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온 몸으로 공격성을 방출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추천해줄게. 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성난 사람들]이야. 원제가 [Beef]인데 소고기 말고도 불평하다는 뜻이 있더라고. 스티븐 연을 비롯해 다양한 한국계 미국인과 아시아인들이 주인공이야. 미국사회 안에 정착한 이방인이자 내부인으로서의 아시아인들의 삶을 묘사하고 있어. 경제적 상황이 여유롭지 않고 되는 일마다 뭔가가 가로막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불행한 도급업자 대니얼 조와 회사 매각을 앞두고 스트레스의 한계에 다다른 에이미 라우는 도로에서 우연히 보복운전으로 악연을 맺게 되는데, 인연이라면 인연인 두 사람이 극의 끝까지 끈질기게 얽히며 삶이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그린 드라마야.
분노가 머리 끝까지 차올라 언제든지 타인에게 화살을 돌릴 준비가 되어 있는 두 사람은 흥미롭게도 서로를 미친듯이 혐오하면서도 이 드라마 안에서 가장 본질적으로 닮은 사람이야. 두 사람 모두 실질적 가장으로서 집안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고, 끝없이 찾아오는 일과 책임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해. 그럼에도 가족들로부터 진정으로 이해받고 있다는 정서적인 안정감도 느끼지 못하지. 오히려 대니는 자신의 초라함을 계속해서 확인해갈 뿐이야. 에이미는 다정한 남편과 사랑하는 딸이 있지만 과연 조건 없는 사랑이 가족 사이에서도 가능한가에 대한 의구심을 품고 있을 만큼 근본적으로 자기 긍정에 실패한 사람이야. 그렇기에 시작은 마치 분노조절장애 환자들의 단순한 트러블같지만, 이들의 만남이 운명적이라 느껴지는 이유는 결국 자신도 자신을 알 수 없는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이기 때문이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