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갓생’이라는 말로 포장된 자기착취의 시대라는 이야기를 듣고 프로성찰러인 나는 또 다시 나를 되돌아봤어.(개선은 안되는 편😊) 명색이 내 브랜드 이름이 ‘레이지 카우 소사이어티’인데 내가 요새 ‘갓생’산다거나 너무 부지런하다는 말을 난생 처음 듣고 있는 터라 당황스럽더라고. 그런데 생각해보면 처음 이름을 지을 때도 원래 별명이 일 열심히 하는 황금소(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딴 별명이라고 처음 밝혀보는 비하인드..)라 지을 수 있었긴 해. 게으른 사람에게도 ‘너 그러다 소 된다’라고 하고, 일을 많이 하는 사람에게도 ‘소처럼 일한다’고 하잖아. 우리는 소의 진심을 들어볼 필요가 있겠어. 여하튼 난 지금도 비슷해.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데(이상적으로든 현실적으로든) 시간이 흐를수록 하던 만큼 하면 현상 유지가 아니라 기능이 떨어지는 것 같아. 체력만해도 그렇잖아? 그러다보면 무리해서 뭐라도 해야한다는 압박이 생기곤 해. 그런데 어떤 성취를 이루기 위해 새로운 일을 한다면 정말 열심히 해야하잖아. 찔끔해서는 안되잖아. 난 완전히 포기하고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두지도, 완전히 올인해서 뭔가를 이루지도 못하는 애매한 경계의 상태에 있어. '뭐든 안하는 것보단 낫다'는 말의 골짜기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는건 아닐까? 갓생이란 말은 사실 "너 피곤해보인다"의 다른 말이거나. 다른 사람들에겐 "꼭 더 나아져야해? 지금 모습도 괜찮아"라고 하지만 정작 나에게 해주기 가장 어려운 말 같아! 내가 듣고 싶은 말은 남에게 해주게 되니까 에게 해줄게.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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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여운 것들
심란함은 흩날리는 먼지만큼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결연한 작품이 있는가 하면, 의도된 불쾌함이 넘실대다 간밤의 꿈까지도 흘러들어오는 간악한 작품도 있어. 취향은 어느 쪽이야? 오늘은 후자를 대표하는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최신작 <가여운 것들>을 소개할게. 2주 전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 되었어. 극장에서 놓친 뒤 OTT 업데이트만 기다렸던 (레이지 카우 같은) 사람들은 어서 달려가도록 해. 괴짜 의사인 ‘갓윈 벡스터’(윌렘 대포)가 바다에 몸을 던져 사망한 여인에게 여인이 품고 있던 태아의 뇌를 이식해 탄생한 ‘벨라 벡스터’(엠마 스톤)의 기기괴괴하고 선언적인 모험극, 동명 소설 원작의 <가여운 것들>은 믿기지 않겠지만 신화적 메타포의 부조리극이 장기인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 필모그래피 중 가장 발랄한 코미디이기도 해. 내가 감독 전작 중 관람한 영화는 <더 랍스터>와 <킬링 디어> 두 편이라 감독의 작품세계를 완전히 관통할 수는 없어 아쉽지만 오늘의 소개는 이들 작품에 한정한 내용이라는 점 미리 양해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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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웨스 앤더슨
특히나 <가여운 것들>의 요르고스 란티모스는 어둠의 웨스 앤더슨이라고 부르고 싶어. 연극적인 플롯과 감정 표현이 절제된 인물에서 비롯된 블랙 코미디적 요소, 어른들을 위한 우화같은 메세지, 그리고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가여운 것들>에서 극대화된 강박에 가까운 미학까지 통제적인 작품 전개가 꽤 비슷하다고 느꼈거든. 물론 극명한 차이도 존재해. 동화와 잔혹동화랄까. 웨스 앤더슨은 채도 높은 파스텔톤의 색감으로 화면을 메우고, 기적의 순간으로 묘사되는 약간의 판타지 요소는 있을지언정 오히려 현실에 발 디딘 사람들의 감정을 주로 연민의 시선으로 그리고 있어. 