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전 내가 뉴스레터에 다른 시도들을 고민해보고 있다고 했잖아. 비정기 콘텐츠를 기획 중인데 일단 뉴스레터보다는 인스타그램에서 발행하려고 해. 새로운 구독자들이 이전에 소개했던 작품들을 놓치는게 아쉽더라고! 아카이브가 있긴 하지만 하나하나 읽어보기는 어려우니까 말이야. 그래서 비슷한 소재를 묶어 가볍게 소개해줄거야. 자주 쓸 수 있다고 장담은 못하지만 눕방일기가 컨셉 때문에 다루지 않는 개봉작들이나 개인적인 글들로도 찾아와볼게. 첫 번째 글은 주말에 써뒀는데 분량조절에 실패해서(A4 3장..) 인스타그램으로 가능할지 모르겠어. 뉴스레터만 구독하고 있었다면 팔로우를 눌러줘! 그리고 구독자들에게 콘텐츠 추천과 뉴스레터 피드백을 받기 시작한 거 다들 알지? 글을 쓴 뒤 ‘ok’를 누른 다음 ‘응답 보내기’를 한 번 더 눌러야 완료야!!! 습관적으로 ‘ok’를 누르고 창을 꺼서 글이 등록되지 않는 경우가 있는 것 같더라고. 혹시 내 글이 왜 소개가 안되는거지? 하고 오해하지 않았으면 해😭 언제나 관심에 목마른 레이지 카우를 위해 답장 부탁해!

만약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편이야? 뉴스레터에서도 종종 이야기했던 것처럼 나는 특히 작년 한 해 동안 상상의 세계로 도망치곤 했어. 지금은 여러 번의 전생을 거치는 과정일 뿐이고 다음 생에는 원하는 형태로 인연이 이어질 거라 믿어보기도, 다중우주가 존재한다면 어딘가의 나는 실패한 꿈들도 모두 이루어낸 능력있고 멋진 사람일거라고 기대도 해봤어. 그래서 지난 주 개봉한 <패스트 라이브즈>는 오랫동안 기다렸던 영화였어. 영화와 거의 똑같은 대사를 뱉었던 적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마음을 줄 수 없었던 영화가 되었지만 말이야. 폴 오스터 작가가 “바로 이 책을 쓰기 위해 평생을 기다려 온 것만 같다”고 밝힌 소설 [4 3 2 1]도 비슷한 이유로 고른 책이야. 2권을 합쳐 무려 1,592페이지에 달하는 이 소설은 한 사람의 네 번의 삶을 보여주는 그야말로 작가의 인생을 건 역작인데,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었고, 모든게 다를 수 있었다”는 홍보용 대표 문장에 마음을 빼앗길 수 밖에 없었어. 한켠으론 이 미련을 끝내줄 해답을 막연히 찾고 있었던 것 같아. [4 3 2 1]을 읽는데만 두 달이 걸렸어. 대장정이 끝난 뒤 내가 이 소설에서 찾은 답은 모든 것이 원하는 대로 이루어지기만 하는 삶은 없다는거야.

#목차의 비밀

아치 퍼거슨이 6살에서 대학을 막 졸업할 때까지 네 가지 삶을 비추는 [4 3 2 1]은 갈래가 뻗어나가기 전 절대 변하지 않는 상수의 삶을 소설의 시작, 챕터 1.0에서 명명하고 있어. 사진관에서 일하는 아름답고 상냥한 어머니, 두 형제와 가전제품 판매점을 운영하는 무뚝뚝하지만 사업수완이 좋은 아버지의 역사는 첫사랑을 전쟁으로 잃은 후 이만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은 이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던 어머니에게 아버지가 끈질기게 구애한 결과 시작되었고, 아버지의 형제들은 모두 발목을 잡는 존재들이었다는 불행한 사실이 6살의 퍼거슨은 바꿀 수 없는 첫 번째 단추로 자리잡았어. 소설의 구조에 대해 미리 이해하는게 좋을거야. 1.0 이후엔 총 7개의 챕터로 구성되어있는데, 1-1, 1-2, 1-3, 1-4 다음은 2-1, 2-2, 2-3, 2-4, 이런 식으로 한 챕터마다 동시기 네 가지 버전의 삶이 순서대로 배치되어있어. 즉 한 가지 삶을 쭉 읽을 수 없도록 의도적으로 뒤섞어놓은거야. 네가지 버전의 삶이 뒤섞인 채 읽히도록 배치한거지. 처음엔 한 챕터마다 같은 버전의 퍼거슨인줄 알았어. 그런데 1-3을 읽을 쯤부터 세부 묘사들이 앞과 다르다는걸 발견했어. 다시 보니 6살의 퍼거슨이 반복되고 있더라고. 이후 챕터마다 앞으로 돌아가 이 퍼거슨은 누구였는지 하나하나 따져보다가 그제서야 알게 되었어. 작가가 의도한 혼란이라는 걸.

