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이후에 대해 생각 많이 하는 편이야? 나는 죽은 후의 삶이 이어지는 아이러니한 서사에 흥미가 많아. 그래서 이번 주 소개해줄 작품은 시놉시스를 보자마자 이건 봐야해!를 외칠 수 밖에 없었어. 바로 박서련 작가의 소설 ‘둘이 먹다 하나가’와 정영롱 작가의 만화 ‘죽어도 모르는’의 합작프로젝트인 [제사를 부탁해]야. 매번 거짓말만 하던 친구 ‘박정서’가 죽을병에 걸렸다는 말을 하고 정말로 죽어버린 후, 제사상 코디네이터라는 이색 직업을 가진 ‘권수현’이 그녀의 1주기에 제사상을 차려달라는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는 짧은 이야기야. 수현의 시선에서 정서를 떠올리고, 제사를 지내기 위해 정서의 집으로 향하는 과정은 소설로, 유령이 된 정서의 시선에서 친구 수현과 딸이 자신을 추모하는 장면을 바라보는 과정은 만화로 그려져있어.
떠난 사람과 남겨진 사람이라는 구도도 그렇지만, 같은 사건을 각자 다르게 기억하는 두사람의 시선이라는 점 만으로도 소설과 만화의 합작에 무척 어울리는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어. 화자의 표정을 알 수 없는 소설로 시작해서 만화로 다시금 그 장면을 재현하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뻥쟁이 정서가 수현에게 거짓말로 애써 위로를 건네는 기억이야. 누군가를 살피는 마음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던 정서의 어쩔줄 모르는 표정은 우리가 상상하는 거짓말쟁이의 천연덕스러움과는 거리가 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