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친구들과 매주 월요일마다 루틴을 만들었어.(라고 쓰고보니 이번주 월요일에 안했네?) 바로 아침마다 화이팅과 함께 ‘내가 어디가 어때서’라는 말을 외치고 한 주 동안 모은 밈을 공유하는 거야. 진심을 담기 위해 나는 주로 ‘내그아 으어디가 으어때스어~~’라고 외쳐. 눈눈이이라고 습관적으로 나를 의심하고 주눅드는 편이니 역시 습관적으로 괜찮다고 세뇌해보려고. 그러고나면 친구들과 소소하게 웃으면서 월요병을 조금은 없앨 수 있어서 기분이 좋더라고. 이미 안좋은 습관은 차고 넘쳐서 좋은 습관을 새로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최근 자주 해. 부담없는 목표를 세워서 일단 꾸준히 하도록 만드는 거지. 생각해보니 내가 수영을 다닌 지 다음 달이면 만 1년이 되더라. 무릎 수술 여파로 아직도 접영, 평영을 못해서(자유형도 잘 못해서 늘 민망함) 종종 자괴감 들기는 한데 애초에 목표는 자유형으로 25m 레일 안 멈추고 가는 거였으니 이정도면 초과달성 아닐까?👀 의 목표도 궁금해. 어떤 습관을 만들고 싶어?
|
|
|
#베이비 레인디어
지난 4월 큰 프로모션 없이 비교적 조용히 공개 됐지만 이내 넷플릭스 글로벌 1위를 3주 연속 기록한 [베이비 레인디어]는 확실히 올해의 문제작이라 할 만 해. 바텐더가 음료를 살 돈이 없다는 손님에게 베푼 아주 작은 친절, 무료로 제공한 차 한 잔에 41,071건의 이메일과 약 350분의 음성 메시지와 744건의 트윗, 46건의 페이스북 메시지가 뒤따라 올 줄 예상했던 사람이 누구라도 있었다면 애초에 이 드라마는 존재하지 않았을 거야. 무명 스탠드업 코미디언 도니 던(리처드 개드)이 변호사라 자신을 소개한 마사 스콧(제시카 거닝)으로부터 스토킹을 당한 약 4년 반 동안의 자기 기록인 [베이비 레인디어]는 크리에이터 및 작가이자 실화 주인공인 리처드 개드가 ‘도니’를 직접 연기했어. 1회의 시작은 6개월만에 스토킹을 신고하는 도니에게 되돌아온 “왜 여태 신고 안하셨어요?”라는 경찰의 질문이야. 4회에 이르러 같은 질문이 다시 등장하면 그제서야 우리는 의도적으로 지금까지 1회에 등장한 경찰의 시선으로 도니를 보아왔고 ‘도니가 여태 신고를 하지 않은 이유’를 이해하기 위해선 1회 이전의 ‘원점’으로 돌아갈 필요가 있음을 깨닫게 돼. 즉 ‘스토킹을 당한’ 도니가 아니라 스토킹을 당한 ‘도니’의 이야기라는 거야. 게다가 피해자 자신이 아니라면 할 수 없는, 피해자 행동에 대한 의심과 스토커에의 감정 투영과 같은 아슬아슬하지만 본질을 뚫는 질문을 던져.
|
|
|
#자기 혐오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
사람은 얼마만큼이나 자신을 미워할 수 있을까. 자신을 미워하는 사람은 어떤 선택까지 할 수 있을까. 자존감은 지난 몇 년간 시대를 관통하는 키워드 중 하나였어. ‘진짜 자존감의 정체, 자존감을 높이는 방법, 자존감 낮은 사람들 특징’ 등과 같이 범람하는 자존감이라는 단어의 수에 비례하여 자기 혐오도 착실하게 사회를 메우고 있었음을 기억해야 해. [베이비 레인디어]는 가해자의 최후가 궁금한 우리에게 돌연 가해자를 필요로 하는 피해자의 심연으로 끌어들여. “자기 혐오. 전 그걸 사랑해요. 그거에 중독됐어요.”라는 6회의 독백은 앞선 에피소드들에서 이해할 수 없는 선택을 반복하는 도니의 용기 있는 고백이야. 극도로 자신을 혐오할 때는 이 세상에서 누구도 나를 좋아할 사람은 없다는 확신에 차 있겠지. 행복을 꿈꾸면서도 안락한 불행에서 벗어나지 못해. 고통스러운 나에 젖어있는 현재가 익숙해지면 사랑과 관심을 향한 결핍이 집착적으로 커져가지만 그럴수록 건강한 사랑을 주고받을 수 없는 자신에 대한 혐오가 커지는 악순환이 반복돼. 도니는 매일 쏟아지는 마사로부터의 연락이 멈추자 갑작스러운 고요에 오히려 혼란스러워 해. 단 한 번도 매력을 느끼지 못했던 그녀와 관계를 맺고 싶은 강렬한 성충동에 휩싸이기도 하지. 마사가 스토킹 범죄로 징역을 살았던 이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도 페이스북 친구를 허락했어. 자신이 사랑한 테리가 마사로부터 공격을 받았을 때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어. 그가 일하는 바, 경연무대에 서는 공연장, 집 앞까지 사적 공간으로 침범해오지만 도니는 “마사는 아픈 사람이야. 신고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라며 결정적 순간에 그녀가 자신의 삶을 떠나도록 하지 않았어. 이쯤되면 ‘도니가 자처한 거 아냐?’라는 답답함과 ‘애초에 스토킹을 한 사람이 잘못이지’라는 원론적 태도의 불편한 줄다리기가 시작돼.