#네 번의 삶에 벌어지는 하나의 사건

소설의 시대적, 개인적 배경은 평탄함과는 거리가 멀어. 1947년 미국에서 태어난 이민자 3세대 유대인인 아치 퍼거슨은 자기 결정권이 가장 적으면서 내면은 가장 크게 확장하는 시기에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베트남 전쟁과 반전 운동, 인종 갈등 등 미국의 격동적인 역사의 한복판을 가로지르고 있거든. 때문에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었고, 모든게 다를 수 있었다”는 문장엔 개인과 사회의 선택이, 다시 말해 선택의 능동성과 피동성이 모두 포함되어 있어. 그렇다면 독자는 당연히 네 번의 퍼거슨은 얼마나 다른 인생을 살았는지 궁금할거야. 어른의 선택이 인생을 움직이던 유년시절, 어떤 버전의 퍼거슨은 끔찍한 사고로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와 단 둘이 남기도, 어떤 버전의 퍼거슨은 아버지의 사업이 커져서 경제적 어려움이 없는 부잣집 아들이 되기도 해. 유년시절부터 완전히 다른 전환을 맞는 퍼거슨들은 이미 행복과 불행의 운명이 정해진 듯도 한데, 앞서 말한 것처럼 삶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수많은 변수로 가득차 있어서 책을 한참 읽어갈 쯤엔 아무리 옳은 선택만 내린다 할지라도 개인의 의지만으론 100% 이상적 삶이 불가능하다는 걸 어렴풋이 느끼게 됐어. 따라서 한 인간의 삶이란 유기적으로 돌아가는 거대한 세계의 불규칙한 패턴 중 하나일지도 몰라. 게다가 어느 순간부터 네 번의 퍼거슨의 삶이 뒤섞이더라도 더이상 그 구분이 무의미하게 느껴졌어. 어떠한 버전의 퍼거슨이든 그는 연상의 에이미에게 사랑에 빠지는데, 에이미는 연인일 때도, 의붓사촌일 때도, 의붓남매일 때도 있지만 이 첫사랑은 그가 강렬한 성적 충동과 내적 결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근원이 되고, 10대 시절 야구와 농구 등 스포츠에 깊이 빠지고, 영화와 책을 탐미하며, 작가가 되거나, 시를 번역하거나, 기자가 되거나 어떤 식으로든 글을 쓰는 사람이 된다는 점은 같다는 게 흥미롭지.

#불확실한 현재의 가치

[4 3 2 1]은 나를 사로잡았던, 일어난 적 없는 일에 대한 미련을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가 말하는 다정함과는 반대의 방식으로 해소시켜 준 작품이야. 다른 버전의 삶도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말이지. 앞서 말한대로 삶은 애초에 내 의지대로 통제할 수 없고, 어떤 변수가 생기든 결국 일어날 일들은 일어나는데 그 말은 이를테면 ‘내가 부족해서 그래’, ‘내가 뭘 얼마나 노력하면 바꿀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들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 말이야. 지금을 충실히 살고자 하는 마음이 들었어. 사실 방대한 양에 압도되어 도대체 이 소설의 끝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오기로 읽은 순간도 있어. 스포가 되어 자세히 이야기하진 않겠지만 챕터 7-4에서 네 번의 이야기가 하나의 이야기로 귀결되면서 어째서 소설은 각 퍼거슨의 삶을 딱 이만큼까지만 보여주기로 했는지 밝혀질 때 온 몸에 소름이 돋았어. 심지어 퍼거슨까지 포함하여 여러 차례 등장하는 죽음들은 퍼거슨 삶 전반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어. 한 사람의 일대기라고 하면 왜 우리는 당연히 노년의 삶까지 상상하는걸까? 그리고 작가는 어째서 죽음을 맴도는 청년을 구상하게 됐을까? 부디 중간에 멈추고 싶더라도 자전적 소설임이 분명해지는 [4 3 2 1]의 그 끝을 꼭 봐주길 바라. 감히 말해보는데 작가는 이 책을 쓰고 작가로서의 인생이 이제 끝나도 여한이 없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네 번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수 많은 인물들이 가진 고유의 입체성이 각각의 상황마다 상호작용하며 다른 행동과 결과를 만들어내는 걸 보면서 탁월하다, 탁월한 문장, 탁월한 이야기꾼이라는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어. 워낙 두꺼워서 도전이 쉽지는 않을텐데 단 한 명이라도 오늘 뉴스레터를 보고 이 책을 읽으면 더할 나위 없을 것 같아!

#관람포인트

이 소설을 보면 쓰는 행위에 대해 저절로 생각하게 돼. [4 3 2 1] 자체도 엄청난 분량의 소설이어서도 그렇지만, 퍼거슨도 계속해서 쓰기를 멈추지 않아. 혼란이 자신을 삼키려 할 때마다 글쓰기로 구원받은 것처럼 보여. 그래서 소설 속의 소설도 꽤 등장하는 편이야. 그 중 [드룬족]은 폴 오스터가 열아홉 살에 집필한 단편이라고 해.

📮구독자 답장왔어요📮

From.우다다

#효정의 발화점(카카오웹툰)

카카오웹툰의 ‘효정의 발화점’ 추천합니다! 단행본으로도 나왔고, 카카오에 가면 3시간마다 1화씩 무료로 볼 수 있답니다?? 메인 이미지만 보면 무미건조한 느낌이지만, 내용은 섬세하고 떨리고 불같은 로맨스❤️‍🔥

📝레이지 카우의 답장

우다다님..Hoxy..집사님이신가요? 웹툰 추천 감사합니다! 안그래도 카카오에서 보는 웹툰이 많지 않아 늘 추천이 필요했어요. 이 그림에서 불같은 로맨스가 나온다니 궁금한데요? (카카오의 3다무는 참 힘든 시스템이라고 생각하지만) 46화 밖에 되지 않으니 시도해볼게요😘

🖌️답장을 기다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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