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엔 내 주변 콘텐츠 덕후들의 올해 최애의 콘텐츠를 털어 번외편을 준비했어. 눕방일기에서 절대 언급되지 않을 것 같은 것들이 있어 나도 회신을 받으면서 무척 즐거웠어. 다른 사람의 취향을 엿보는 건 언제나 재미있잖아. 의 올해의 Top10도 궁금해. 레카소 인스타그램에 제보 부탁해! 그리고 눕방일기는 예고대로 겨울방학을 다녀올게. 1월 10일에 돌아올 예정이야. 이번 번외편은 역대급 방대한 분량이니 눕방일기가 쉬는 2주동안 꺼내먹기 충분할거야. 도 행복한 연말과 새해 되길 미리 인사할게. 나 잊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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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인01. 레이지 카우
이번에 나는 쉴까 하다가 뉴스레터에 안맞아서 소개하지 못했던 유튜브 콘텐츠를 준비해봤어. 사실 OTT보다 유튜브 보는 걸 더 좋아하거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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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다큐인사이트_파친코와 이민진
1년 전 레이지 카우 소사이어티 기획으로 파친코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 있어. 이민진 작가의 동명소설 원작의 드라마를 보고 내가 당시 살고 있던 부산 영도를 아카이빙하여 제품을 만들었었거든. 그래서 파친코와 이민진 작가는 나에게 각별해. 1년이 지나서 보게 된 이 다큐에서 작가는 여전히 영감과 용기를 주는 사람이었어. 작가는 인생의 불공정함이 명백하다 말하면서도 “‘당신은 질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당신이 게임에 참여하길 바란다. 제발 포기하지 말라’고 말할거예요” 라고 해. “삶의 고군분투는 실제로 꽤 아름답기 때문입니다” 라고. 돌이켜보니 나 역시 파친코 프로젝트를 하겠다고 마음 먹었던 것은 도대체 이겨낼 수 없는 상황에서 분투했던 당시 여성들의 생명력에 감동받았기 때문이었어. 인생은 고통 뿐인데 어째서 살아야할까, 혹은 어떻게 힘을 낼 수 있을까 싶은 사람들이라면 위로 받을 수 있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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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다큐인사이트_박서보 폭풍, 고요
올해 10월 박서보 화백이 타계했어. 미술은 잘 모르지만 전시를 봤을 당시 마음에 남았던 메세지가 있었어. 박서보 화백이 완성한 그의 ‘묘법’은 테크닉이면서도 사실 그의 수행법이었다는 거지. 이 다큐는 화백이 타계하기 전 가장 최근의 모습을 담고 있어. 고령의 나이에 폐암과 파킨슨병 투병중인데도 새로운 작품을 고민하고, 그리는 일을 멈추지 않아. 할 일이 너무 많은데 바쁜 사람을 왜 빨리 하늘이 데려가느냐 불평하기도 해. 지난 주 눕방일기에서 소개했던 류이치 사카모토도 생각났어. 예술가로서 구축한 화풍과 인생을 대하는 태도가 일치하는 것이 놀라웠어. 저렇게 뜨거운 사람이어서 끊임없이 작품을 통해 자신을 지워나갔구나 싶더라고. 재미있는 장면도 있어. 젊은 시절부터 절친이었던 故김창열 화백이 돈 한 푼 없이 파리에서 고생중인 박서보 화백에게 보냈던 1961년의 편지야. “네가 아직두 뒈지지 않구 살아 있다는 걸 확인하고 후유 안심했다. 그리고 유유히 나에게 빈정 대면서 편지를 쓸만한 여유를 소유하고 있다는 점 반갑다” 이런게 찐친인가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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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의 목요일 밤_자이언티
얼마 전 자이언티의 새 앨범이 나왔는데 다들 들어봤어? 뛰어난 가수라는 건 알지만 내 취향은 아니라 ‘눈’을 빼고는 즐겨 듣진 않았었는데, 조목밤을 보고 아티스트로서의 자이언티에 관심이 생겼어. 이번 타이틀은 무려 3곡이야. ‘모르는 사람’엔 배우 최민식이 연기인생 최초로 뮤직비디오에 출연했어. ‘UNLOVE’의 뮤직비디오 시나리오는 직접 썼다고 해. 듣는 행위에 그치지 않고 음악을 시각화해서 뮤직비디오로 만들고, 스토리텔링을 더해 이야기를 확장하는 방식에 감탄했어. 한 편의 영화를 만드는 과정 같기도 했고. 본인의 의도를 모두가 납득할만한 결과물로 설명하는 거 정말 쉽지 않잖아. 취향과 상관없이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해. 조현아가 그런 자이언티에게 “너는 뚜렷한데 각지진 않았다”라고 말하는 표현도 인상적이었어. ‘UNLOVE’의 메이킹 필름도 보면 좋겠어. 참고로 이번 앨범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는 후반 4곡이야.(타이틀 3곡은 모두 빠진걸 보니 나도 참 마이너하지..) ‘불 꺼진 방 안에서’와 ‘돌고래’는 매일매일 듣고 있어. 특히 조목밤에서 자이언티가 사소한 것에 고맙다고 하는 장면이 있어. 조현아에게 피아노 쳐줘서 고마워. 라고 하거든. '불 꺼진 방 안에서' 가사같기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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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_HOME '常時(JOHJI)'