|
|
|
#벌어진 상처의 냄새
‘베이비 레인디어’는 마사가 도니를 부르는 애칭이야. 이 외에도 다양한 별명으로 그를 부르곤 했는데 합리적 수준을 훌쩍 뛰어넘은 그녀의 맹목적인 추앙은 심지어 도니에게 접근 금지 상태인 순간에도 이어져. 화면 너머 현실세계의 시청자까지 머쓱해질 정도로 도니의 코미디 쇼에 무반응을 보이는 관객들의 정적을 떠올린다면 마사의 찬사 하나하나가 도니 안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을지 짐작할 수 있어. 그런데 도니가 경찰의 질문에 떠올린 건 마사가 아닌 그로부터 몇 년 전 대중적 인기를 누리는 유명 작가 대리언과의 만남이야. 성공을 담보 삼아 정신적, 신체적으로 착취 당하는 그루밍 범죄 피해자이면서도 멈추지 않고 대리언의 집으로 찾아간 자신과 “넌 턱선이 정말 멋져”, “네가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해” 등 되고 싶은 자신으로 보고 말해주는 마사에게 결단을 회피하면서 결핍을 채웠던 자신에 대한 혐오는 자기 파괴적인 방식으로 도니가 정신적인 고립 상태가 되도록 만들었어. 자, 이제 다시 1회로 돌아가보자. “왜 여태 신고 안하셨어요?”라는 질문에 도니가 “모르겠어요” 외에 달리 어떤 말을 할 수 있었겠어. 눕방일기 45화에서 소개했던 [크라우디드]가 떠올랐어. “어릴 적 학대 당한 사람들은 학대 당하도록 훈련 당했고 가해자들은 먹잇감을 발견하는데 익숙하다”는 라이아(아만다 사이프리드)의 대사와 [베이비 레인디어]의 “학대는 저를 온갖 이상한 사람들의 반창고로 만들었어요. 그들은 이 벌어진 상처의 냄새를 맡죠.”라는 도니의 대사는 같은 말이니까.
|
|
|
#이상한 방식으로 사랑을 찾는 사람들
이대로 해피엔딩이면 좋겠지만 행동만큼이나 감정도 습관을 벗어나기 쉽지 않아서 “마사의 음성 메시지는 내 삶의 팟캐스트가 됐다”는 말처럼 도니는 그의 번호를 알아낸 마사의 음성 메시지를 매일 듣고 감정을 폴더별로 분류하며 집착적으로 그녀의 모든 감정 동기를 분석하기 시작해. 마사가 언제 화를 내고 언제 슬픈지, 왜 화를 내고 왜 슬픈지. 일종의 회피처럼 이상증후에 빠져든 이 시기의 도니는 쉴새 없이 음성 메시지를 보내는 마사 못지 않은 광기에 휩싸여 있어. 공황상태의 도니는 여전히 ‘칭찬 폴더’에 있는 마사의 음성 메시지를 들으며 안정을 찾기도 해. 엔딩 장면은 도니가 비로소 마사와 일체화 되는 순간이야. 노트북으로 쓴 메일에 Sent from my iphone을 꼭 덧붙이는 사람에게는 자신이 건넨 차 한 잔이 얼마나 크게 다가왔을지 깨닫는 도니의 표정으로 드라마는 끝이 나.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하는 외로운 사람 앞에 간혹 나타난 친절함이 현재의 모든 문제를 타개하고 원하는 미래를 가져다 줄 유일한 희망으로 둔갑하는 알고리즘을 마사의 입장이 아니라 자신의 입장에서 공감했겠지. 자신에 대한 완전한 이해의 순간이기도 했을거야. 그런 점에서 자신의 경험을 스스로 연기한다는 것만으로도 [베이비 레인디어]는 리처드 개드의 연극치료의 일환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 리처드 개드는 “우리는 모두 실수를 한다. 선악이 분명한 사람도 없다. 모두 각자만의 이상한 방식으로 사랑을 찾는 잃어버린 영혼들이다.”라고 글을 쓴 바 있어. 리처드 개드가 누군가의 잘잘못을 규정하기 위해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 생각하지 않아. 일련의 고통스러운 사건을 통해 피해자조차 자신을 가해자로 의심하기도 하고, 피해자가 가해자의 감정을 동일시 여기기도 하는 과정의 근원에는 사랑으로 자기 확신을 얻고 싶은 개개인들의 외로움이 있다고 전하는 것 같아. 인간은 이토록 연약하고 복잡한 존재라고 말이야.
