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사전투표하고 여유롭게 누워있어? 나는 바보같이 사전투표가 금~일인줄 알고 지난 일요일로 모든 외출 계획을 몰았다가 투표장 앞까지 가서야 토요일에 끝났다는 걸 알았지 뭐야. 겨울이었다면 하루 쉬는 날 집에만 있고 싶은데 외출해야 한다니(집순이에겐 문 밖을 나서면 모두 일정입니다) 견딜 수 없었을 테지만 날은 맑고, 벚꽃은 날리고, 선선한 바람에 기분이 좋아서 뭐든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야. 기나긴 겨울이 끝났어!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나는 얼마나 4월을 기다렸는지 몰라. 문제는 마음에 헛바람이 들어서 (언제나 그렇지만 유달리) 사무실 바깥을 뛰쳐나가 맥주나 차가운 스파클링 와인을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는 거지. 정신 차려보면 곧 여름이겠지? 다들 지금부터 에어컨 청소 준비해야하는 거 잊지마. 수도권 거주중이라면 내가 업체 하나 추천해줄게. G대로케어라고, 요즘 시대에 전화 예약 밖에 되지 않는 약간의 불편함은 있지만 합리적인 가격! 친절한 사장님! 깨끗한 청소! 모두 맘에 들어서 두 번이나 이용하고 친구에게도 추천했어. (내돈내산 리뷰야🤣) 다들 미리미리 다가올 햇빛을 준비하자구!
|
|
|
#미키7
“지금껏 죽어 본 중에 가장 멍청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 같다.”라는 지금까지 읽은 소설 중에 가장 인상적인 첫문장이 등장하는 소설 [미키7]은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 <미키 17>의 원작 소설이야. 본래 작년 말이나 올해 초 개봉했어야 하지만 헐리우드 작가 파업 영향으로 늦어졌는데 최근 개봉일을 25년 1월 28일로 확정지었다는 소식을 들었어. 그래도 우리나라가 전 세계 최초 개봉이라니 다행인걸까? 영화 개봉에 맞춰서 소설을 소개하려고 작년부터 아껴두고 있었다가 황망한 마음에 미리 [미키7]에 대해 이야기 하려 해. 개봉 전까지 [미키7]을 읽으며 영화를 상상할 시간은 충분하니까.
|
|
|
#인간의 죽음을 대신할 복제인간
지구가 아닌 다른 우주 행성으로 이주하여 살아가는 미래의 디아스포라를 배경으로, 얼음으로 뒤덮인 행성 니플하임에서 개척민 소속의 소모 인력인 미키 반스는 더 중요한 동료들 대신 목숨이 위험한 일을 하고, 때론 죽고, 여러번 되살아나는 ‘익스펜더블’이라는 역할을 맡고 있어. 그리고 제목에서 짐작했듯 가장 멍청한 죽음을 예상한 사람은 미키7, 즉 여태까지 여섯 번 죽었고 이제 막 일곱 번째 죽을지도 모르는 미키의 복제본이야. 죽는 방법은 여러 가지야. 우주선을 고치기 위해 방사능에 피폭되기도 하고, 개척할 새로운 행성에 전원 하차 전 토착 바이러스를 확인하기 위해 어떠한 보호장치 없이 인체 실험대상이 되기도 해. 물자가 귀해 우주선 내 계급에 따라 제한된 열량의 식량을 공급받는 시스템 안에서 익스펜더블은 귀한 단백질로 만들어진 복제'품'이기 때문에 관리자 입장에서도 각 미키들이 오래 살아주는 것이 유리해. 그렇다고 귀한 존재는 아니야. 누가 여러번 죽고 태어나길 반복하는 이 고약한 일을 반기겠어? 미키의 지원 전엔 강제 징집까지 고려했던 데다가 강제로 인간을 재생시키는 역할에 대해 우주선 안의 일부 집단은 종교적인 신념 때문에 노골적인 경멸을 보이기도 해. 미키는 개척단 안에서 아웃사이더로 지내야 하는 존재임을 자의적이든 타의적이든 받아들인 상태야.
|
|
|
#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같은 사람일까?
