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사 경찰은 백인 우월주의 집단인 제7기병대의 습격을 받아 다수가 살해당하는 ‘백야’ 사건 이후, 자신과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얼굴을 가리는 마스크를 쓰고 다녀. ‘나이트 시스터’로 활동하는 비밀경찰 안젤라 역시 ‘백야’ 때 총을 맞고 가까스로 살아나서 공식적으로는 경찰 은퇴를 한 상태야. 당시 제7기병대를 소탕했다고 여겨왔는데, 몇 년이 지나고 제7기병대원에게 흑인 경찰이 살해당하면서 모든 사건은 다시 시작하게 돼. 안젤라는 이 사건을 시작으로 자신과 가까웠던 동료의 의문사를 다시 한번 겪으며 제7기병대의 음모라 확신해. 하지만 범인을 색출하는데에 혈안이 된 그녀 앞에 자신이 범인이라고 우기는 103살의 의문의 할아버지, FBI가 되어 돌아온 전 ‘실크 스펙터’ 로리 블레이크, ‘오지만디아스’ 에이드리언 바이트의 회사를 사들이고 털사에 거대한 과학단지를 보유한 레이디 트리유 등 낯선 인물들이 나타나고, 본인도 모르는 사이 그 사건의 한 가운데에 서서 진실에 다가가게 돼.
흥미로웠던 건 경찰 외에도 '로어셰크'를 추종하는 듯 디자인을 본딴 제7기병대의 마스크, 자경단원의 마스크 등 가면 뒤에 숨어 서로 다른 신념으로 활동하는 사람들을 한 선상에서 바라보는 시선이야. 초반엔 시대의 흐름에 맞게 인종차별을 화두에 내세우는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후반부로 갈 수록 마스크를 매개로 인간의 공통된 욕망과 감정에 대해 질문하는 듯 느껴졌어. 제7기병대와 왓치맨의 마스크는 근본적으로 다른 개념인지, 보통의 히어로물에서는 감히 묻지 않으니까. 마스크 뒤의 감정이 분노에서 공포였음이 밝혀지는 과정이 전체적인 서사 속에서 무척 설득력 있어. 스포가 될 것 같아 사실 드라마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사람과 사건들을 언급하지 않았는데, 독자적으로 흘러가던 이야기들이 합쳐지며 사건의 진상이 밝혀지는 후반부는 정말 희열이 느껴질 정도야.
친절한 스토리텔링은 아니야. 드라마 초반은 뭔가 내가 놓친 정보가 있나? 라는 감상이 지배하겠지만 그걸 조금만 견디고 보다보면 중후반부부터 모든 떡밥이 회수 되면서 매 순간 대박.. 미쳤다.. 헐.. 이런 원초적 단어들을 외치게 될거야. 보면서 저건 왜 그런거지? 라고 생각되는 모든 부분이 거의 다 밝혀지거든. 그런 지점을 일부러 기획하고 긴장감을 이어가며 이유를 알려주는 작품은 드물잖아. 오히려 이야기의 빈 공간이 드러나는 부분일 때가 많지. 보면서 이렇게 실시간으로 전율이 오는 각본은 너무 오랜만이라 정말 벅찬 감동을 느꼈어. 2009~2010년 쯤부터 영화 <왓치맨> 봐야한다고 일년에 한번씩은 꼭 말하는 친구가 있는데(레카소의 파친코 프로젝트 패턴 디자인을 한 디자이너.tmi), 그 친구가 이 드라마도 추천해줬어. 그 친구 있는 방향으로 절 올리며 마칠게. 참고로 영화 <왓치맨>은 161분이야. 나 러닝타임 짧은거 좋아하는 거 알지? 그렇지만 하나도 지루하지 않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