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쓰는 지금의 난 아주 평화로워. 왜냐하면 월화 이틀 연차를 썼거든. 1박으로 짧은 여행을 다녀온 뒤 화요일인 오늘은 그냥 집에서 쉬는 중이야. 목적 없는 휴일이야말로 가장 큰 사치라는 생각이 들어. 유용하지 않은 것에 시간과 돈을 쓰는 행위만큼 즐거운 일이 있을까? 모든 것을 실용과 논리로만 평가한다면 당장 문화예술부터 사라져야하니까 말이야. 난 그래서 아름다움이 쓸모인 것들을 좋아해. 아름다움이 쓸모인 것들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좋아하고! 그래서 레이지 카우 소사이어티를 소개하는 문구에도 이런 구절이 있어. ‘사는데 꼭 필요하진 않지만 삶을 풍요롭게 하는 작은 감정의 사치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 라고 말이야. 난 본업 외의 시간엔 뉴스레터를 중심으로 살아가고 있는데 일주일에 글 한 편이 과연 어떤 의미가 있을까 종종 고민하다가도 단 한사람한테라도 무용한 쓸모가 되었다면 그래도 아직은 계속 해볼만하지 않을까 싶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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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토 #요약
얼마 전 데즈카 오사무 원작 애니메이션 [피닉스: 에덴17]을 소개한 적이 있는데, 오늘은 데즈카 오사무의 가장 유명한 만화 [우주소년 아톰]을 리메이크한 우라사와 나오키의 동명만화 원작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플루토]를 소개해줄게. 때는 로봇이 인간과 동일한 권리를 가진 존재로 인정받고 공존하는 미래시대, 세계 최강 로봇 7인과 로봇인권법을 만들었던 박사들이 차례대로 죽는 살인사건이 일어나. 살해당한 대상의 머리 위에 뿔을 꽂아놓은 기이한 사건이지. 그런데 사건 현장엔 인간의 흔적이 전혀 남아 있지 않아. 로봇은 인간을 죽일 수 없게 프로그래밍 되어있기에 범인이 로봇이라고 의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유로폴의 로봇형사 게지히트는 로봇이 인간을 죽일 수 있는 가능성에 대해, 그러니까 완벽한 인공지능, 인간에 가까운 인공지능이 가질 수 있는 감정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해. 실제로 인간을 살해한 단 하나의 로봇이 있었어. 그 로봇은 게지히트에게 자신의 인공지능엔 어떠한 오류도 없었다고 말해. 완벽 그 자체였다고 말이야. 극도로 발전된 인공지능이 최후에 갖게 되는 인간의 감정은 대체 무엇일까? 무엇이 로봇을 인간답게 만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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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는 나의 힘
게지히트는 세계 최강의 로봇 7인 중 하나로, 자신과 같은 로봇을 비롯해 페르시아에서 살상용 대량 로봇을 개발한다는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떠났던 트라키아 합중국의 보라 사절단이 표적이라는 걸 깨닫고 일단 나머지 로봇들을 찾아가 위험을 알리기로 해. 그 시작은 바로 세계 최고의 인공지능을 지닌 가장 인간적인 로봇 아톰이야. [플루토]의 시대에는 반로봇 단체 또한 존재하는데 경찰은 이들의 소행이 아닐지 가장 먼저 의심하고 있어. 하지만 몽블랑, 노스2호, 브란도, 헤라클레스는 트라키아 합중국이 페르시아를 침공한 39차 중앙아시아 분쟁 당시 전쟁영웅으로 활약했기에, 인간은 물론이고 웬만한 로봇도 그들을 이길 가능성은 0에 가깝다고 보면 돼. 징집을 거부했던 로봇 엡실론도 무력을 선호하지 않을 뿐이지 광자에너지를 사용하는 사실상 최강자이거든. 애니는 이 최강의 로봇들을 차례대로 숙청해나가는 존재를 밝혀나가면서 동시에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를 묻고 있어. [플루토]가 해석한 인간다움의 정수는 바로 ‘증오’야. 증오가 뿌리내린 로봇은 어떤 선택을 내리게 될까? 그리고 증오는 어떻게 로봇의 마음에 생겨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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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미래사회
