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난 소문난 아메온나인 레이지 카우..🐮지난 주말 부산에 갔는데 토요일 내내 비가 왔고 하루 동안 안전 문자를 9통이나 받았어. 그날은 평소보다 더 우울해지더라고. 비에 젖은 양말을 내려다보며 난 여행 때도 즐거울 수 없는 사람이라고까지 생각했어...😭 그런데 친구들을 만나서 맥주 한 잔 털어 넣고 아나고를 먹기 시작하니 기분이 좋아졌어. 최근 본 말인데 못생겼으면 머리 할 때가 된 거고 우울하면 배고픈거래. 친구들과 덧붙인 건 화가 날 땐 운동을 하자는 거였어. 주문처럼 우울할 땐 맛있는 음식! 화 날 땐 운동!이라고 외치고 나면 상황이 바뀌진 않아도 상황의 무게가 가벼워진 것도 같아. 맛있는 음식과 운동으로도 해소되지 않는 슬픔과 분노가 있다면 어느 이야기가 의 마음을 덜어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장마를 앞둔 오늘의 뉴스레터도 준비했어.
|
|
|
#썩은 핑크의 법칙
최근 네이버 웹툰은 중하위권이 진짜라는 글을 봤어. 상위권은 대중적 장르이거나 타겟 연령대가 낮아서 오히려 중위권 이하에 작품성 있는 웹툰들이 보물처럼 숨겨져있다는 건데, 힙합신선의 [썩은 핑크의 법칙](이하 ‘썩핑법’)이 딱 그래. 목요웹툰 인기순 정렬을 하면 모바일 기준 서른 한줄의 작품이 있고 [썩핑법]은 스무 번째 줄에 위치해있으니 한 눈에 들어오는 웹툰은 아니었어. 흔한 캠퍼스 로맨스인가? 개그물인가? 속단하려 할 무렵 관계를 꿰뚫는 통찰력이 심상치 않았어. T 100% 고등학생 배금주는 학원 옥상에서 인생을 뒤바꿀 장면을 목격해. 싸가지 없기로 정평이 난 일타강사가 핸드폰을 붙들고 헤어지자는 여자친구에게 눈물로 호소하는 장면을 엿본거지. ‘사회적 위신, 알량한 자존심, 단단한 자아까지 내려놓고 자신이 주는 만큼 상대로부터 돌려받기를 기대하지 않고 주인 잃은 개처럼 목 놓아 울 줄 아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웠던가…’ 큰 충격을 받은 금주는 1년 반 후 대학교 어느 테라스에서 마주친 장한울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보며 당시의 충격적 호기심과 결심을 다시금 떠올렸어. 사랑, 그거 한 번 해볼만 하겠다고. 가족부터 학창시절까지 다양한 관계가 만들어낸 자아와 상처에 대한 탐구물이자 성장 개그 로맨스 웹툰 [썩은 핑크의 법칙]. 단단하고 날카롭지만 다정한 이 웹툰을 두 번이나 정주행했어. 유료 기준으로는 몇 주 전 완결 났다는 기쁘고도 슬픈 소식이야.(결말 궁금해..아니 완결 나지마..) 7월 둘째 주면 무료로도 완결을 볼 수 있어.
|
|
|
#사랑의 결과가 연애여야 하나요?
"왜 사람은 알려준 만큼 알고 싶어하고
말한 만큼 듣고 싶어하는 걸까.
관계에서 한 발을 내딛으려 할 때마다 느껴졌던
구역감의 정체를 알았다.
나는 한울이의 전부를 알고 싶은데
정작 나에 대해 알려줄 용기는 없다."
