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추천해 줄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사랑이라 말해요]는 행복하는 법을 잃어버린 두 남녀가 서로에게 스며드는 러브 스토리인데, 전형적인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 할 수도 있어. 적의를 가진 두 가족의 자녀들이 사랑에 빠지는 드라마거든. 하지만 격정적인 치정극은 아니야. 오히려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의 분위기를 닮아있어. 금기된 사랑은 오랜 세월 다뤄왔던 주제지만, 소재의 클리셰만큼 앞 뒤 안가리고 불타오르기엔 우주와 동진의 삶이 현실의 무게에 눌려 너무 버거워. 그런 두 사람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시작하는, 헤어짐을 전제로 한 이야기라는 점이 신선했어.
삼남매 심혜성(김예원), 심우주(이성경), 심지구(장성범) 중 둘째 우주는 아빠가 17살 바람으로 패물을 들고 집을 나간 후, 엄마도 병에 걸리면서 꿈도, 대학도 포기한 채 집안의 실질적 가장으로 살아왔어. 그래도 나름 삼남매끼리 특별히 행복하진 않아도 특별히 문제가 있지도 않았던 일상을 유지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게 돼. 게다가 아빠의 유일한 유산인 지금의 집이 현재의 아내인 희자 명의로 넘어갔다는 걸 알게 되지. 희자가 집을 처분한 돈으로 아들 한동진(김영광)의 회사에 투자했다는 소식을 들은 우주는 그 회사에 아르바이트로 취직해 복수를 노려.
드라마 초반 우주는 분노에 쌓여있어. 평생 분노를 견디며 살아왔지. 엄마의 친구였던 희자가 아빠를 빼앗아가고 삶이 망가졌다는 분노, 집을 빼앗겼다는 분노, 잘먹고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동진에 대한 분노. 그들에게 복수를 하고 삶을 똑같이 망가뜨리고자 하는게 목표였는데 가까이에서 겪어본 동진은 미련하리만큼 참고, 참고 또 참는 사람이었어. 7년 사귄 여자친구가 1년 동안 바람피는것을 참아주고, 갑자기 청첩장을 보내와도 사람들에게 이별 사유를 말한 적이 없어. 동진은 자신이 뱉는 말에 상처받는 상대의 얼굴을 보기보다 자신이 참는걸 택하는 인간이고, 우주는 자신이 상처받을까봐 지레 겁을 먹고 방어를 위해 공격을 택하는 인간인거지. 그런 두사람의 공통점이 있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일상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사람들이라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