최근 유튜브 미디어 서밋에 다녀왔는데 이번 행사의 화두는 단연 AI였어. 앞으로 주력할 구글의 툴은 모두 AI 기반이었거든. 예를 들어 한 제품을 어떤 컨셉에 맞춰 촬영하고 SNS에 올리려 한다고 할 때, 지금은 (당연히) 제품부터 만들고, 스튜디오를 빌려서 컨셉을 기획한 후 세트를 꾸미고 사진을 촬영한 후 보정을 해야겠지. AI를 활용한다면 원하는 색상과 소재의 제품을 가상으로 만들고 동일한 방식으로 촬영된 사진 결과물까지 클릭 몇 번으로 얻을 수 있어. SNS에 업로드 할 때도 AI가 제안하는 문구 몇 가지를 검토 한 후 고르면 돼. 게다가 이제 예상 매출까지 제안하는 시나리오들을 AI가 대신 써준다고 하니 할리우드 작가 파업이 코 앞의 일이라는 게 실감나더라고. 하지만 PT를 들으면서 ‘와 편리하겠다’가 아니라 당장 5년 후 내 일자리가 남아있을지 걱정 됐어. [플루토]는 14년 전 완결된 만화인데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지금 AI와 관련한 사회적 담론들을 소름돋을 만큼 정확하게 꿰뚫고 있어. 물론 애니의 배경은 보다 미래사회지만 실제 AI는 어디까지 발달할 수 있을지, 그로 인해 인간의 역할은 어떻게 달라질 지 지금부터 두려우니 말이야. [플루토]에서 묘사되는 반로봇 단체 일원의 한 일화는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며 일자리를 잃은 가장의 몰락으로 가족이 붕괴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어. 자연스레 산업혁명 당시 일어났던 러다이트 운동이 떠오르지? 그리고 무엇보다 전쟁의 참혹함을 빼놓을 수 없어. [플루토]에서 계속 언급되는 보라조사단의 정체와 범인은 연결되어 있는데, 그 배경엔 앞서 언급한 39차 중앙아시아 분쟁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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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극 중 보라조사단이 페르시아에 찾아갔을 때 그들이 발견한 건 그저 수많은 로봇 잔해였을 뿐이야. 의심되던 살상무기는 발견되지 않았음에도 결국 트라키아 합중국이 페르시아를 침공했고, 그로 인해 로봇은 로봇을, 인간은 인간을 학살한 끔찍한 전쟁만이 남았어. 게지히트는 자신을 증오하는 인간에게 물어. “인간의 증오는 사라집니까?” 그 답은 예상 외로 희망적이야. 증오를 이기는 감정도 인간만이 가질 수 있다는 걸까? 그리고 프로그래밍대로, 명령대로 움직이지 않는 로봇은 틀린걸까? 정말 로봇의 인권이 생겨나는 시대가 온다면 더 인간답게 행동하길 바라도록 개발된 결과가 인간의 의도에 따라서만 사는 건 괜찮은걸까? AI가 주인공인 이야기이지만 사실상 AI와 상관없이 인간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하는가를 묻는다는 점에서, 최근 개봉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떠오르기도 했어. 미야자키 하야오도 반전을 외치는 대표적인 감독이고, 이번 영화에서 역시 다음 세대를 향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는 점이 그래. [플루토]는 원작에 비해 모호한 점을 쉽게 풀어냈다는 평가가 있는데, 나는 원작은 안봤지만 어떤 부분은 노골적인 동어반복처럼 느껴져서 아쉽긴 했어. 그래도 현 시대에 공감되는 메세지가 많아서 보고나면 만족할 거라 믿어. 약간은 나이브한 희망이 마음 편할 때가 있잖아. 어떠한 상처도 딛고 다시 살아가는게 인간이라면 그걸 믿어보고 싶으니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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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포인트01
우라사와 나오키의 대표작으론 [20세기 소년]과 [몬스터]가 있어. 두 작품도 철학적 질문을 바탕으로 풀어나가는 흥미로운 장르만화야. [플루토]도 항상 봐야지 생각했는데 이번 기회에 만화방에 다시 가보고 싶어. 집에서 보고 싶은 사람들도 걱정하지마. [플루토]는 네이버 시리즈에서도 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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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포인트02
일어나 하체해야지 짤 알아? 그 유명한 장면이 바로 [플루토]야. 원래는 슬픈 장면인데 스포가 될 수 있으니 궁금하면 직접 보도록해..! [플루토]는 거의 만화계의 [왕좌의 게임]이야. 캐릭터에게 정 주지 말기로 약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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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포인트03
일본 패션 브랜드인 Beams에서 넷플릭스와 콜라보한 티셔츠를 만들었어. 아톰이 역시 제일 인기가 많아 사이즈 품절이 많더라고. 본업만 없었으면 레카소에서 이걸 판매하지 않았을까 싶어! 즉 너무갖고 싶단 뜻이야. 누구를 갖고 싶어? 난 엡실론..💕공구 파티원 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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