[썩핑법]은 ‘영화 토론 동아리’라는, 금주와 한울을 포함 6명밖에 되지 않는 명목뿐인 작은 동아리 회원들과 각 인물들이 과거와 현재에서 만난 관계들로 가지를 뻗어나가며 보편적이지만 개인적인 공통의 트라우마에 대해 기술해.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혹은 ‘나는 고칠 수 없는 사람이야’, ‘나는 사랑받을 수 있을까’ 혹은 ‘나는 사랑할 수 있을까’, ‘나는 혼자이고 싶지 않아’ 혹은 ‘나는 왜 혼자서도 괜찮지 못할까’ 등 습한 바위를 덮은 이끼마냥 주로 마음 안에서도 음지에서 서식하는 혼잣말들이지. 금주는 타인을 의식하고 눈치보며 무리 지으려 노력하는 많은 사람들의 로망을 투영한 캐릭터야. 뛰어난 머리와 제법 예쁘장한 외모, 굳이 고등학교 반 학우나 대학교 동기들의 관심이 필요하지 않은, 누군가 나를 이간질할지라도 당당함이 사라지지 않는 언행. 금주는 지금처럼 첫사랑도 논리적이고 담백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 사랑은 나를 세상에서 가장 빛나는 사람으로 만들어주지만, 세상에서 가장 형편없는 사람으로 만들기도 하니까. 사랑을 하더라도 구질구질한 연애는 하고 싶지 않다고 선언한 금주가 처음으로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자각 이후 사실상 사회성이 박살난 자신이 과연 누군가를 정말 사랑할 자격이 있는지에 대한 불신과 자신의 진실을 털어놓더라도 사랑받을 수 있는 존재인지에 대한 의심에 시달리는 건 이상하지 않아. [썩핑법]의 진가는 불안의 이유를 하나의 서사로 통일하지 않는데에서 드러나.
|
|
|
#우리는 모두 어딘가 망가진 사람
동일해보일지라도 불안은 개개인이 거쳐온 시간마다 지문처럼 다른 결을 가졌겠지. 각자 찾아야 하는 답도 다를테고. 금주의 불안은 어린시절 오랫동안 항암치료를 받았던 남동생과 어린 아들의 치료에 모든 정념을 쏟은 부모로부터 기인했어. [썩핑법]은 금주 외에도 학창시절 이유 없는 따돌림에 비굴하게 버텼던 생존의 과거, 누가봐도 부족할 것 없는 환경이지만 엄마에게 충분히 사랑받지 못했다는 뿌리 깊은 결핍과 애증, 가난이 어떻게 자신을 좀 먹는지 깨달아 덩달아 가난해진 마음, 끊임 없는 비교와 평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자기학대 등 여러 인물들의 자기고백을 담고 있어. 트라우마를 자극하지 않겠냐고? 누군가 죄책감으로 범벅된 나의 감정을 정확히 알아준다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될 때가 있어. 함부로 불쌍한 사람이라 해석하지 않는 평등함이 전제라서 가능한 이야기야. 어떤 표정을 짓고 있든 한 사람의 진실은 자신 외엔 누구도 알 수 없음이 밝혀지는 [썩핑법]의 연출을 좋아해. 누군가는 눈치 보지 않는 금주를 동경하지만 금주는 어릴적 경험으로 아직도 전체 상황을 살피는 습관이 있다고 해. 금주에게 현자처럼 연애 상담을 해준 선배 지유는 정작 자신의 연애가 엉망이야. 늘 생글생글 웃는 친구에게 연애 상담을 했는데 나의 고민은 너무나 하찮게 느껴지는 문제를 안고 있기도 하고. 그런가하면 누군가를 사랑하면서도 누구보다 상처받길 원해. 나 때문에 괴로워졌으면 좋겠어. 사람들로부터 미친듯이 사랑받고 싶은데 사람들과 가까워지면 무서워. 그러니까 나만이 어딘가 부서지고 비뚤어져 고장난 사람 같은 건 당연할지도 몰라. [썩핑법]은 이상한 괴리로부터 고통받는 모두가 불완전한 자신으로서 불완전한 사람들을 구원하고 다시 그들로부터 자신도 구원받는 이야기야. 모나고 깨진 마음에도 서로를 품어줄 다정함은 있거든. 금주가 친구에게 아이돌 그룹을 추천 받은 후 좋아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 세계관 분석 리포트를 작성하듯 말이야.
