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고백하는데 나도 최애가 있어. 벌써 7년차야! 빨리 질리기로 유명한 나지만 이렇게 오래 누군가를 좋아해보는 건 처음이야..(수줍) 사실 얼마전에 최애의 디지털 싱글이 나왔는데 웃을 일 없는 팍팍한 일상에 이렇게 찐 웃음이 나올 수 있다니 새삼 놀랐어. 무려 아침 7시 출근길에 뮤비를 보는데 잇몸이 마르더라고. 날 웃게하는건 영화도 아니고 최애밖에 없구나 감동받았지 뭐야. 2주 전에 뉴스레터에서 갑자기 오빠 얘기를 했는데, 사실 우리 오빠는 정신과 의사야. 오빠가 그 때 같이 해준 이야기가 있어. 사람이 좋아하는 게 3가지는 있어야 한대. 한가지가 끝나거나 멈추더라도 대체할 수 있는 뭔가가 있어야 사람을 지탱한다고 그러더라고. 요즘의 난 최애가 지탱해준 것 같아. 최애의 활동이 끝나면 또 무엇이 날 지탱해줄까? 좋아하는 것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 좋아하는 것들이 사라지지 않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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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반점 #요약
지난 2주간 너무 외로운 인물들의 이야기만 소개한 것 같아서 이번 주는 분위기 전환을 해볼게! 훌륭한 밥 친구가 되어줄 드라마 [택시 반점]이야. 웨이브에서 볼 수 있어. 한참 입맛을 잃은 와중 식욕 세포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게 큰 공헌을 해주었어. 주인공 하치마키는 동네마다 맛있는 중화반점을 꿰고 있는 택시운전사야. 우리나라도 택시 기사 맛집이라는 타이틀에 권위가 꽤 있잖아. 일본도 그런 맥락이 있는 모양이야. [택시 반점]은 하치마키가 중화반점에서 맛있는 식사 한끼를 먹는 과정에 보통 사람들의 희로애락을 슬쩍 곁들이는 휴먼 드라마야. 일본에서 실제 운영 중인 식당을 간다는 점에서 [고독한 미식가]가, 사람들의 인생을 들려준다는 점에서 [심야식당]이 떠오르는데 아마도 그 타겟을 고려해서 만든 양산형 드라마같아. 주인공이 택시 기사라는 점, 그리고 중화 요리만 먹는다는 점이 이 드라마의 차별화 요소야. 대단히 신선하지는 않지만 예상되는 만큼의 기대감은 충족시켜준다는 뜻이야. 이탈리안 파스타가 아니라 일본식 나폴리탄이 땡길 때가 있잖아. 러닝타임도 25분 정도라 깊이 집중하고 싶지는 않은데 공백은 허전할 때 보기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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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상담소
첫 화부터 하치마키의 손님은 ‘어디로 가야하죠 아저씨’를 묻는데, 사정인 즉슨 오랫동안 준비해온 프로젝트의 발표가 오늘이고 아내의 출산예정일이 앞당겨져 곧 아이가 나올 것 같다는 거야. 이후로도 이혼하러 가는 부부, 지친 퇴근 길의 직장인, 꿈을 포기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는 청년, 정년퇴직을 한 중년, 목적을 밝히지 않는 의문의 아이 등 다양한 사연을 지닌 손님들이 택시에 타서 하치마키에게 맛있는 중화반점을 추천받고 또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곤 해. 고민의 무게는 제각각이지만 하치마키는 소란스럽지 않고 사려깊게 툭 무심한 위로를 전하는 패턴이야. 그런데 인간 꽈배기로서 소신 발언 한 번 해볼게. 먼저 택시에 타서 기사에게 말을 시키는 손님이 현실성이 있나? 기사가 말을 걸지 않는 서비스로 유명해진 타다의 나라에서는 도통 감정이입하기 어려운 설정이었달까. 두 번째로 하치마키가 던지는 짐짓 현명한 한 마디에 인생의 고민이 해결되는건 너무 안일하지 않나? 마지막으로 젊은 여성 손님이 아저씨 택시 운전사와 계속해서 술을 마시고 싶어하는건 엄청난 남성 판타지가 아닐까? 이런 점 때문에 팔짱을 끼고 보는 장면도 있었어. 그런데 왜 추천하냐고? 그야 메마른 침이 절로 돌게 만드는 먹음직스러운 중화요리 먹방 때문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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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식로컬 중화요리
한정된 위를 만족스럽게 채우기 위하여 신중하게 메뉴를 고르고 요리 과정을 지켜보다 당장 한 입 먹고 싶은 충동을 느끼고, 메뉴가 나오길 애타게 기다리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시킨 메뉴를 구경하다가 저걸 시킬 걸 그랬나 흔들리는 사이 이윽고 나타난 요리를 맛보는 첫입의 두근거림까지 맛있는 요리를 기다리는 사람의 마음을 꿰뚫어 본 것이 틀림없는 장면의 나열들에 감탄했어. 특히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중화반점식 차슈 라면과 카레라이스가 흥미로웠어. 이야기는 다소 나이브하지만 컨셉의 본질을 ‘중화요리’로 좁혔다는 점, 지극히 로컬스러운 음식 드라마를 기획한 야심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어. 더 놀라운 점은 실제 가게의 주인이 배우처럼 출연해서 주문을 받고 만들고 내어준다는거야. 매 화가 끝나면 최소 몇 십년이 된 가게의 주인들을 인터뷰하고 다른 대표 메뉴들을 보여주는 짧은 다큐멘터리가 붙어있어. 그 장면이 좋아서 끝까지 보게 되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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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기대하는 방법
앞에서 꼬인 마음으로 불평했지만 초면인 사람에게 나도 모르게 아무에게도 하지 않은 말을 술술 하게 되는 기이한 경험을 해본 적 있을 거야. 도로 위 좁은 공간에서 일정 시간을 단 둘이 공유하면서도 완벽한 타인인 택시 기사에게 한 번쯤 풀리지 않는 내 고민을 흘려버리고 싶은 충동이 이해가 되긴 해. 그리고 음식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영원 불멸의 소재이지. 우리는 바빠서 밥 못먹었다는 소리를 들으면 사람이 아무리 바빠도 밥은 먹어야지! 라고 화를 내는 밥의 민족이잖아. 스트레스 받거나 지칠 땐 식욕부터 사라지곤 하는데 그럴 때일 수록 스스로 잘 먹이는 것도 나를 지탱하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해. 그러니 집에서 맥없이 누워서 끼니를 거르고 있다면 당장 [택시 반점]을 켜보도록 해. 내일도, 모레도 아무 기대되는 일이 없을 땐 점심에 먹을 메뉴라도 미리 정해놓아보는 건 어떨까? 나는 3화에 나온 물만두가 아른거리네. 한 끼가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순간의 위로는 해줄 수 있을지도 몰라. 잘 먹고 우리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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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포인트01
택시 기사 블루스라는 엔딩곡이 묘하게 귀에 맴돌아. 가수 이름은 한자를 읽었을 때 취탕천사인데, 정확한 이름을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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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포인트02
일본 여행을 앞둔 사람이라면 여기 등장하는 식당에 가보고 싶어질거야! 실제 식당을 모아서 소개해둔 블로그가 있어. 일본어라 알아서 해석이 필요해…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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