한편 요르고스 란티모스는 현실 도처에 존재하는 부조리의 민낯을 비현실적인 세계관으로 차갑게 비틀고 구태여 이유도 설명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웨스 앤더슨 뿐 아니라 어떤 감독들과도 비교할 수 없는 시그니쳐를 지녔어. <가여운 것들>은 감독의 세계관이 비현실에서 초현실로 기어코 넘어간 경계의 영화라고도 말하고 싶어.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처럼 시대극을 택한 이 작품은 영국 빅토리아 시대(1837~1901년)를 배경으로 삼았는데도 의상이나 상공을 가로지르는 열차 등 미래적인 요소를 충돌시켜 시기를 가늠할 수 없는 판타지 세계를 이룩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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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을 다시 쓴 결말
소설 [가여운 것들]은 고딕 소설의 대가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작품이야. 현대에 이르러 ‘프랑켄슈타인’을 얼굴이 기워진 괴물의 이름으로 기억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실은 괴물을 창조한 과학자 이름이었어. <가여운 것들>에서 벨라를 탄생시킨 갓윈은 창조자 ‘프랑켄슈타인’의 역할을 부여받은 존재임이 분명한데도 동시에 우리가 떠올리는 ‘바로 그 프랑켄슈타인’의 얼굴을 하고 있어. 벨라에게 아버지이자 신이자 하느님인 창조자의 이름이 ‘godwin’이라는 점은 노골적이지. 한편 감독이 <더 랍스터>, <킬링 디어>에서도 전능한 시스템-신적인 존재 안에 인물들을 던져 놓았음을 떠올린다면 <가여운 것들>에서 범사회적 사고를 반복해서 부수고 뛰어넘는 벨라의 행보는 뜻밖이야. [프랑켄슈타인]이 품고 있는 원형의 감정은 바로 창조자와 피조물, 부모와 자식 간의 애증이야. “내 의지로 태어난 건 아니잖아”랄지, “이럴거면 왜 나를 낳았어?”와 같은 말을 하고 싶을 때가 있었던 사람들이 꽤 많을 거라고 믿어. 이는 정확히 괴물이 프랑켄슈타인에게 느꼈던 분노의 핵심이고 <가여운 것들>에서 탄생의 비밀을 알게 된 후 “지금 삶이 즐거우니 날 살린건 용서하겠지만 거짓말과 구속은 영원히 잊지 않겠어요”라고 갓윈에게 말하는 벨라에겐 다소 희석된 감정이기도 해. [프랑켄슈타인]의 결말은 사회에 녹아들고 싶었던 소수자, 괴물의 엇나간 복수극으로 끝나지만 만약 <가여운 것들>의 갓윈처럼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의 존재를 긍정해주었다면 다른 결말이 되었을지도 몰라. <가여운 것들>이 [프랑켄슈타인]과 정반대의 결말을 향하게 된 결정적 차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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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부정하고 신이 된 괴물
런던-리스본-알렉산드리아-파리-런던으로 이어지는 벨라의 모험은 자유의지 없이 탄생한 피조물이 누구에게도 속하지 않은 한 인격체로 독립하여 끝내 스스로 삶의 방식을 선택하는 과정이야. 신은 생명을 주관할 수 있기에 절대적이야. 인간을 창조한 영원한 부모 ‘하느님 아버지’로서 존재해. 이때 요동치는 심장을 클로즈업한 <킬링 디어>의 첫 장면이 떠올라. 이상적 아버지 혹은 생명을 다루는 신의 자리에 위치한 심장외과 의사 ‘스티븐’(콜린 퍼렐)의 서사와 비교한다면 <가여운 것들>에서 절대적 존재나 여러 종류의 가부장이 연달아 무너지는 방식은 같고도 달라서 흥미로워. 대표적으로 갓윈은 생물학적으로도 아버지였던 의사의 생체실험으로 괴물의 형상을 하게 되었으나 의사가 됨으로써 피조물에서 창조자의 위치에 올랐고, 이제 괴물이자 신인 갓윈은 벨라(괴물)를 창조하고, 다시 피조물 벨라는 의사가 되기를 택하며 창조자의 위치에 올라. 영화는 신의 전능함을 부정하면서 이들에게 <킬링 디어>의 스티븐에게서 앗아간 신의 전능함을 부여하고 있는 셈이야. 절대적 존재의 통제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던 전작의 인물들을 생각하면 그 자체로 요르고스 란티모스 세계관의 전복처럼 느껴져. 다만 결말은 완전한 전복이라기보다 어떠한 인물에게는 반복되는 세계관이기도 해. [프랑켄슈타인]은 인간의 욕심으로 탄생한 생명체의 파국을 그렸지만 <가여운 것들>은 벨라를 긍정하고 있잖아. 