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에게 더 의미있는 눕방일기가 되고 싶어서 머리를 싸매고 고민중이야. 개편이라고 하기는 거창하지만 나름의 변화를 차근차근 시도해보려 해. 일단 매월 주차별로 분야를 정하기로 했어. 1주차는 영화, 2주차는 책, 3주차는 시리즈, 4주차는 만화/웹툰을 소개할거야! 간혹 5주차까지 있는 달에는 번외편으로 내가 좋아하는 유튜브나 음악을 보내볼게. 이제 큐레이션을 위한 큐레이션까지 넘쳐나는 세상에서 나의 장점은 그래도 꽤 여러 종류의 이야기를 접한다는 것 아닐까 생각했어. 다양한 콘텐츠를 소개해주는 재미라면 눕방일기가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어. 매번 메일을 보낸 뒤엔 의 반응을 상상해보곤 해. 어떤 점이 좋아서 눕방일기를 구독할까, 또 다른 사람들은 지금 무엇을 보며 좋아할까 늘 듣고 싶었어. 그래서 앞으로 구독자들의 추천 콘텐츠를 함께 소개해보고 싶어. 무엇이 됐든 감상을 나누고 싶은 콘텐츠가 있다면 맨 아래의 링크에 글을 남겨줘. 짧게는 한줄, 길게는 한문단까지도 좋아. 매주 1건 씩 소개할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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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주의 방식
직장인 찐광기를 정리해놓은 밈 알아? 출근 전 새벽 운동하는 사람, 출퇴근길 이어폰도 끼지 않고, 핸드폰도 보지 않고 허공을 바라보는 사람, 브이로그 매일 찍고 편집하는 사람 등 하나하나 탄식이 나오는 만만치않은 목록이었어. 그리고 여기, 이 모든 목록을 이길만한 맑은 눈의 광인 [반주의 방식] 미유키(쿠리야마 치아키)가 있어. 하루를 열심히 보낼 수록 술 맛은 좋아진다는 신조 아래 반드시 냉장고에 유리잔 2잔을 넣어두고 출근하는 그녀는 6시면 칼같이 퇴근하고, 맛있는 술맛을 위해 신체의 피로를 극단으로 밀어붙이고, 집 앞 마트에서 장을 본 뒤 집에 와서 요리를 해야만 그제서야 맥주 한모금을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맛있는 술에 관한 한 누구보다 엄격한 기준을 가진 직장인이야. 매 회 시작의 내레이션처럼 “하루의 마지막에 마시는 술을 어떻게 하면 최고로 맛있게 마실 수 있을 것인가. 이 드라마는 그것을 한결같이 추구하는 한 여성의 이야기”인 [반주의 방식]. “드라마를 다 보고 난 후 당신도 분명 술을 마시기 시작할”거야.
📺볼 수 있는 곳: 웨이브(시즌1, 시즌2), 왓챠(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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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 애주가
미유키의 저녁 반주를 위한 단호한 규칙들은 존경하는 대상에 표할 수 있는 최대치의 경의인 한편 프로페셔널한 직업윤리같기도 해. 맥주가 가장 아름답게 피어날 수 있는 순간을 알기에 완벽한 조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로 맥주를 마신다는 건 맥주에게 대단한 실례이고 쉽게 안주하려는 아마추어적인 실수라고 할까. 세속에 물드는 수많은 무림인들 사이에서 홀로 강호의 도리를 지키는 듯 결연하고 고고한 미유키는 매일 일정 시간 수분 섭취를 극도로 제한하고, 일부러 오르막길의 집으로 이사하거나, 땀복을 입고 운동을 하는 등 최고의 성취를 위한 치밀한 미션을 자신에게 내리고 단 한번의 타협없이 그 일을 완벽하게 완수해내. 물론 미유키의 미션들은 하나같이 극단적이어서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저렇게까지 해야돼? 싶어서 파워 F인 나조차도 T인 것같은 기분이 들때도 있어. 하지만 무엇이든 본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단 하나를 위해 이렇게까지 진심인 사람은 장인의 칭호를 내려도 되지 않을까 싶을 정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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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한 캔을 미리 준비해둘 것