|
|
|
#관람포인트01
사람들이 리처드 개드의 예전 트위터를 뒤져 마사의 모델이 된 실존 인물을 추적했고, 공격을 받은 당사자 피오나 하비가 영국 언론인 피어스 모건의 토크쇼에 출연해서 친구였을 뿐이고 드라마에 묘사되는 대부분의 일화들은 사실이 아니며 그럼에도 실화라고 표기함으로써 자신을 스토커로 왜곡시켰다고 주장하고 있어. 넷플릭스에 1억 7천만달러의 소송을 제기했다고 해. 제작진은 일부러 실제 사람들을 유추할 수 없도록 많은 부분을 각색 했다고 밝혔고. 이 사실을 듣고 만약 실제 스토커라 할 지라도 자신과 협의 없이 드라마를 만들어 명예 훼손을 했다고 고소하면 과연 인정되어야 하는걸까 고민이 됐어. 어떻게 생각해?
|
|
|
#관람포인트02
[베이비 레인디어]의 원작은 2019년 '에든버러 프린즈 페스티벌'에서 초연했던 연극이야. 리처드 개드는 이 작품으로 당시 각본과 연기 부문에서 2관왕을 했어. 해당 페스티벌은 드라마에도 잠깐 등장하는데 스코틀랜드 수도인 에든버러에서 개최되는 세계적인 예술문화 축제라고 해. |
|
|
#관람포인트03
중년의 여성 스토커는 어떤 옷을 입어야 할까? 배우를 멋지고 아름답게 꾸며줄 의상보다도 더 어려운 미션이 아닐까 싶어. 마사 역의 의상은 그런 의미에서 이보다 더 완벽할 순 없을거야. 마사의 롤러코스터 같은 감정 변화를 반영해서 일부러 어울리지 않는 색상과 패턴을 매치했고, 런던 중고 매장을 뒤졌다고. 이 인스타그램 포스팅에서 다른 사진들도 볼 수 있어. |
|
|
📮구독자 답장왔어요📮
From.일하기 싫은Girl..
[RE: 눕방일기 82화]세상에 세상에 관람포인트에 나오는 조승우Ver 환생-짝사랑-유혹하지말아요는 파일로 추출해서 아이리버 mp3에 넣어서 듣고 듣고 또 들었을 정도로 너무 좋아해서 반가웠어요... 그리고 주잔까지 나오다니 ㅠㅠ (저는 세계관 원작인 룬의 아이들도 열심히 봤답니다) 추억이 코스요리로 나와서 즐거운 수요일 아침이네요.....
📝레이지 카우의 답장
아무래도 일하기 싫은 Girl님은 닉네임부터 저와 뇌가 동기화 되어있나 봅니다😂 저도 <후 아 유> 조승우 라이브 부분만 추출해서 정확히 '아.이.리.버' mp3로 들었답니다. 저는 지난 주 뉴스레터를 쓰고 지금까지도 OST를 듣고 있어요. 추억을 즐겨주셔서 기분이 좋습니다😍
|
|
|
🖌️답장을 기다려요🖌️
이번 주 뉴스레터는 어땠어?
감상을 나누고 싶은 콘텐츠가 있다면 공유해줘😘
'응답보내기'를 눌러야 최종 완료!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