번외편이니까 맥락 없이 요즘 좋아하는 노래 하나 투척하고 갈게! 일본밴드인데 시티팝 같은 분위기와 밴드 사운드가 합쳐져서 기분 좋게 들을 수 있어. 난 원래 가사 중심으로 노래를 듣는 편이지만 이건 한 밤에 적당히 취한 채로 춤 추고 싶은 기분이 드는 사운드라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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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카소 첨언) <지옥만세> 굿즈를 만들기도 했던 그녀의 <지옥만세> 사랑은 옆에서 올 한해 확실히 확인했어. 하트는 보내준 그대로 옮겨 놓은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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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_지옥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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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나를 움직이게 만든 가장 큰 원동력이 바로 이 영화 속의 모난 생기들! 쫄릴 때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린다. ‘절대 죽지 마!’
📺볼 수 있는 곳 : 넷플릭스, 티빙, 왓챠, 웨이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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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인03. <미드소마><그린나이트> 영화 마케터 eyang
(레카소 첨언) eyang이 마케팅한 <리빙: 어떤 인생> 절찬상영중! 구로사와 아키라 <이키루> 원작,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가즈오 이시구로 각본, 빌 나이 주연의 연말연시 보기 아주 적절한 감동 영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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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_물위의 우리
아포칼립스가 된 사회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이야기. 순수한 아이의 눈으로 시작해 욕망이 들끓는 어른들의 전쟁으로 규모를 키운다. 최근 본 웹툰 중 이야기의 힘을 가장 느꼈던 작품. 예상을 뛰어넘는 전개 속 캐릭터들의 매력이 돋보인다. 팔호...!!!!♡
📱볼 수 있는 곳 : 네이버 웹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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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카소 첨언) 올해 네이버 웹툰 독자 중 상위 0.28%를 기록한 경이로운 친구야.
<애프터 양>은 지난주에도 언급했지만 내 올해의 영화이기도 해. 제발 봐줘!!! 참고로 <릴리 슈슈의 모든 것>에 등장하는 가상의 가수 '릴리 슈슈'는 <애프터 양>에서 양이 좋아했던 가수이기도 해. 그래서 같은 노래가 나와. 'Glide' 듣고 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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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_애프터양-릴리슈슈의 모든 것-애프터썬
영화 <애프터 양>에서 주인공 양이 가수 릴리슈슈의 티셔츠를 입고 있는 것에서부터 시작된 이 세 영화의 링크는 차례로 보면서 얼개를 상상 해볼 수 있다. 가상의 것을 이야기의 힘으로 사실로 만드는 것을 보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볼 수 있는 곳
<애프터 양> 왓챠
<릴리 슈슈의 모든 것> 왓챠
<애프터썬>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왓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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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_요나단의 목소리
기숙사가 딸린 미션스쿨이 배경이라, 비슷한 학교에 다녔던 나는 꽤 공감하면서 봤다. 비슷한 경험이 없어도 충분히 아름다운 이야기다. 아름다운 것들은 너무 연약하고 빨리 사라진다. 그리고 아주 오래 기억되기도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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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는 전혀 아니지만 방구석 드라마 애호가 입장에서 골라본 올해의 드라마들.
