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내가 잘 쓰고 있는 어플 하나 추천해줄게. 바로 수면 트래커라는 건데, 여러 기능이 있지만 자는 동안 소리가 들리면 알아서 녹음을 해주는 게 좋아. 최근 자는 동안 너무 피곤하고 힘든 느낌이라 코 고는지 궁금해서 깔아봤거든. 그랬더니 다행히 코는 안고는데 엄청 뒤척이고 가끔 끙끙대거나 외마디 비명을 지르더라고..?(악!) 자는 동안의 내가 궁금한 사람들은 한번 해봐. 나는 안드로이드인데 애플에서도 있는지 모르겠어. 비슷한 어플들이 꽤 있으니 꼭 이게 아니어도 괜찮을 거야. 그리고 눕방일기도 2주간 여름방학을 가지려고 해. 7월 19일에 돌아올게. 그동안 나 잊지 말아줘. 구독 취소 하지 말고 많이 보고 싶어 해줘!! 그런 기념으로 💌여기💕에 눕방일기에 피드백이나 응원 한마디 남겨줄래? 난 사실 칭찬만 듣고 싶으니까 좋은 말만 써줘. 혹시나 나쁜말이어도 걱정하지마. 익명이니까 누군지 알 수는 없고 레이지 카우는 밤잠을 못이루겠지..
무려 알림 설정까지 하고 기다려온 넷플릭스 오리지널 [블랙 미러] 시즌6가 지난 주말 공개됐어. SF 기반의 디스토피아 세계관으로는 독보적인 작품이지. 디지털 기기나 과학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근미래가 배경인 블랙 코미디야. 풍자적이고 비관적이지만 정말로 언젠가 일어날 수도 있을 법한 일들에 대한 상상력이 무척 흥미로워. 기술은 도구일 뿐, 결국엔 어두운 인간 심리에 관한 인문학적 접근이 매번 화두를 던져주기 때문에 여운이 많이 남는 편이야. 독립적인 에피소드들로 구성된 시리즈라 이전 시즌을 보지 않았다 하더라도 아무 시즌 아무 에피소드를 골라 볼 수 있으니 진입장벽이 낮은 것도 장점이라고 생각해. 이번 시즌은 총 5편인데 솔직히 기대에 크게 못미치더라고. 웬만하면 좋았던 작품을 추천해주려고 노력하지만 이 서운한 마음을 풀데가 없으니 뉴스레터에 하소연 좀 해볼게.
사실 [블랙 미러]가 꼭 과학 기술을 다뤄야만 한다는 법칙은 없어. [블랙 미러]하면 가장 상징적으로 꼽히는 에피소드 중 하나가 시즌1의 첫 번째 에피소드 ‘공주와 돼지’이니까.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이 시리즈에 기대하는건 역시나 SF적 상상력이라고 생각해. 그런 점에서 이번 시즌은 첫 번째 에피소드 ‘존은 끔찍해’, 세 번째 에피소드 ‘저 바다 너머 어딘가’만이 [블랙 미러]다워.
‘존은 끔찍해’는 평범한 직장인인 존의 일상이 어느날 ‘스트림베리’라는 OTT에서 다른 배우들에 의해 그대로 재연되어 방영되는 이야기야. 현재 미국 작가들이 파업중인건 들었지? AI가 작가의 자리를 대체하는 이슈부터, 스마트폰에 의해서 우리의 목소리가 그대로 수집되거나, 무심하게 넘어가는 불공정 약관 동의, 딥페이크의 부작용 등 현대 디지털 기업의 문제들을 그대로 담고 있어. ‘저 바다 너머 어딘가’는 우주로 미션을 떠난 두 비행사가 ‘레플리카’라는 자신의 몸을 복제한 로봇인간을 지구에 두고 정신을 옮겨다니며 살아가는 일상에서 벌어지는 사건이야. 의식이 몸을 나눠가질 수 있다면? 이라는 질문에서 출발하는 에피소드야. 이번 시즌에서는 그나마 흥미로운 주제였지만 그걸 풀어가는 방식은 이 시리즈 안에서도 이미 더이상 새롭지 않은 패턴이라 이전 시즌에서 느꼈던 신선함이나 충격은 없었어.