|
|
|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작가가 다룬 감정의 깊이에 오랜 여운을 느꼈는데 특유의 개그코드도 매력적인 웹툰이야. 답답함 없는 전개와 유머는 어느 분야를 막론하고 귀한 요소지. 무심하게 직구로 던지는 금주의 대사들 사이로 아무렇지 않게 심연을 건드리는 문학적 대사가 끼어들어. 마음을 움켜쥐다가 또 쉽게 지지 않는 인물들 덕에 든든한 웃음이 차올라. 최근 관람한 <인사이드 아웃2>도 생각났어. 어른이 될 수록 우리 안엔 긍정적이거나 원초적인 감정보다는 복잡하고 부정적인 감정의 비중이 커지잖아. 감정들은 성장통마다 긍정적 감정만이 한 사람을 완성하지 않음을 받아들였어. 긍정과 부정, 구분할 수 없는 모호한 중립의 감정들이 뒤섞이는 갈등의 과정은 그 자체로 건강한 자아의 기반이 되었거든. 매일 웃고 싶어. 매일 사랑 받고 싶어. 단 1분도 울고 싶지 않아. 단 한 번의 상실도 겪고 싶지 않아. 난 늘 그렇게 생각해. 하지만 나를 채운 수많은 상실과 결핍, 분노와 눈물, 모멸감과 무력감이 있어서 나와 같은 감정을 겪은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어. [썩핑법]에 등장하는 금주와 한울, 지유와 풀잎, 걸산, 원아도 이 과정을 막 받아들인 참이야. 시인 박준의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는 시가 떠오르네.
|
|
|
#관람포인트01
2022년 지상최대공모전 최우수상 수상작이야. [S탐정 앙드레]가 공개 플랫폼(포스타입)에서 연재한 첫 장편이라고. 작가 개그코드가 맘에 들어서 찾아보니 포스타입에 연재한 여러 단편 웹툰들이 있어. 무료 공개분만 봤는데도 벌써 노빠꾸 전개가 맘에 들어. 아마 [썩핑법]을 완주하면 궁금해질거야.
|
|
|
#관람포인트02
매 회마다 공개되는 표지 일러스트의 팬들도 꽤 있어. 분명 화려한 듯 한데 채도가 살짝 낮아서 각자의 어둠을 가진 인물들의 분위기와 어울려. 작가 인스타 피드를 캡쳐해왔는데 어떤 느낌인지 알겠지!
|
|
|
📮구독자 답장왔어요📮
From.마지막 십새
#추천작 #록키호러픽쳐쇼
75년작 뮤지컬 영화인 <록키 호러 픽쳐 쇼>를 추천합니다. 워낙 유명해서 이미 본 사람들이 많겠지만 장마가 시작되는 여름이면 저는 어김없이 다시 보고 싶어지는 영화예요. 보고싶은 장면 두세개 정도가 명확해서 그 부분을 다시 보는 편인데 며칠 전에는 오랜만에 쭉 다시 봤답니다. 왓챠피디아 베스트 한줄평으로 대신 추천사를 마칠게요. “그 때는 얼마나 놀랐을까”
📝레이지 카우의 답장
[썩은 핑크의 법칙]같은 닉네임의 마지막 십새님..🕊️ 추천 감사합니다😆 그거 아세요..? 저 <록키 호러 픽쳐 쇼> 안봤어요. 명성은 익히 알고 있지만 안 본 영화가 참 많아요. 이번 기회에 이걸 안봤어? 특집을 해볼까봐요. 보진 않았지만 여름에 제격인 영화라는 생각이 들어요! 긴 장마기간 마음이 눅눅해질 때 침대에 누워 이 영화를 보겠습니다!
|
|
|
🖌️답장을 기다려요🖌️
이번 주 뉴스레터는 어땠어?
감상을 나누고 싶은 콘텐츠가 있다면 공유해줘😘
'응답보내기'를 눌러야 최종 완료!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