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테 너무너무 궁금한 게 하나 있어. 이거 묻고 싶어서 일주일 기다렸잖아. 최근 구독자라면 모를 수 있겠지만 눕방일기가 주차별로 영화, 책, 시리즈, 만화를 소개하기 시작한 건 올 초거든. 원래는 그때그때 내가 보고 좋았던 걸 추천했는데 시리즈 비중이 높았어. 본업이 있다보니 지속 가능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그리고 내가 다른 전문지보다 깊이는 부족해도 다양성으로는 승부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변경한 운영 방식이었어! 덕분에 예전엔 주말에도 약속 못잡고 집에서 드라마만 보고 있었는데, 요새는 그 정도는 아냐. 현생에 숨통은 트였지만 시의성을 맞추기는 어려워서 가끔 아쉽더라고. 각각 장단점이 있어. 의 의견이 궁금해. 지금이 좋다vs예전이 좋다 찬반 투표 해줄래? 레이지 카우의 유레카를 위해 의 10초만 투자해줘. 다른 의견도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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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이지 파이터
“선자씨 안에는 사랑이 참 많잖아요.” [파친코] 시즌2에서 이삭(노상현)이 선자(김민하)에게 한 대사야. 다른 의미로 사랑이 참 많은 나는 서바이벌 예능이 힘들어진 지 좀 됐어. 많은 도전자 중 꼭 마음 가는 사람이 생기고, 대상의 거취가 걱정되어 전전긍긍하고, 온 마음을 다 해서 응원하고, 매순간 사랑을 조회수나 투표수, 숫자로 증명해야줘야 하는 서바이벌식 사랑은 너무 힘들어. 게다가 사랑했던 서바이벌 예능 출연자들의 계보를 훑자면 [댄싱9] 시즌1,3(2013, 2015) 이선태는 마약 유통으로 복역중이고, [고등래퍼] 시즌1(2017) 최하민은 아동 추행 혐의 유죄 판결을 받았고, 마지막으로 온 마음을 다한 [프로듀스 101 시즌2](2017)의 내 원픽은 PD 투표 조작으로 최종 데뷔조에서 제외되었거든. 조작이 밝혀진 건 3년 후였으니 당시 얼마나 내가 납득할 수 없는 분노에 휩싸였는지 알겠지? 이런 과정을 겪으며 스스로를 위한 응원도 부족한 만성피로 직장인은 불필요한 감정소모를 줄이고자 자연스레 서바이벌을 멀리하게 된거야. 그런데 7년 만에 갑자기 서바이벌 예능 2편을 동시에 보고 있는 나… 어찌된 일일까. [오징어 게임]과 [더 글로리]도, [눈물의 여왕]과 [선재 업고 튀어]도 안 본 내가 [흑백요리사], [스테이지 파이터](이하 ‘스테파’)를 지나칠 수 없었던 건 다 논리적인 이유가 있어.
📺볼 수 있는 곳 : 티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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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 서바이벌 전문 엠넷
발레, 한국무용, 현대무용 세 가지 장르 남자 무용수들의 계급전쟁 [스테이지 파이터]는 [스트릿 우먼 파이터], [스트릿 맨 파이터]에 이은 댄스 서바이벌이야. 물론 스트릿 시리즈 이전에 [댄싱9]이 있었음을 (구)팬으로서 언급하고 넘어갈게. 댄스 장르 전문 서바이벌에서 나름의 헤리티지(?)가 있는 엠넷은, 이번 프로그램 출연자를 ‘남성’으로 국한시키면서 오로지 타고난 몸의 형태와 이를 기반으로 테크닉을 평가하는 피지컬 미션을 첫 계급 결정전으로 내세워. 얼마나 무용이 잔인하고 불공평한 예술인지 끊임없이 강조하면서. 추석 연휴 버스 귀경길에서 아무 생각 없이 선공개 영상을 틀었다가 젊은 남성들의 살색이 노골적으로 드러나서 머쓱했음을 고백해.([댄싱9]은 본가 TV로 당당하게 봤는데, [스테파]는 방에서 혼자 폰으로 봤어.) 게다가 첫 방송 전 마케팅 영상으로 홍석천의 티져 리액션을 촬영하다니, 시청자가 무엇을 보길 바라는지 너무 투명해서 (현)예능 마케터로서 감탄이 나올 지경이었지. 그러니 어쩌겠어. 응해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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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진 비난과 비례하는 프로그램 인기
[흑백요리사]와 [스테파]는 전혀 다른 분야이고 미션도 다르지만 장르 특성상 겹쳐 보일 때가 있었어. [흑백요리사]에서 가장 말이 많았던 레스토랑 미션에 “넷플릭스가 갑자기 엠넷 됐다”는 누군가의 댓글이 기억나. 엠넷이 그동안 쌓아온 업보를 한 마디로 정리했다는 생각이 들어. 엠넷스러운 서바이벌이란 무엇인가. 제일 먼저 갈등 조장이 떠올라. 그래서 악마의 편집이 있고, 그로 인해 존중받지 못하는 출연진이 생기지. 같은 CJ ENM 안에서 한 곳은 유달리 시골, 여행, 힐링을 좋아하고(tvN), 다른 한 곳은 대중이 한 개인을 공개적으로 평가하고, 줄 세우기만 하는 게(Mnet) 참 신기한데, 두 채널의 타겟이 크게 다르지 않는다는 점도 재밌어. 개인에 대한 지나친 해석과 비난이 동시에 벌어지는 공개 평가의 시작이 사랑이라는 게 무섭지 않아? 그러니까 시청자가 욕하는 엠넷식 저열한 미션은 사실 시청자가 가장 좋아하고 있다는 반증이야. 오랜만에 서바이벌 예능을 보며 실감했어.
