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하루 연차를 쓰고 떠나는 2박 3일 휴가가 이번 주 금토일 예정되어있어. 그런데 계속 그 기간만 비 소식이 있지 뭐야😇 게다가 KTX 파업으로 돌아오는 차편이 취소됐다고 방금 문자를 받았어. 난생 처음 템플스테이를 가보려는데 과연 내 마음은 평화를 찾을 수 있을까? 월요일에 출근 할 수 있을까? 돌아올 차표는 없어 보이는데 심란해서 외면중이야. 어떻게든 되겠지..?😭 비는 멈추고 무사히 집에 돌아올 수 있도록 다들 원기옥을 모아줘. 번뇌를 비우러 갔다가 더 키워 오고 싶지 않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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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안페촐트 #어파이어개봉기념
독일에서는 물론이고 현대 영화사에서 중요한 감독 중 한 사람인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신작 <어파이어>가 오늘 개봉해. 베를린국제영화제 은곰상을 수상했어. 2020년 구작인 <트랜짓>(2018) 개봉을 시작으로 <운디네>(2020), <피닉스>(2014)까지 연달아 개봉하며 국내에 반향을 일으켰는데, 이름은 들어봤지만 아직 영화를 본 적은 없다면 이번 기회에 한번 시도해봐. 국가와 사회의 역사 안에서 개인의 사적 감정을 구체적 순간으로 한정해 묘사한다는 점에서 <비기너스><컴온 컴온> 마이크 밀스 감독이 떠오르기도 했어. 다만 마이크 밀스 감독는 미국의 역사 안에서,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은 독일의 역사 안에서 살아온 인물을 그리기에 영화의 분위기는 사뭇 달라. 동독과 서독의 분단을 겪었던 나라이자, 아우슈비츠를 만든 전범국가로서 독일 고유의 역사는 그 자체로 특정하기 때문이야. <바바라>를 보지 못해서 이 작품은 논외로 하고, 국내 개봉한 세 작품 <피닉스><트랜짓><운디네>에 대해 소개할게. 모두 우열을 가리기 어렵게 좋지만 <어파이어> 관람 전 단 한 편을 먼저 봐야한다면 <피닉스>를 추천하고 싶어. <피닉스>는 웨이브에서, <트랜짓><운디네>는 구글 플레이와 네이버 시리즈온에서 개별 구매로 볼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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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닉스 #요약
아우슈비츠 생존자인 넬리(니나 호스)는 극적으로 살아남았지만 얼굴에 치명상을 입어 성형수술을 받아야만 해. 원래의 얼굴을 원하는 그녀에게 의사는 절대 그렇게 될 수 없다고 말하지. 돌아갈 과거는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유대인이었던 일가 친척들의 사망으로 유산을 상속받은 넬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생애 가장 유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상태야. 그러나 그녀에게 남은 유일한 가족, 독일인 남편 조니(로날르 제르피르)는 정작 성형으로 얼굴이 바뀐 넬리를 알아보지 못해. 넬리를 넬리라 부르는 대신 아내의 사망을 증명하지 못해 유산을 받지 못하고 있으니 넬리를 연기해주면 유산을 수령한 후 나눠주겠다는 제안을 해. 그렇게 진실이 거짓을 연기하는 기묘한 동거가 시작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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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결말
조니를 사랑하기에 넬리는 자신을 연기하며 조니가 추억하는 넬리의 자리를 대체하고 싶은 열망에 휩싸이고, 아우슈비츠에 끌려간 이유가 조니의 배신 때문이라는 사실로부터 도망치며 믿고 싶은 거짓을 만들어내곤 해. 영화는 틀렸음을 알면서도 멈출 수 없는 비극적 사랑 이야기이면서도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은유를 놓치지 않아. 넬리의 귀환을 연기하는 그 날, 일상을 태연히 재현하는 조니와 이웃들(독일인) 앞에서 도저히 아무일이 없었던 것처럼 되돌아갈 수 없는 생존자 넬리(유대인)는 스스로도 믿어보려 했던 가짜를 결국 깨부수고 현실로 나아가. 새로운 현재와 반대로 과거를 복원하려던 넬리는 기이한 연극 속에서 절대 아우슈비츠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는 현실을 직면했을 거야. <피닉스>의 마지막 5분은 손꼽게 인상적인 결말이었어. 살아남은 자의 일갈이 이토록 아름답고 우아할 수 있나 싶으면서 역사가 해친 한 개인의 중요한 존엄이 소멸되는 순간을 목격할 수 있거든. 마지막 5분을 위해 꼭 봐야만 하는 영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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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 사람과 남겨진 사람
<트랜짓>은 세계 2차 대전 당시 나치를 피해 망명하던 난민들을 21세기 현대로 태연하게 옮겨놓았고, <운디네> 역시 물의 정령 ‘운디네’ 설화를 베를린을 배경으로 재해석한 영화야. 가상의 고대 설화부터 가까운 과거의 역사를 현재로 불러오면서도 그 안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떠나는 사람들의 감정을 특유의 서사로 풀어낸다는 점에서 <피닉스>에 이어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작품이라는 것이 분명히 느껴져. <트랜짓>에서 “누가 먼저 상대를 잊을까요? 떠난 사람일까요? 남겨진 사람일까요?”라는 대사가 있어. 난 이 대사가 감독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말이라 생각했어. 내가 본 페촐트 감독의 작품들은 사회적 사건들이 차용된다는 점에서 직접적인데 인물들이 느끼고 주고 받는 감정들은 모호하거나 생략적으로 묘사되곤 해. 섞일 것 같지 않은 두 레이어를 겹쳤을 때 비로소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존재하지만 명명하기 어려운 틈새의 감정들이 하나의 인격처럼 혹은 유령처럼 떠도는 듯 했어. 시대와 사건이 무엇이든 우리는 아마 모두 한 번쯤은 떠난 사람이거나 남겨진 사람이었을거야. 국가 역시 역사를 담은 큰 의미의 공간이라 한다면, 위의 관계에서 비롯된 보편적 감정을 독일이라는 공간을 매개로 풀어내는 독자적인 이야기들에 매혹되지 않을 수 있을까? 실제 <운디네>의 주인공 운디네는 도시개발 역사학자로 나와.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은 가장 독일적인 사랑 영화의 대가라는 생각이 들어. 그런데 이번 신작 <어파이어>는 불을 매개로 한 영화인만큼 기존 작품들과는 결이 다른, 가장 밝은(?) 영화일거라고 해서 정말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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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포인트01
현재 크리스티안 페촐트 감독의 페르소나로는 <어파이어>의 파울라 베어를 손꼽곤 해. <트랜짓><운디네>에 이은 세 번째 영화거든. 페촐트 감독 영화에선 익숙한 얼굴들이 자주 보여. 이전엔 니나 호스와 <옐라><열망><바바라><피닉스> 네 작품이나 함께 했어. <바바라><피닉스>의 로날드 제르피르, <피닉스><트랜짓>의 프란츠 로고스키 등 남배우들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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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포인트02
역사 3부작으로 꼽히는 <바바라><피닉스><트랜짓>에 이어 원소 3부작인 <운디네> 다음의 두번째 작품이 <어파이어>야. <운디네>는 물, <어파이어>는 불을 다뤘어. 마지막은 공기인데 바로 다음 작품으로 찍을 예정은 없다고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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