(레카소 첨언) 눕방일기가 추천했던 작품이 두 편이나 있어!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브러쉬 업 라이프] 자세한 리뷰가 궁금하다면 참고해. [콰르텟]도 얼마 전 보고 너무 좋아서 방학이 끝나면 한번 소개하려고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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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_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다양한 정신질환을 정면으로 다루는 것 자체가 상당한 부담이었을 텐데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는 섬세한 연출과 공을 들인 세트, 수준 높은 CG로 강한 설득력을 획득합니다. 내 얘긴가 싶은 순간이, 극 중 캐릭터의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게 힘들어서 잠시 멈춤 버튼을 누르는 포인트가 모두에게 한번쯤은 찾아올 거예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목처럼 우리 모두에게 결국 아침이 온다고, 폭풍이 지나고 나면 다시 웃으며 한 걸음 내디딜 수 있다고 이 드라마는 이야기합니다. 피곤한 하루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건네고 싶은 반짝이는 아침같은 드라마.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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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_브러쉬 업 라이프
갑작스레 찾아온 죽음, 다시 한 번 같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 2회차 인생의 기회. 어느새 좀 피로해져버린 여타 회귀물과 같은 길을 걷는 건가 싶을 때 이 드라마는 전혀 다른 방향을 바라봅니다. 내게, 당신에게 또 한 번의 기회가 다가온다면 우린 그 인생에서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요. 말 그대로 새 인생을 브러쉬 업 할 수 있을까요. 한 여성의 인생을 몇 번이고 들여다보는 이 드라마의 각본은 75년생 아저씨 ‘바카리즈무’가 썼습니다. 바카리즈무는 여성들의 이야기나 대화를 잘 그려낸다는 평을 받는 코미디언 출신 각본가인데요. 끝까지 유머를 놓치지 않는 각본과 안도 사쿠라, 카호 등 주 조연의 훌륭한 연기가 더해진 ‘브러쉬 업 라이프’는 일본 테레비 아카데미 어워드에서 최우수작품상, 각본상, 감독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을 독식해버렸습니다. 현 시점 일드의 최정점.
📺볼 수 있는 곳: 티빙, 웨이브, 왓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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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_콰르텟
올해 방영된 드라마는 아니지만, 우리나라 OTT들에 올해 풀렸으니 편향된 애정을 바탕으로 굳이 추천작 목록에 올립니다. 일본이 낳은 최고의 각본가인 사카모토 유지의 작품입니다.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탄 영화 <괴물>(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각본가이기도 하죠. 물론 사카모토 유지의 모든 작품이 훌륭한 것은 아닙니다. 넷플릭스와 4년간 다수의 작품을 만들기로 계약을 하고 나온 첫 작품인 영화 [크레이지 크루즈] 같은 경우는 졸작을 넘어 망작에 가깝죠. 하지만 [콰르텟]은 사카모토 유지의 베스트 리스트에 들어갑니다. 마츠 다카코, 미츠시마 히카리, 타카하시 잇세이, 마츠다 류헤이 등 주연배우들 모두의 연기도 더할 나위 없이 좋고요. 메인 캐릭터 4인이 이야기를 꾸려나가는 방식을 제일 좋아한다는 사카모토 유지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제목까지 4중주인 콰르텟. 이 드라마가 맘에 들었다면 [오오마메다 토와코와 세 명의 전 남편] 까지 추천입니다. (역시 네 명이죠. 네. 그렇습니다.)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 웨이브, 왓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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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카소 첨언) 나와 MBTI가 단 한글자도 맞지 않는 분의 추천이라 너무 기대했었어😆 눕방일기에 등장하기 쉽지 않은 비문학이니 주목해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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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_질문 있는 사람
