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유든 과거에 머물러있는 세 사람의 새 모험은 다소 어설프지만 그들이 멈춰있던 삶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 돼. 그래서 이미 경찰이 자살로 결론 내린 사건에서 어떻게든 살인의 흔적을 찾아보려 하는 그들의 집요함은 그저 추리 팟캐스트 과몰입러들의 상상일지, 아니면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증거를 정말로 찾아낸 것인지 의심스러워 질 때가 있어. 그러한 의심까지 포함하여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보여주는 이 드라마는 수사물을 표방하면서도 유쾌한 톤앤매너를 유지한다는 점이 아주 큰 장점이야. 개성 강한 캐릭터들의 티키타카와 그로부터 생겨나는 극적 재미, 그리고 수사물 본연의 이야기에 집중한 적당한 긴장감과 호기심 유발 등이 적당한 비율로 잘 섞여 있어. 얽히고 섥힌 인물의 과거사가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것도 극의 긴장감을 끌어가는 한 축이기도 해.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티격태격하며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은 전혀 프로페셔널하지 않은데, 그럼에도 누구도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정보를 깊게 파고들며 수사의 전환점을 맞게 되는 것이 이 드라마의 묘미야. 나는 언제나 사랑스러운 루저들의 우당탕탕 성공담을 좋아하거든.
원제에서도 알 수 있듯 흥미로운 점은 고급 아파트 단지 안에 범인이 있다는 거야. 부유하고 명망있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이 곳에서 과연 누가 비밀스러운 살인을 저질렀을까? 팟캐스트가 우연히 방송을 타며 유명해지자 아파트 관리소는 명예 실추로 이들을 내쫓으려 하고, 점점 세 사람은 목숨의 위협을 받는 일까지 생겨. 한 아파트 안이라는 폐쇄성과 잠재적 용의자들인 아파트 거주민들과의 관계성이 만나 찰스, 올리버, 메이블과 함께 미로의 끝을 찾는 듯한 기분이 들거야. 코미디와 수사물이라는 두 가지 장르의 재미를 끝까지 놓지 않고 끌고가는 흔치 않은 드라마야. 난 아직 시즌1밖에 보지 못했는데 그중 청각장애인의 시각으로 그려 의도적으로 음성 대사를 배제시킨 7화의 연출은 감탄스러웠어. 모두 30분 내외의 러닝타임이니 금방 볼 수 있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