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우’는 인간의 마음에 생긴 작은 사념이 일으키는 이상현상으로, 갑자기 존재하던 건물이 사라진다든가, 늘 지나다니는 갈랫길이 무수히 많아진다든가, 거울 안의 끝없는 세계가 펼쳐진다든가, 내 몸이 여러 개로 분리된다든가 하는 귀여운 변화들을 일으켜. 주인공은 작은 사무소를 운영중인데, 이러한 이상현상이 벌어지면 출동해서 진단을 내리고 때론 문제의 원인인 사람을 찾아 그 마음을 해소시킴으로써 플로우를 없애기도 해. 예를 들면, 옆집 할아버지를 내심 무시했던 젊은 청년의 집이 혼자 높은 절벽 위에 솟아버린다든지, 자신이 뭘 원하는지 알지 못한 채 사람들에게만 맞춰왔던 여학생이 플로우에 빠져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다든지 하는 경우야.
이 소박한 이야기들을 따라가다보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뭉클해지는 이상한 경험을 하게 돼. 아마도 우리 각자 품고 있는 마음의 빈틈을 이 만화가 발견했기 때문일거야. 만화에서 플로우를 일으킨 사람은 대부분 자신이 원인이 되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하거든. 그 말은 즉 자신 안에 생긴 빈틈을 스스로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거지. 우리 삶은 대부분 그런 게 아닐까? 늘 비슷한 상태로 이어져가는 일상이기에 문득 헛헛하거나, 스쳐지나간 상념들을 미처 진지하게 잡아두지 못하고 흘려보내곤 하는 것 같아. 사는 데에 큰 지장을 주진 않겠지만 내가 들여다보지 못한 내 마음의 빈틈은 점점 커지기도 해. [고양이가 서쪽으로 향하면]은 그렇게 커다랗게 변해서 심각해지기 전에 당신 마음은 괜찮냐고 들여다보는 듯했어. 나는 이 만화를 읽을 때 곳곳에서 새어나가고 있던 내 마음의 곳곳을 발견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날씨가 추워지는 요즘에 어울리는 따뜻하고 훈훈한 만화책이야. 왜냐면 이 이야기에서 생겨나는플로우는 아무리 시간이 걸린다 해도 반드시 제자리를 찾거든. 얼마나 오래걸리든 결국은 해결된다는 결론이 좋더라고. 아무 문제 없이 잘 살고 있다고 자부하기보다 틈틈이 자신의 소리에 귀 기울여줬으면 해. 지쳐보이는 친구에게 선물하기도 좋을 것 같아. 네이버 시리즈와 리디북스에서도 볼 수 있으니 만화방이 낯선 사람들도 쉽게 접할 수 있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