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일이야. 부산 살 땐 한 번도 안가다가 막상 부산을 떠나니 너무 가고 싶더라고. 문제는 4일에 샌드위치 연차도 내고 주변에 부국제 간다고 소문을 잔뜩 내놨는데 예매 대실패로 한 장도 못구해서 그냥 부산 놀러가는 사람 됐어..😅 대부분 내년 개봉 할 테니 천천히 기다리는 수밖에! 레이지 카우는 집에 있는 걸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이지만 오늘만큼은 세계관을 잠깐 깨볼게. 내가 음식(안주)에 진심이거든. 부산에서 2년 살았던 자부심을 가지고 영화제를 가는 구독자들을 위해 맛집 몇 개 추천해줄게. 해운대와 다리 한 번만 건너면 가까운 광안 쪽에서 골라봤어. 사실 난 원도심 쪽이 전문인데 분량 상 다 넣을 수가 없었어. 혹시 궁금하다면 인스타그램으로 DM줘!😋
광안사카바 - 꼬치가 미쳤어! 한두명이 가면 좋은 작은 이자카야야. 친구들과 모든 닭구이 꼬치를 시켜먹었어. 쯔쿠네 꼭 먹어줘.
바스터드 - 분위기랑 음악이 다하는 사운드 칵테일바! 다시 보니 메뉴에 음식도 꽤 있네? 분위기가 압도적이어서 기억나는 건 그저 행복했던 기분과 위스키! 2차로 추천해.
솔탭하우스 - 다소 시끄럽고 안내가 친절하진 않지만 자리만 잘 잡으면 광안리 해수욕장이 바로 보이는 캐주얼한 피맥집. 갈 때, 나올 때 바다를 끼고 산책 할 수 있어서 여길 다녀온 종합적 경험은 늘 낭만적이더라.
피기 비스트로 - 나 여기서 생일파티 했었어.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을까? 평범한 날도 특별한 날이 되어버리는! 멋진 맛과 와인! 메뉴 특성상 저렴하진 않은데 맛있어서 주체하지 못하고 늘 파산 엔딩..
아라생선구이 - 노포 좋아해? 해운대 동네 주민들이 사랑하는 오래된 맛집이야. 당연히 생선구이는 미쳤고 매운탕도 시켜먹길. 부산 매운탕은 보통 방아잎과 제피가루가 들어가서 입맛만 맞으면 정말 시원하고 맛있어.
메밀집 - 영화제 갔으면 밤에 술을 마시겠지? 다음날 숙취가 심하겠지? 그럼 여기가서 물막국수를 시켜. 막국수계의 평냉같은 맛인데, 면을 국물에 여러번 풀어서 마셔봐. 속이 풀리면서 만두가 먹고 싶어질거야.
#아메리칸 셰프
온오프라인 어디에서든 넷플릭스 오리지널 [흑백요리사]를 하루 한 번이라도 안보고, 안듣고 지나갈 수 없는 요즘이야. 장르 통틀어 [흑백요리사] 온라인 화제성은 최근 몇 년 간 이례적인 기록이야. [식객]에 열광했고, [미스터 초밥왕]과 [요리왕 비룡]을 보며 자란 한국인들에겐 당연한 결과 같기도 해. 오늘은 [흑백요리사]를 보며 떠올랐던 영화 <아메리칸 셰프>를 소개할게. 워낙 유명한 음식영화라 굳이 소개할 필요가 있을 지 고민했는데, 두 작품 사이 꽤 비슷한 점들이 보였어. 파인다이닝과 대중음식점의 완전히 다른 목적성과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확장해가는 미식의 경험, 결국은 요리를 매개로 좋아하는 일을 가장 잘하고 싶은 사람들의 건강한 스포츠라는 점에서 말이야. “빈속으로 절대 보지 말 것”이라는 강렬한 포스터의 경고가 납득되는 푸드 포르노의 정수 <아메리칸 셰프>에서 시각적 경험을 최대한 제외하고 이야기하는 데에 도전해볼게. 참고로 <아메리칸 셰프>는 10년 전 내가 마케팅했던, 굉장히 애정하는 영화야😊 당시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하긴 어려웠지만 완성도 높다고 생각했던 요소들을 처음으로 말할 수 있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
유명 파인다이닝 셰프 칼 캐스퍼(존 파브로)가 명성과 직장을 잃고 추락하는 계기가 당시에도, 지금도 시대상을 관통하는 아주 중요한 설정이라고 생각해. 칼은 원치 않는 오너의 메뉴 선정 이후 신랄한 악평을 남긴 한 평론가와 감정적인 트위터 설전으로 오명을 남겼거든. 읽는 사람만 읽고 지나갈 줄 알았던 평론이 트위터에서 수많은 RT를 타고 퍼져나가고, 평론가에게 보낸 메세지는 모두가 볼 수 있는 공개적 답글이었고, 온라인은 유명인을 단어 하나만으로도 매장할 수 있는 대중 친화적 플랫폼이었다는 요소들이 연쇄적으로 일으킨 파장은 어마어마했어. 소셜 미디어의 영향력을 잘 알지 못했던 칼의 실수지. 본업으로선 궤도에 올랐지만 정작 가족과 미디어에는 소원한 중년 셰프 칼은 이 사건으로 변화하는 시대에 적응해야한다는 과제를 부여받으며 인생 2막을 반강제적으로 맞이해야만 했어. 이를 계기로 평생 해왔던 요리와 개인 삶을 돌아보게 된 칼은 무엇이 자신을 행복하게 하는 요리인지 질문하게 돼.
