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쉰 살이 되었을 때에서야, 무대에서 내가 원하는 대로 연주할 수 있었다"는 그의 말이었어. 그렇게나 아름다운 연주를 하면서도, 만족할 수 없었다는 사실이 놀라웠거든. 뛰어난 재능을 가진 사람도 결국 이 고민으로부터 피할수는 없구나 싶어 저 말이 정말 위로가 되었어. 또 한편으로 놀라웠던 건 연주와 완전히 닮아있는 그의 모습이었어. 한때는 글이나 음악, 미술, 영화 등 모든 창작물들과 그걸 만든 사람을 동일시했었어. 이렇게나 대단한 작품을 탄생시킨 사람은 얼마나 훌륭할 것인가, 이렇게. 하지만 오히려 반대의 경우가 많더라고. 오히려 어떤 광기가 있어야 남다른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닐까 하고 당연히 생각하게 되었지. 그런데 시모어 번스타인은 그것이 틀렸다는걸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었던 거야.
실제로 인터뷰집에서 시모어 번스타인은 피아니스트의 경우 연주를 통해 자신의 삶 역시 영적, 정서적, 지적, 신체적 세계가 통합되어야 한다고 깊이 있게 말하고 있어. 즉 내가 하는 일의 성취 과정이 나의 삶과 분리되어서는 안된다는 말이야. 삶에서 깨달은 것들이 일에도 당연히 영향을 주고, 일에서 깨달은 것이 삶으로 흘러 들어가야 한다는 뜻인데 다시말해 일에서 얻은 성취는 일상에서 나눌 수 있어야하고, 바른 일상에서의 행동은 예술의 성취에 도움을 주는거지. 예술과 예술가를 분리해서 바라보는 요즘 세상에서 생각해 볼만한 주제라고 생각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