[스테파]는 정말이지 ‘엠넷이 엠넷했다’ 싶은데, 대중의 길티플레저를 자극하는 연출을 기가 막히게 잘하면서도 내부 편집 일정이 빠듯한지, 어제부로 고작 4회차인데 벌써 자막 위치가 잘못 들어가거나, 소리가 빠지거나 잦은 기술 실수를 비롯해서 야심차게 세 장르를 모아두고 한 장르만 유난히 통편집 하는 등 편집 퀄리티가 너무 떨어진다는 평을 받고 있어. 이밖에도 K-POP 음원을 글로벌 차트에 띄우려는 의도가 뻔한, 장르와 전혀 맞지 않는 경연곡 제작, 한국무용 댄스필름 미션에서 불분명한 캐릭터 해석과 계급간 역차별이 드러난 안무 비중과 촬영 구도 등 여러 면에서 팬들의 분노를 사고 있지. 그런데 엠넷이 정말 대중 반응을 예상치 못했을까? 시장은 솔직하잖아. 수요 없는 공급은 없어. 욕이 쏟아져도 매출이 나오니까, 욕이 있어야 화제성을 얻으니까. ‘제작진들을 향한 욕이 없는 서바이벌은 성공할 수 없다’가 내가 내린 결론이야. 그런 점에서 기꺼이 천박함을 자처하는 제작진도 대단하다고 생각해. 제작진에 대한 부정적 의견을 삼키고 싶진 않아. 대중의 사랑을 기반으로 진행되는 서바이벌에서 사랑의 대상을 보호하지 않는 것만큼 이율배반적인 일이 어디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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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위있는 자가 천박한 서바이벌을 구한다
이와중 [흑백요리사]와 [스테파] 모두에서 감명 깊었던 것은 ‘천박한’ 서바이벌 시장 안에서 ‘품위’를 잃지 않는 몇몇 출연진들이었어.([스테파] 출연진이 사용한 단어인데 너무 와닿지 뭐야.) 최근 몇몇 친구에게 조심스레 고백한 가치관이 있어. ‘품위론’이랄까. 난 속으로 사람들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품위가 있어. (참고로 스스로 품위 없는 사람 1대장이라 생각해서 이 기준이 타인에게도 엄격한 듯 해) 친구가 대체 품위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가 뭐냐길래, 그들에겐 죄송하지만 두 프로그램의 출연진을 예시로 설명을 해줬거든. 방송적 연출이겠지만 상대를 죽여버리겠다거나, 다 밟겠다거나 하는 류의 말들은 자신 얼굴에 침뱉기 같았어. 품위있다고 생각한 출연진들은 일단 말이 많지 않더라. 책 한 권을 읽은 사람이 제일 위험하다는 말이 있잖아. 자신의 노력에 떳떳한 사람은 자신감이 있었고, 또 그만큼 다른 경쟁자들의 시간을 존중하기에 겸손하기도 해.