운명을 새로 쓴 벨라마저도 큰 틀에선 감독의 통제 하에 있기에 궁극적인 신은 요르고스 란티모스일까 싶기도 했어. 그럼에도 “벨라 벡스터는 너 스스로 만들어낸거야”라는 갓윈 말대로 [프랑켄슈타인]의 저주를 부수고 거침없이 세상을 흡수하여 탄생한 벨라는 갓윈이 만들 수 없는 다른 차원의 존재임이 분명해. 벨라는 기이할 정도로 원초적이고 한편으론 탈욕적이야. 벨라를 가두려 하는 남성들의 세상을 보기 좋게 무너뜨리고 여성 신체의 자기 결정권을 주장하는 것처럼 보이는 장면들 덕인지 페미니즘 영화로 언급되기도 하는데 성적 욕망엔 충실하지만 세속적 욕망은 무시하는 벨라는 아름다운 신체와 갓윈의 부를 태생적으로 지녔기에 가능하다는 점에서 해석이 분분할 수 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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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포인트01
며칠 전 칸 영화제에서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신작 <카인즈 오브 카인드니스>가 공개되었는데 제시 플레먼스가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어. 엠마 스톤과는 <더 페이보릿: 여왕의 여자>, <가여운 것들>과 단편 <블릿(BLEAT)>에 이은 네 번째 작품이지. 윌렘 대포도 출연해. 게다가 요르고스 란티모스의 <지구를 지켜라> 리메이크 영화인 <부고니아(BUGONIA)>에도 엠마 스톤과 제시 플레먼스가 출연한다는 사실. <유전>, <미드소마> 아리 에스터 감독도 제작에 참여한다고 하니 벌써부터 불편하고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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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포인트02
보는 내내 화려한 프로덕션 디자인에 감탄했어. 역시나 거의 대부분의 장면을 세트에서 찍었다고 하더라고. 실내나 바다 장면 등은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길을 걷는 장면들까지 세트였다니 놀라워. 이 링크에서 자세한 사진을 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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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포인트03
크레딧은 부디 꼭 끝까지 보길! 처음엔 신화를 그린 그림인 줄 알았어. 알고보니 세트의 벽면, 가구, 공간 등을 촬영한 장면이야. 완성도 높은 프로젝트는 그게 무엇이든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작은 개별 부분의 완성도를 높여야만 가능하구나. 당연한 말이지만 새삼 와닿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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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답장왔어요📮
From.엄양
[RE: 눕방일기 79화]좋았습니다.. 단행본 나오면 사야겠어요.
#추천작 #슈거
애플tv에 있는 [슈거] 추천해요! 사람 찾기 전문인 캘리포니아 사설 탐정 '존 슈거'가 할리우드의 유명한 영화 제작자의 손녀를 찾는 일을 맡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이에요. 아직 1화밖에 안 봤지만 콜린 파렐이 맡은 '존 슈거'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이고 연출도 독특하고 스토리도 점점 흥미로워지고 있어요. 평범한 탐정물로 생각하면 오산.
📝레이지 카우의 답장
한 달 반 전쯤 다른 구독자분이 추천해줬던 [슈거]! 진짜 궁금한데 볼 시리즈가 너무 많아서 마음의 짐처럼 있는 작품입니다..😭마침 요로고스 란티모스 하면 떠오르는 배우 콜린 퍼렐 주연이네요. 두 분이나 추천해주셨으니 제가 언젠가 반드시 보고 뉴스레터로 소개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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