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계정 공유 금지 정책 이후 다들 얼마나 실제로 계정 독립을 했는지 궁금해. 레이지 카우도 수많은 구독가장 중 한 사람으로서 넷플릭스 정책상 계정의 주인을 본가의 TV로 인식하더라고.(난 스마트 TV가 없어..💸) 찾아보니 본 계정과 같은 와이파이를 사용해서 다른 디바이스로 접속하면 한 달까지는 같은 가구로 인식한다는거야. 뜻밖의 넷플릭스 전국민 효도 프로젝트라는 글을 보고 웃었는데 남일이 아니었어. 주기적으로 본가에 방문해서 괜찮을 줄 알았지 뭐야. 지난 방문 때 깜빡 했는지 며칠 전 넷플릭스 방 빼라는 알람이 왔어. 여행중 인증을 받아 임시로 14일 연장은 했지만 곧 끊길 예정이야.. 그래서 가능한 가장 빠른 주말에 본가 가는 KTX를 황급히 끊었어. 뭔가 잘못된 것 같지만 부모님 얼굴 자주 보면 좋지..😂이용 못하는 기간이 일주일정도 생기는데 평소엔 잘 보지도 않다가 왜 불안해지는지 모르겠어. 심각한 구독 중독입니다!

📺볼 수 있는 곳: 웨이브

#사주 블라인드 테스트하는 연애 프로그램

[신들린 연애]는 일주일 간의 합숙생활 전 출연진들이 이성의 사주와 일주동물(ex)하얀 양, 푸른 소)이 적힌 패만을 보고 미리 운명의 상대를 고르는, 일종의 블라인드 테스트로 시작해.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패를 선택하는데 이후 합숙생활 중 실제 호감을 느끼는 상대와 일치하는지, 그리고 내가 뽑은 패의 상대는 정말 나에게 끌리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묘미야. 합숙 후에도 호감 투표 시 상대의 이름이 아닌 일주동물로 안내하는 방식이 이들의 사랑의 방향에 혼란을 주는 의외의 요소야. 물론 보통 사람들에겐 블라인드로 선택한 패가 현재 호감을 느끼는 상대와 일치하는지 더이상 중요하지 않겠지. 문제는 이들의 직업적 특성상 그들에게 운명과 점사는 남다른 무게감을 지닌 예언이라는 점이야. 보편적 가치관과 사뭇 다른 ‘그들이 사는 세상’ 속 연애는 스스로는 못 느끼지만 한 발 물러서면 보이는 모순을 관찰하는 다큐멘터리같은 일면이 있어. 그들의 독특한 직업을 활용해 채운 낯선 장면들은 확실히 타 연애 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는 [신들린 연애]만의 킬러 콘텐츠야. 블라인드 테스트 때 패를 고르기 위해 가방에서 무구를 꺼내고, 가장 잘 하는 음식이 무엇이냐는 인터뷰에서 제사음식이라 답하거나, 호감 가는 상대를 신당에 데려가서 할머니(신령님)에게 소개시켜주고 싶다고 말하는 광경을 어디에서 볼 수 있겠어. 그래서인지 첫만남부터 이성으로서의 탐색과 호기심보단 동종업계 직업인으로서의 연대의식과 경계가 공존하는 광경은 신선하면서도 약점일 수 있어. 궁극적으로 우리가 기대하는 건 그들이 무슨 일을 하든 사랑에 빠지는 타인의 모습이니까.