사실 전체적인 완성도가 높은 편은 전혀 아니야. 걷기 위해 퇴근 후 운동화로 갈아신었던 미유키가 다음 씬에서 당당히 구두를 신고 있거나, 풀샷과 클로즈업샷의 음식 모양이 다르다거나 야외 촬영 시 인물마다 하늘 색이 다르다거나 기본적인 컷들조차 맞지 않을 때가 있어 허술함에 여러번 웃었어. 특히 정형화된 에피소드, 예를 들어 일에 있어서도 프로페셔널한 공인중개사 미유키는 어떠한 이상한 고객의 요구에도 완벽한 집을 찾아낸다는 등, 드라마가 되기 위한 최소한의 이야기만 간신히 덧대어놓은, 반주를 위한 미유키의 노력과는 상반된 빈곤한 이야기들에 당황스러울 정도지만 오히려 모든 제작비와 연출을 음식에 쏟았음이 분명해서 ‘오로지 술과 음식을 위해 존재하는 드라마구나’라는 또 다른 대비가 극적이라는 장점은 있어. 실제 이 드라마의 러닝타임의 반인 10분이 요리와 먹방장면이거든. 미유키는 늘 직접 집에서 요리를 하는데(퇴근 후 직장인이 매일 저녁을 직접 요리한다? 이거야 말로 직장인의 찐광기 아닐까) 일반적으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드는데다 메뉴 선정이 기가 막혀서 자기 전 보다가 몇 번이나 야식을 먹을까 벌떡 일어났는지 몰라. 평소 먹방을 보진 않고 요리가 완성되는 과정이 재미있어서 주부나 레시피 유튜브는 종종 보는 편이야. [반주의 방식]은 맘만 먹으면 따라할 수 있을 만큼 쉽고 간결한 요리를 공들여 보여주고, 드라마의 클라이맥스인 맥주 두캔을 마시는 동안의 안주 먹방은 빠른 비트의 사운드와 함께 리듬감있게 편집해서 음식을 다루는 두 가지 콘텐츠의 장점을 합쳐둔 것 같아. 게다가 드라마가 선언한대로 맥주 한캔을 마시고 싶은 강렬한 충동에 휩싸였으니 목적을 달성한 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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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부르는 마법의 메뉴
앞서 안일한 이야기를 맹비난 했지만 이러한 장르가 끊임없이 양산되는 건 대중의 마음을 건드리는 킬러 포인트가 있다는 뜻일 것이고, 나 또한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안일함에 끌렸다는 걸 부인할 수가 없어. [반주의 방식]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미유키의 계획과 달리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 야근 정도인데, 그마저 야근 덕분에 술맛이 더 좋아졌다고 기뻐하는 미유키를 보면서 내가 행복해지는 법을 잘 아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 언제 내가 확실히 행복해지는 지 알고 있어? 우리에겐 세 가지 소원을 빌 지니도 없고, ‘비비디 바비디 부’를 외쳐줄 요술 할머니도 없으니까 드라마보다 자주, 깊고 크게 찾아올 부정적 에너지와 맞서 싸울 나만의 주문을 준비해두면 어떨까. 대부분은 맛있는 음식을 제대로 챙겨먹는 것만으로도 반 쯤은 해결 된 것 같기도 해. 우리 모두 그런 순간이 찾아오면 먹을 음식 하나를 먼저 정해보자. 나는 카레랑 맥주로 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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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포인트01
아쉽게도 아직 국내에는 레시피를 정리해둔 곳을 찾지 못했어. 일본에선 레시피가 담긴 책이 발간되었다고 해. 대신 일본 개인 블로거가 정리해놓은 글을 찾았는데 구글 번역기로 봐도 꽤 이해할만 하더라고. 홈술을 즐긴다면 당분간 안주를 참고해보면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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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포인트02
과몰입의 장인인 나조차 '저 정도면 알콜 중독인데…?'하며 주인공의 통풍이 걱정되었어. 일 끝나고 맥주 한 캔씩 마시는 사람들 많을 거야. 빈도도 알콜중독을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라는 사실 다들 기억해야해! 매일 맥주를 마시는 삶이야말로 사실 판타지잖아. 중독되지 않을 만큼만 마시자는 의미로 알콜중독 자가진단 테스트 가져와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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