어쩌다 보니 365력을 사는 우리는 12월 31일과 1월 1일의 차이를 받아들여야 한다. 똑같은 매일이지만 한 해가 지났다고 한다. 피할 수 없으니 해바뀜을 인정하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으로 삼아볼까 한다. 긴 서론과 어울리는 책이다. 다른 사람은 어떻게 사는지, 예전엔 어땠는지, 학자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는 곳이 책이었는데, 나를 돌아보고 공부할 수 있는 책을 만났다. 2023년의 나를 톺아보고 잘했다고 칭찬해 주기도 하고, 성찰하기도 하며 이후의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 수 있었다. 화려한 커리어만큼 말재간도 뛰어난 작가는 스스로에게 좋은 질문을 던져준다. 좋은 질문이 나오니 그 대답도 좋았다. 나라면 어땠을까? 책을 읽는 동안 내가 궁금해졌다. 책에 나온 수많은 질문 중, 적어도 한 개의 질문에 대해 나의 답을 기록하고 싶어졌다. 그 과정 속에 나의 ”진짜 감정“을 마주할 수 있다면 이번 연말의 최대 수확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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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인07. 멀티플렉스 편성팀 먹장군
(레카소 첨언) 닉네임에서도 느껴지겠지만 음식 추천에도 권위가 있는 분인데 아쉽게도 눕방일기에서는 콘텐츠 추천만 받았어. 영화 뿐 아니라 방영하는 거의 모든 예능과 드라마를 다 보는 분이야. 눕방일기 최초의 예능 추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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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_K-드라마 같은 사랑을 하고 싶어
한국에 [환승연애]가 있다면, 일본엔 [연애 드라마같은 사랑을 하고 싶어]가 있다! 일본의 연애 리얼리티 스핀오프편. 한국, 일본의 신인 배우들이 합숙을 하며 매 회차 키스신이 포함된 단편 연애드라마를 찍는다. 젊고 훈훈한 배우들을 한 집에 모아만 놓아도 알아서 썸이 생길텐데, 일을 빙자한 키스신까지 찍어댄다? 게다가 여러 번 상대를 바꿀 수도 있다면? 매 에피소드 마지막에 나오는 키스신이 포함된 단편 연애 드라마는 시나리오의 유치함에 더불어 배우들의 (발)연기에 굉장한 항마력을 요구한다는 것을 사전에 알려드린다. 손발이 오그라들어 내적 비명을 지르기도 하지만, 남의 연애라는게 사실 밖에서 보면 다 그런 속성을 갖고 있는게 아닐지. 내게 이 시리즈에서의 가장 큰 수확은 ost를 부른 ‘아이나 디 엔드‘라는 뮤지션을 알게 되었다는 것.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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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_무인도의 디바
번외편이니만큼 레카소에서 다루지 않을 법한 콘텐츠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가수를 꿈꾸는 주인공이 무인도에 15년 동안 고립되어 있다 구조되어 꿈과 사랑을 찾아 가는 스토리로, 일견 판타지같은 부분들을 배우들의 호연으로 설득력을 갖게 한다. 어찌보면 단순한 스토리이지만 예측 가능한 이야기가 주는 편안함이 있고, 단단하고 긍정적인 주인공이 그리는 다양한 에피소드에서 묘한 힐링을 느끼게 된다. 주인공이 가수로 성공을 꿈꾸는 만큼 꽤나 신경 쓴 듯한 ost를 듣는 재미도 있고, 그걸 직접 소화한 배우 박은빈의 노래 실력에 깜짝 놀랄 수도 있다. 현실이 괴로운데 콘텐츠에서까지 팍팍함을 느끼고 싶지 않다면, 연말을 따뜻하게 마무리하는 느낌으로 [무인도의 디바]를 한 번 추천해 본다.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 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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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인08. N웹툰 일본 담당 hyoni
(레카소 첨언) 무언가를 검토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웬만한 콘텐츠에는 시니컬할 수밖에 없는데 그런 K-직장인을 울고 웃게 한 건 뭐였을지 기대가 되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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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_블루 자이언트
재즈왕이 되겠다는 꿈을 안고 센다이에서 상경한 주인공 ‘다이’. 그에게 감화된 친구들과 결성한 밴드 ‘JASS’로 도쿄 최고의 재즈 바 ‘쏘 블루’에 입성하기 위해 10대의 마지막을 불태운다. <블루 자이언트>의 캐릭터와 서사는 대단히 직설적이고 평면적이며, 따라서 예측 불가능한 전개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니메이션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창의적이고 박력 있는 연출, 오직 재즈 하나에 열정을 쏟아붓는 주인공과 친구들에게 푹 빠져있다 보면 어느덧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된다. 그리고 인생을 걸만한 대상이 있다는 것, 최고가 되겠다는 일념 하나로 온몸이 부서져라 달려나가는 사람에 대한 순수한 경외심이 되살아난다.
