳐지는 어떠한 위기도 걱정되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어. 그저 얼마나 화려하고 속 시원하게 악당들을 물리치는지에 집중해서 보기만 하면 돼. 어차피 잘 될거라는 그 믿음이 주는 편안함이 어찌나 든든한지 몰라. 또 한편으로는 이러한 웹툰들이 게이머들을 주요 타겟으로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주로 회귀물은 판타지나 무협 세계관이 많은데, 각자의 능력치와 미션을 게임창과 동일한 방식으로 풀어내거든. 그래서 킬링타임용 콘텐츠가 필요하다면 이 장르물에 발 담궈보는 걸 추천해. 그런데 웹소설 특유의 문장형 제목이 유일한 진입장벽이야. 그래서 웹툰매니아 친구들의 추천 중 몇 가지를 추려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