#운명에 갇히거나 넘어서거나

난 가용 시간에 비해 봐야할 콘텐츠는 많으니 선택은 보수적인 편이야. [신들린 연애]도 컨셉은 흥미로운데 내 시간을 쏟아도 될지 고민하던 중 봐야겠다고 결심한 계기가 된 결정적인 장면이 있었어. 친한 선배가 트위터 짤을 하나 보내줬는데 출연진 한 사람이 자신이 고른 상대가 블라인드로 선택한 운명패가 맞는지 묻는 인터뷰에 “아니요. 그런 거 고려 안했습니다. 그냥 그걸 다 배제하고 선택했습니다.”라고 답하는 장면이었어.(현재 내 최애) 운명은 존재한다고 출연진 모두가 믿으면서도 운명에 갇힐지 아닐지는 본인의 선택인데, 그 괴리 사이에서 점술가들은 도대체 어떤 갈등과 선택을 할지 궁금했거든. 지금까지 지켜본 결과 점사에 맹신하는 사람일수록 점사에 맞게 현재를 바꿔버린 뒤, 점사대로 되었다고 믿는 경향이 컸어. 반면 정말 신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사실상 이들 중 가장 미스터리하고 인간의 영역을 초월한 무당들이 정해진 운명으로부터 오히려 유연한 태도를 보이는 모습도 흥미로워. 운명은 있으나 그대로 따르지는 않을 거라는 거지. 신령님께 간절히 부탁해보겠다고. 내 최애 무당이 한 말이 인상적이었어. 결국 우리는 모두 인간이라는 거야. 현실을 사는 사람들. 무엇도 내 통제대로 살 수 없으니 운명에 갇혀서도 안된다는 말처럼 들렸어.

#MZ샤머니즘의 이유

내가 지난 주 사주 본 얘기 잠깐 했잖아. 나한테 절대 내년까지 연애하면 안된다고 했거든. 지금까지도 살이 많이 껴서 고난이 펼쳐질 텐데 연애하면 더 힘들어진다는 말을 듣고나니 이 말을 따라야할 것 같은 심정이 되었어. 그런데 생각해 봐. 만약 그 사이에 서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됐는데, ‘난 내년까진 누굴 만나선 안되는 운명이야’하며 인연을 거절한다면? (파워 N이라) 이 대사를 [신들린 연애]에 출연한 내가 상대에게 뱉고 그 장면을 다시 내가 방송으로 보는 상상을 해봤거든. 그랬더니 현재 출연진 중 점사에 얽매여있어서 내가 제일 답답해하는 어떤 출연진의 얼굴이 겹쳐보이는거야. 과거를 바라보면 불행하고 미래를 바라보면 불안하다는 말이 있어. 우리는 미래를 알면 불안이 사라질 줄 알고 타로, 사주, 신점의 힘을 빌리곤 해. 하지만 그렇게 받아든 미래마저 또 다른 불안의 시작같아. [신들린 연애]는 우리가 미래에 얼마나 얽매이고 있는지 자각하게끔 돕는 거울치료같아. 팬시한 일러스트 굿즈의 일환으로 요즘만큼 부적이 유행하는 시대는 없었어. MZ 샤머니즘이라는 단어를 작년부터 종종 보고 있어. 여느 때보다 불안하고, 불안을 잠재우고 싶은 시대이기도 해. 현재의 선택에 집중할 것. 앞서 말한 내 최애 무당의 행보가 이에 대한 답이 되어줄 거야. [신들린 연애]가 마지막 회를 남겨두고 있는 가운데, 운명을 거스른 만남과 운명을 따른 만남의 끝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부디 운명 밖의 선택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관람포인트01

사실 아쉬운 점도 많아. 초반 시청을 고민했던 이유 중 하나는 공중파 연애 프로그램에 대한 불신 때문이었는데,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달까. 단점 세 가지를 뽑아봤어. 

#관람포인트03

유튜브에 미방분이 드물..게 올라오는데 본방보다 재미있다는 반응이 많아. 직업이 공개되고 각자 무구 자랑하는 미방분이 재미있어서 가져와봤어.

📮구독자 답장왔어요📮

From.타는 쓰레기

[RE: 눕방일기 86화]읽을 때마다 글자가 뇌까지 가지도 못했던.. 그 [시지프 신화]!! 잘 정리해주셔서 이제야 이해했습니다^^ 이거였구나..?

📝레이지 카우의 답장

이거..맞았나요..? [시지프 신화]는 읽으면서 제 문해력을 의심하며 자괴감이 드는 책이었읍니다..너무 어려워요😂 나만 그런게 아니었다는 사실에 안도하며...사실 그래서 지난주 뉴스레터 보내고 틀린 내용 있을까봐 쫄아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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