무용도 스포츠의 일환임을 생각하면 [스테파] 무용수들 나이가 대부분 20대 초중반이어서 최고참 선배라는 무용수도 다 나보다 어리더라고. 경연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모두 이미 동년배 중 잘하는 사람일텐데, 그 안에서 퍼스트, 세컨드, 언더 계급으로 나뉘는 게 얼마나 자존심이 상하겠어. 독보적인 소수를 제외하고 모두 엎치락 뒤치락 하는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심사단에게 혹평을 들으면 내 멘탈로는 “난 쓰레기야. 은퇴할거야.” 하거나, 상대방 탓을 할 텐데 다음 평가 때 지적을 개선하려고 노력하고, 덕분에 자신이 잘못하고 있다는 걸 알았다고 반성하는 등 실제 감정은 다쳤을지언정 직업인으로는 수용적 태도로 상황을 타개하려는 사람들을 보며 성숙한 마인드셋이 존경스럽기까지 했어. 그들의 품위가 [흑백요리사]와 [스테파] 제작진이 실패한 부분까지 포함해서 프로그램을 완성시켰다고 봐. [흑백요리사] 에드워리 리와 [스테파] 최호종처럼. 만화나 무협지의 주인공처럼 등장하는 무림 고수들을 부러워하다가도 그들이 나와 다르게 쓴 시간의 질을 생각하게 돼. 본인이 사랑하는 직업에 대한 맹렬한 존중이자 책임이겠지. 어떤 기술을 극단적으로 연마하여 경지에 오른 사람들에게선 장르 불문 비슷한 분위기가 풍기는 듯 해. 매일 불만족스러운 삶을 둘러싼 모든 것을 불평하는 내 모습이 갑자기 부끄럽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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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포인트
나 요새 친구한테 [스테파] 얘기만 하는 것 같거든? 좋아하는 무용수 등급, 비하인드나 미공개, 선공개 공유하기, 무용수가 유튜브에 올린 옛날 댄스필름 공유하기 등… 내 픽은 만인의 최애인 한국무용 최호종, 기무간 무용수. 그리고 아직은 지켜보는 정도인데 계급 전쟁에서 떨어지면 화나는 출연자로는 발레 김경원, 정성욱 무용수, 현대무용 고동훈, 이창민 무용수, 한국무용 김종철 무용수가 있어. 영업 영상 몇 개 가져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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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용 장르가 엄청 뜨고 있어. 왜냐면 [스테파]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 둘이 있거든. 사실 모든 장르 통틀어 레벨이 다른 최호종, 가장 개성 강한 기무간 무용수 덕이야. 둘이 한국무용 댄스필름에서 주역을 두고 경쟁했는데 본편 카메라는 너무 별로라 차라리 이렇게 연습영상 찍은게 더 멋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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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파]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한국무용의 최호종 무용수 안무 영상이야. 발레에서는 서로 질투나 견제가 너무 심해서 안무 선정 과정이 그다지 좋아보이지 않았는데 최호종 무용수가 “경쟁이라는 타이틀 하나로 작품의 질이나 퀄리티가 조절되어서는 안된다”고 난이도 조절 안한 안무를 낸 거야. 그런데 또 수긍하며 이를 선정한 한국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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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무용 안무창작 투표에서 선정되지 않았지만 난 이게 제일 좋았어. 경연용이 아니라 공연용같아서! 근데 방영분 보니 표현력 위주라 탈락했더라고. 평소 현대무용 공연 정기적으로 보러 가는데 제일 좋아하는 무용단이 초기 한예종 출신이 모여 창단한 LDP무용단이거든.(지금은 다른 출신도 많음) 고동훈 무용수도 한예종 출신이어서 내가 좋아하는 움직임인가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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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답장왔어요📮
From.스윙칩
[RE: 눕방일기 95화]매달 1-2권의 책을 읽고 있는데, 사실 소설은 잘 읽지 않아. 소설보다 좀 더 공부가 되는(?) 책을 읽게 되더라고. 근데 이번에 레카소에서 소개해 준 소설은 제법 재밌을 것 같아서 관심이 생겼는데, 마침 노벨 문학상을 배출한 국가가 되었으니(?) 야심차게 회사 도서관에 예약 신청을 했어! 레카소 덕에 새로운 콘텐츠를 접하게 되었어. 고마워!
📝레이지 카우의 답장
그거 알아? 책 소개 할 때 제일 쫄리는 거😅 그래서 책 소개 후 좋았다는 피드백이 제일 반갑더라! 안도도 되고 말이지. 나는 소설만 읽어서 의식적으로 비문학을 읽으려고 노력하는데 이렇게 사람마다 취향이 다른 거 재밌지 않아? 다음엔 추천하고 싶은 책도 남겨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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