📺볼 수 있는 곳: 라프텔, 웨이브, 네이버 시리즈온, 구글 플레이(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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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_마음의 소리2-너는 그냥 개그만화나 그려라
2020년 7월, 14년동안 연재했던 [마음의 소리]가 완결되었다. 웹툰계에 전례가 없었던, 실로 전대미문의 대단한 완결이었다. 사실 조석 작가는 [마음의 소리] 완결 이후에도 [마음의 소리]와 병행해왔던 [행성인간]의 연재를 공백기 없이 이어오고 있는데, 네이버의 완결 기념식(?)이 어찌나 요란했는지 조석 작가가 은퇴라도 한 줄 아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정도였다… 이대로 사람들에게 잊혀질까 두려웠다는 그가 [마음의 소리]가 완결된 지 3년만에 [너는 그냥 개그만화나 그려라]라는 일상 개그물을 시작했다. 화려하고 멋있지만 한 주라도 빼먹으면 스토리를 이해할 수 없어 어쩐지 부담스럽고 피로한…그런 웹툰에 지쳐있는 나에게 이 작품은 소소하지만 큰 일상의 재미가 되었다. 그새 훌쩍 자란 두 딸 캐릭터도 귀엽고, 일상 개그물 작가로서의 고충을 그려낸 ‘살아있는 개그만화’ ‘자연산 생활툰’같은 에피소드에서는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하면서도 예리한 통찰이 돋보인다. 네이버 웹툰에서 새로 출시한 기능 ‘작가 홈’에 업로드되는 그의 재치 있는 게시글을 보는 재미는 덤이다.
📱볼 수 있는 곳: 네이버 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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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_펜홀더
타고난 천재적인 재능으로 모든 스포츠에서 에이스 자리를 섭렵하며 패배를 모르며 살아왔던 주인공 한이연. 그에게 처음으로 패배의 쓴맛을 알려준 탁구의 세계에 뛰어든다. 청춘만화의 대가 이윤재 작가가 탁구 소재의 청춘 스포츠물 <펜홀더>로 돌아왔다. 간결한 듯 보이지만 디테일이 훌륭한 작화, 각자 분명한 매력이 살아있는 캐릭터, 예측 가능하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기분 좋은 풋풋함이 돋보인다. 무엇보다 대규모 자본을 등에 업은 제목도, 작화도, 스토리도 너무 똑같아 서로 분간도 안 가는 작품이 넘쳐나는 요즘 웹툰 시장에서, 꿋꿋하게 본인의 개성을 지키면서 매 작품 더 깊어지는 작가의 신작을 보는 기쁨이 크다. 각종 판타지와 일진물과 계약결혼물의 대규모 공습에 네이버 웹툰을 떠난 독자에게 더욱 추천한다.
📱볼 수 있는 곳: 네이버 웹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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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_Lamp '一夜のペーソス(Dusk to Dawn)'
보사노바를 기반으로 하는 일본 3인조 혼성 밴드 Lamp의 신보. 수록곡이 무려 20곡에 러닝타임은 70분이 넘는다. 전작 <ゆめ(Yume)>처럼 대단히 짜임새가 훌륭하거나 풍성한 사운드가 돋보이는 앨범은 아니지만, 어느 트랙부터 들어도 앨범으로서의 통일성이 망가지지 않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Lamp의 음악을 들으면 해가 넘어가는 다섯시쯤의 오후, 커튼을 살랑살랑 흔드는 여름 바람, 놀이터에서 까르르 웃는 어린아이의 웃음소리 같은 것이 떠오른다. 그리고 무엇이 그리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대책 없는 노스텔지어에 사로잡힌다. 한가로이 침대에 누워있다가 설핏 기분 좋은 단잠에 들고 싶을 때, 이 앨범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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