게다가 이번 시즌의 5편 중 무려 2편은 69년, 79년 과거로 돌아가기까지 해. 나머지 에피소드들은 약간의 사회적 담론을 넣은 평범한 장르물 그 이상은 아니었어. SF 중심이 아니라 사회 풍자라는 큰 개념으로 주제의 가능성을 확장하고자 하는 의지였을까? 의도가 무엇이든 간에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데에는 실패했다고 생각해. 그래서 아쉬운 마음을 담아 [블랙 미러] 에피소드 몇 개 추천해줄게.
아마 제일 유명하지 않을까 싶은 시즌2 네 번째 에피소드 ‘화이트 크리스마스’와 시즌4 첫 번째 에피소드 ‘USS 칼리스터’, 네 번째 에피소드 ‘시스템의 연인’이야. ‘화이트 크리스마스’, ‘USS 칼리스터’는 시간과 공간을 주제로 한 호러라고 생각해. 풀어내는 방식은 다르지만 둘 다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사람의 정신을 복제한 AI의 인격체에 대해 다루고 있어. ‘화이트 크리스마스’에선 내 취향을 가장 잘 맞춰주는 스마트홈 시스템이기도 하고, ‘USS 칼리스터’에서는 게임 속 NPC이기도 해. 문제는 가상의 존재이지만 현실의 자아를 그대로 가지고 있기에 자신이 AI라는 의식조차 없이 왜 내가 이곳에 갇혀있는지 알지 못한다는 거야. 게다가 무한의 시간 속에 고립되는 공포를 담고 있어서 완전히 다른 이야기이지만 비슷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느꼈어.
‘시스템의 연인’은 영화 <더 랍스터>가 떠오르는 부분이 꽤 있어. 이 세계관 안에서는 완벽한 짝을 찾아주는 시스템에 따라야하는 법칙이 있어. 시스템은 여러 커플들의 만남을 주선하고, 만난 사람들은 서로의 유효기간을 확인해. 12시간일수도, 5년일수도 있어. 다만 이 시간이 애정도와는 비례하지 않아. 오래 만나고 싶은 사람은 하루만에 헤어져야 하거나, 정말 숨쉬는 것도 듣고 싶지 않은 사람과 몇 년을 만나야하기도 해. 이 속에서 유효기간과는 반대로 서로에게 끌림을 느낀 두 주인공이 내리는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흥미롭게 지켜볼 수 있을거야.
소소한 관람포인트1. 스트림베리
이번 시즌에 등장하는 OTT의 이름이야. 넷플릭스를 패러디한 사이트인데, 실제 사이트까지 만들어놨어. 내 사진을 넣으면 원제인 John is awful에 맞춰 ** is awful 포스터를 만들어줘. 문제는 만들려면 마케팅 캠페인에 사용할 수 있다는 동의를 해야하는데, 이 에피소드를 본 사람이라면 약관 동의에 선뜻 손이 가진 않을거야😂
소소한 관람포인트2. 시리즈 역대 최악의 에피소드
이번 시즌에서 다섯번째 에피소드인 [메이지 데이]는 imdb에서 5.7점을 기록했어. 모든 시즌을 통틀어 최저점이야. [블랙 미러] 에피소드들은 보통 7~8점 이상이고, 정말 낮아야 6점대였던걸 생각하면 최악인셈이지. 기안84의 [패션왕]에서 우기명이 늑대인간으로 변하는 순간의 황당함을 기억하는 사람들 있을까? 이 에피소드를 보면서 오랜만에 그 장면이 떠오르더라고. 여기까지만 할게..
소소한 관람포인트3. [블랙 미러] 공식 노래?
매 시즌마다 이 노래가 한번씩은 꼭 삽입됐어. 바로 Irma Thomas의 Anyone Who Knows What Love Is. 시즌1 ‘핫 샷’, 시즌2 ‘화이트 크리스마스’, 시즌3 ‘보이지 않는 사람들’, 시즌4 ‘악어’, 시즌5 ‘레이철, 잭, 애슐리 투’, 시즌6 ‘존은 끔찍해’까지. 이노래가 나오는 [블랙 미러] 장면만 모아놓은 영상들도 있더라고. 이런 디테일 난 너무 좋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