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엔 소재고르기가 쉽지 않았어. 최근에 너무 매니악한 것만 소개한 것 같아 좀 더 대중적인 걸 고르고 싶었거든. 그런데 이번에 본 것들 중 뉴스레터에 적합한 게 없어서 펑크가 날뻔 했지 뭐야. 고민하다가 결국 매니악의 끝판왕으로 돌아왔어. 내가 마음 편하게 보는 애니메이션을 소개해주려 해. 바로 이미 입소문이 파다한 [극주부도](넷플릭스)와 [터무니없는 스킬로 이세계 방랑 밥](티빙, 웨이브, 왓챠, 라프텔)이야. 누가 뭐래도 본격 힐링물이라고 생각해. 내 말 믿어줄거지?
[극주부도]는 ‘불사신’이라고 불리던 야쿠자 ‘다쓰’가 과거를 청산하고 전업주부가 된 후의 일상물이야. 무시무시한 얼굴과 말투와 달리 그는 프로 주부라는 게 단순하지만 저항할 수 없는 유머코드지. 다쓰는 아내가 회사를 다녀오는 동안 집청소, 요리, 이웃들과 정보 공유 등 완벽한 주부생활을 하기 위해 정진중이야. 하지만 그의 지난 명성 탓에 평온하게 살려 하는 다쓰에게 이따금씩 야쿠자들이 시비를 걸어오기도 해. 그 때마다 다쓰는 주부력을 활용해 삶의 지혜를 전수해주고 유유히 떠나. 약 15분 정도의 에피소드들의 플롯은 거의 동일하지만 웃음코드만 맞는다면 분명 낄낄 댈 수 있을거야. 일상의 단어와 야쿠자 용어를 헷갈린다든지, 까만 양복과 선글라스에 시바견이 그려진 앞치마를 입은 차림으로 돌아다닌다든지 매번 같은 로직의 유머인데 나는 매번 왜이렇게 웃긴지 모르겠어. 그리고 무엇보다 중간중간 나오는 다쓰의 요리는 생각보다 먹음직스럽고 부럽기까지 해. 청소를 열심히 하라고 후배를 다그치는 다쓰를 보며, 삶의 기본은 역시 내 집과 음식을 정갈하게 하는 것일까 깨달음을 얻기도 하고 말이야. 어쩐지 나도 주부로서 프로페셔널해지고 싶어진달까. 게다가 이 애니의 장점은 에피소드가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야. 그래서 부담없이 보다 멈출 수 있고, 다시 시작할 수도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