파인다이닝은 여전히 접근성, 대중성이 높지 않은 일부를 위한 장르처럼 여겨지지만 특히 부정적 평가가 빠르게 퍼져나가는 소셜 미디어의 영향으로 이전보다 이 세계를 둘러싼 단단한 성곽이 많이 무너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파인다이닝과 대중음식점은 목표가 분명히 다르기에 비교가 무의미한 부분이 있는데, 파인다이닝은 굳이 표현하자면 모두가 한 번에 이해해야할 필요가 없는 순수예술에 가깝기 때문에 파인다이닝의 정점에 있던 셰프 칼은 갑작스러운 범대중적 가치판단에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지. 더군다나 마지막 오명을 남긴 메뉴는 자신의 선택도 아니었으니 말이야.
#파인다이닝 셰프의 푸드트럭 도전
완전히 처음부터 경력을 다시 쌓아야 하는 칼이 원하는 대로 만들고, 원하는 곳에서 팔 수 있는 푸드트럭에 끌린 건 당연해. 요리의 본질은 먹는 대상에 있어. 대접받은 이가 만족해야 완성되는 분야니까. 만족이 타인으로부터 채워져야하는 직종은 근본적으로 불행해지기 쉽다고 생각하는데, 일정 수준에 이르면 스스로 추구하고자 하는 실험이 생길 수 밖에 없잖아. 만족의 방향이 타인에서 나로 향하게 되는건 자연스러운 수순일거야. 하지만 매일 별점으로 평가받고, 점수는 매출로 직결되는 구조 안에서 도전이 과연 쉬울까. 두 목적의 충돌은 요리가 좋아서 시작한 칼이 더이상 좋아하는 요리를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았어. 트위터로 망한 칼을 구원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트위터야. 입소문을 탄 칼의 타코 푸드트럭은 트위터로 매일 랜덤한 장소를 알리고, 사람들이 위치를 공유하며 몰려드는 방식이지. 기존 파인다이닝 셰프로서 쌓아둔 성취를 모두 내려놓고 나서야 칼은 다시 자신과 사람들 모두가 행복한 요리를 할 수 있게 됐어.
#좋아하는 일에 이름을 건 사람들
요리 경연은 일정 시간 내에 최고의 기록을 내서 상대를 이겨야한다는 점에서 스포츠와 흡사하단 생각을 해. 어느 순간부터 뛰어넘어야 하는 대상은 자신이라는 점도. 경쟁자도 나와 같은 간절함과 노력으로 시간을 채워왔기에 서로를 존중하는 스포츠맨십은 [흑백요리사]에도 적용 돼. 최선을 다해서 정정당당하게 겨루고 결과에 승복한다. 이것이 모든 요리 경연 장르의 기본이잖아. 하지만 승패만 남는 요리 프로그램에 마음이 움직일 순 없어. 맛있다, 맛없다 순식간에 답을 내려온 음식을 거슬러 올라가니 만드는 사람이 있는거야. 한 사람이 살아온 궤적이 음식에 이야기를 만들어. <아메리칸 셰프>가 칼의 실패 없이 푸드트럭을 사는 장면부터 시작했다면 사람들이 열광했을까? 가상일지라도, 푸드트럭에 줄을 선 손님들은 그냥 쿠바 샌드위치가 아니라 최고의 셰프가 잃었던 커리어, 자유, 자존심을 다시 일으켜세운 음식을 먹은거야.
영화엔 ‘행복’과 ‘불행’이라는 말이 꽤 자주 나와. [흑백요리사]도, <아메리칸 셰프>도 좋아하는 일에 이름을 건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해. 물론 꼭 최고가 되어야 행복한가 되물을 수 있겠지만. 무엇을 해야 행복한 지 정확히 아는 사람들이 멈추지 않고 프로로서 자신을 다듬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언제나 내겐 뭉클하더라고. 지금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 좋아하는 일에 치열하게 몰입하고 있어? 난 살면서 한 번 쯤은 후회 없을 만큼 좋아하는 일에 내 모든 걸 쏟아보고 싶어.
#관람포인트01
<아메리칸 셰프>는 존 파브로 감독이 타코 푸드트럭 셰프 로이 최를 만나 영감을 얻은 영화야. 이후 둘이 넷플릭스 [더 셰프 쇼]에서 유명 셰프, 스타들의 요리를 탐험하는 다큐멘터리를 함께 하고 있어. <아메리칸 셰프>에서 칼이 동료 몰리(스칼렛 요한슨)에게 만들어준 파스타 레시피가 [더 셰프 쇼]에서 공개됐다고! 존 파브로 감독은 <아이언 맨> 시리즈로 유명하지만 정말 요리에 진심이구나 싶어.
#관람포인트02
<아메리칸 셰프> 보면 먹고 싶은 두 가지 메뉴가 생길거야. 바로 쿠바 샌드위치와 스칼렛 요한슨 파스타! 두 가지 레시피를 가져왔어.
📮구독자 답장왔어요📮
From.아침부터 토레타 마시는 사람
[RE: 눕방일기 93화]궁금했던 만화 [위국일기]에 대한 글이네요!!!! 요즘은 방 안에 둘 공간이 없어 종이책 만화 구매를 지양하지만.. [위국일기]는 어쩐지 종이책으로 구매해서 읽고 싶어져요!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레이지 카우의 답장
11권이라 소장 전 고민할 수 있지만 강력 추천합니다! 저도 미어터지는 책장을 당당히 차지하고 있어요. 어느 권이든 집어서 후루룩 봐도 늘 감동이 오더라고요. 글이 마음에 많이 남는 작품이라 꼭 종이책으로 여운을 느끼면 좋겠네요! 구매하면 인증 남겨주세요😊(그리고 2년 전까지 전 토레타를 박스로 주문해서 집에 쟁여두곤 했었어요. 숙취에 좋습니다..tm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