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아! 연말연시는 잘 보냈어? 나 잊어버린 건 아니겠지? 난 그동안 맘 편하게 웹툰 보며 지냈어. 뉴스레터 방학동안 미뤄왔던 작품성 높은 드라마들을 정주행해야겠다 생각했는데, 압박감을 외면하고 다소 무의미한 시간들을 보냈어. 아직 새해 목표도 못세웠고 말이야. 하지만 방학이란 게 그런거 아니겠어? 게다가 고작 하루 사이에 새로운 시작이라는 이름이 공식적으로 부여되는 것만으로도 맘에 들지 않았던 어제까지의 일과 감정들을 모두 리셋시킬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 같아서 요즘은 새해가 좋아. 아직 가능성만이 존재하는 시기잖아. 🐉청룡의 해인 올해엔 용띠인 나에게 조금 더 운이 찾아오지 않을까?(삼재 마지막 해래) 도 올해엔 무엇을 바라든 이루어질 것 같은 마음이 충만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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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지옥3
눕방일기에서 절대 소개하지 않을 것 같은 콘텐츠라 고민했어. 하지만 지난 주말 홀린듯이 정주행을 하고나서 원래 계획을 바꾸기로 했어. 집중력이 짧은 편이라 정주행을 힘들어하는 내가 최근 이렇게 단시간에 긴 영상을 연달아 보고(회차당 1시간~1시간 반), 보는 내내 함박웃음을 지었던 적이 없거든. [솔로지옥]은 남녀가 환경이 열악한 무인도인 지옥도에 모여서 시작해서 커플 매칭이 될 경우에만 초호화 리조트 데이트를 즐길 수 있는 천국도에 갈 수 있는 시스템이야. 무엇보다 노골적으로 출연진의 피지컬 중심의 외모와 스킨십을 강조하고 있어서 원초적인 재미를 경험할 수 있어. 쏟아지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피로도가 높아진 와중 [솔로지옥3]는 역대급 재미라는 후기가 가득한데, 차별화된 방식으로 욕망 그 자체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야. 서로의 관심사를 나누며 호감도를 쌓는 장면은 전무한데(혹은 의도적으로 편집되었거나), 첫만남부터 손을 잡고 반나체로 수영장이나 스파 데이트를 즐기는 것은 당연한 세계관, 여러 상대와 동시에 썸을 타도 무방한 그들만의 세상을 도덕적으로 결백한 제 3자의 시선으로 해부할 수 있어. 최근 로맨스와 시트콤을 찾아 헤맸지만 이렇게 나를 만족시킨 작품은 없었어. 웃고싶어? 그럼 망설이지 말고 [솔로지옥3]를 시작해. 이렇게까지 육성으로 웃게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은 단언컨데 드물다고 봐. [솔로지옥3] 제작진과 출연진에게 너무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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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티플레저
[솔로지옥]은 감성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하트시그널], [환승연애]와는 확실히 다른 목표를 지향해. 요즘 연프는 인플루언서로서 활동하기 위한 발판으로 변질된지 오래라며 출연자의 진정성을 의심 받는 경우가 꽤 많지. 사실 나는 비연예인이 출연하는 모든 방송 프로그램에 과연 진정성이 가능한가 생각하는 편이지만 리얼리티를 표방하는 각본에 속고싶지 않은 시청자의 입장도 공감은 가. [솔로지옥]은 일반적으로 연프 출연자에 요구되는 어쩌면 거추장스러울 수 있는 (시청자와 출연자 쌍방의) 한 겹의 내숭을 애초에 걷어냄으로써 타 연프와 차별화된 장면들을 얻었어. [솔로지옥]은 출연자의 외모를 우선적으로 내세우기 때문에 연예인 지망생, 예쁘고 잘생긴 사람들만 모아놓은 그사세라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어.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서 인지도가 전무한 비연예인이 출연하고 유사 연애 감정을 불러 일으켜야하는 장르에서 어떻게 외모를 중요시 여기지 않을 수 있겠어.([나는 솔로]는 예외로 하기로 해😂) 한편 게임이라는 서바이벌 예능의 형태를 띄기도 해. 출연자들이 서로 명백한 경쟁자로 포지셔닝 됨으로써 김건모의 ‘잘못된 만남’이 뿌리깊게 박힌 한국인의 DNA를 거부할 수 있는 면죄부를 더한 셈이야. 출연자들은 [솔로지옥]의 룰에 충실하게 상대방을 유혹하기 위해 자신을 얼마든지 어필할 수 있어. 모든 과정이 원초적으로 투명하고 길티플레저를 충분히 자극해. “우리도 밖에선 다 대우받는 얼굴”이라는 대사를 어디에서 보고 들을 수 있겠어. 보통 사람들은 낯부끄러워서 내뱉을 수 없는 말들, 예를 들어 “누가 꽃이게”, “남자들이 제 뒤에 날개가 안보이냐고 해요”라든지, “경쟁자보다는 내가 압도적으로 낫지. 비교가 안된다고 생각해”라는 자신감 넘치는 말들을 들을 때마다 경이롭다가도 그래봤자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 남녀 사이의 뻔한 끼부림을 보며 공감성 수치를 느끼기도 하는 것이 [솔로지옥3]만의 독특한 매력인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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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픽션에 버금가는 캐릭터 구축
연애 프로그램 전성시대는 어떻게 찾아온 걸까? 해당 장르의 성공 기저엔 인간의 유구한 관심사인 사랑에 대한 호기심보다는 하나의 사회 실험처럼 다양한 인간 군상을 분석하는 즐거움이 압도한다고 생각해. 이것이 가능하려면 픽션과 다를바 없는 입체적 캐릭터 구축과 관계성, 인물간의 서사 쌓기가 성공해야 해. 게다가 기승전결을 따르려면 주인공과 빌런의 역할도 있어야겠지. [솔로지옥3]는 논픽션임에도 흥미로운 픽션으로서의 성공 요소를 완벽하게 충족하고 있어. 주요 스토리라인은 동갑내기 여자 셋을 두고 갈피를 잡지 못하는 한 남자의 삼각관계야. 아무리 노골적으로 자신의 욕망을 드러낼 수 있는 프로라 하지만 방송에 어떻게 내가 비춰질까 걱정할 수는 있잖아. 이 프로그램에 진심이 아니라면 저럴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재에 충실한 인물을 보며 감탄스럽기까지 해. ‘적당히 얼굴만 알려도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출연했을 거라 믿었던 인물들이 자신의 감정에 깊게 몰입해있는 모습을 보며 누가 과연 연프 출연자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 있나 싶고 말이야. [솔로지옥3] MC들도 한 몫을 해. 연프의 시초인 일본 [테라스 하우스]는 MC들의 가감없는 리액션으로 유명하지. 국내에선 아무래도 비연예인을 대상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다보니 조심스러웠던 게 사실이야. [솔로지옥3]는 선은 넘지 않으면서 출연자의 의아한 행동들을 모두 유머러스하게 짚고 넘어가서 속이 시원해. 특히 메인MC 홍진경의 표정과 리액션은 완벽히 나를 대변하고 있어서 자주 웃게 돼. 이다희의 솔직하면서도 심리를 정확하게 분석하는 멘트도 적절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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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실체
화제성 중심의 자극에만 집중한 프로그램일 것이라는 나의 편견이 무색하게 이 모든 이상 행동들이 사랑에 기원한 것이라니 감탄을 금치 못했어. 사람을 이토록 미치게 하는 사랑은 얼마나 대단한가 생각했지. 마침 [솔로지옥3]를 보기 며칠 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아니 에르노의 [단순한 열정]을 읽은 참이었거든. [단순한 열정]은 화자인 ‘나’가 불륜의 경험을 돌이키며 그 시절 빠져들었던 지독한 사랑의 열병에 대해 주관적인 감정으로만 묘사한 짧은 자전적 소설이야. 소설을 읽으며 새삼 느꼈어. 사랑 앞에 누구든 평등하다고. 대부분의 창작물들, 소설, 드라마, 영화, 음악은 온갖 종류의 사랑에 대해 말하고 있을만큼 우리 삶의 중요한 축을 이루고 있는데 어째서 현실에서의 사랑은 평가절하되곤 할까? [솔로지옥3]의 출연자들을 지배하는 감정은 사랑보단 가벼운, 새롭고 매력적인 상대에 대한 호기심에 가깝지만 그 감정까지 포함하여 사랑의 과정이라 한다면 사랑이 설렘과 동반하는 저열함, 초라함, 가벼움 등 적나라한 실체를 한 프로그램에서 모두 목격할 수 있어. 사랑만큼 인간을 다면적으로 만드는 게 있을까? 말하자면 [솔로지옥3]는 연애 프로그램을 가장한 인간의 모순에 대한 인문학적 탐구인 셈이야. 마지막으로 연애를 글로 배운다는 기분이 들긴 하는데 [솔로지옥3]가 나에게 남긴 교훈은 좋은 사랑을 하기 위해선 첫 번째로 좋은 사람을 구분할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하다는 거야. 두 번째로 내가 상처받지 않으려는 방어적 태도는 사람을 후지게 보이게 한다는 점.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는 사람은 멋있더라고. 세 번째는 외모는 순간이고 인간 됨됨이가 역시 중요하구나였다가 결국 다 필요없고 외모인가 싶기도 해. 이건 답을 내릴 수가 없네😭 이 외에도 미디어가 바라보는 연애 시장에서의 적령기랄지, 폐쇄성이 인간 심리에 미치는 영향 등 다양한 생각을 하면서 볼 수 있었어. 마침 어제 최종화가 공개되었으니 정주행하기 딱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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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포인트01
[솔로지옥3]에 입문시켜준 고마운 내 친구가 보내준 문제의 ‘관희 더비’ 리액션 영상이야. 과몰입러의 정석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배 잡고 웃었어. 벌써 조회수가 19만회를 기록했으니 파급력이 와닿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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