“테세우스는 나무로 만든 배를 타고 전 세계를 항해했어요. 그동안 배 여기저기가 망가지고 뜯어져 배를 고쳐야 했어요. 몇 년이 지나 집으로 돌아왔을 때 원래 선체를 구성했던 목재는 모두 교체되고 없었어요. 이 경우에 테세우스의 배는 출발할 때와 같은 배일까요? 아닐까요?” “멍청한 질문이네요. 당연히 같은 배죠” “좋아요. 만약 배가 폭풍을 만나 산산조각이 나서 다시 항해를 시작하기 전에 완전히 새로운 배를 지어야 하면요? 그래도 여전히 같은 배인가요?”
익스펜더블은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되도록 자주 기억을 저장해야 해. 백업 데이터 같은 거야. 새로운 버전의 미키가 완성되면 이전의 기억을 다운로드 하는거지. 하지만 이전 버전 미키의 마지막 저장본과 죽음 사이의 기억은 다음 버전의 미키에겐 언제나 존재하지 않아. 잃어버린 기억의 구멍이 늘어가는 미키는 자신의 죽음을 녹화된 영상으로 확인하거나, 동료들의 설명을 믿는 방식으로 타인의 죽음을 전달받듯 공백을 메워야만 해. 소설은 그리스 신화 ‘테세우스의 배’에 대해 종종 언급해. 다른 사람들에게 미키는 불멸자이고 비록 미키7은 미키1의 기억을 내 기억처럼 떠올린다 해도, 산산조각나서 한 번에 목재를 교체한 새로운 테세우스의 배, 미키7은 같은 기억을 지녔다는 이유만으로 미키1과 같은 사람일 수 있을까? 모두가 죽었을 거라 생각했던 미키7이 죽지 않고 방 안에 돌아왔을 때 새로운 미키8과 마주치게 되면서 이 질문은 실체 없는 관념이 아니라 실존의 문제가 돼.
|
|
|
#봉준호 감독이 선택한 이야기
[미키7]을 읽는다면 누구라도 봉준호 감독의 선택에 고개를 끄덕이게 될거야. 자연스레 문장마다 영화화된 장면을 떠올리곤 했어. 소설은 조금 과장하자면 그동안 봉준호 감독이 전작들에서 다루고 매혹되었던 주제와 소재의 집합체같아. 시니컬한 블랙코미디 장르로서의 특징이 뚜렷하거든. 봉준호 감독은 늘 기존의 규칙이 붕괴되어가는 중이거나 붕괴된 이후의 세상을 그렸다고 생각하는데, 현실 세계에서 평범한 개인이 살해를 저지르거나(<플란다스의 개><살인의 추억><마더><기생충>) 세상이 물리적으로 완전히 무너져 버리거나(<도쿄!><설국열차>), 초현실적 크리쳐가 등장하는(<괴물><옥자>) 세 가지로 크게 나눠볼 수 있어. 이 세상에서 감독이 카메라에 담기로 결심한 건 어쨌든 살아야하는 소시민들의 구체적 삶의 한 장면이야. 거대한 담론과 사소한 일상과의 간극이 벌어질 수록 감독은 웃을 수 없는 상황에서의 실소를 기어코 만들어내곤 하는데, 이 시그니쳐같은 엇박의 유머는 수직적 사회구조에서 발견한 균열에서 탄생해왔어. 그래서 <미키 17>을 감히 지금 예측해본다면 인간의 욕심으로 생명력을 다한 지구(<괴물>)로 인해 재생산 된 우주 행성 내의 계급사회(<설국열차>)와 미지의 크리쳐(<괴물><옥자>)를 기반으로 결국 인간 존재론적인 질문을 던지는 영화가 될 것 같아. 사실 봉준호 감독의 필모그래피 중 실망했던 유일한 두 작품 <설국열차>와 <옥자>가 하필 모두 글로벌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미키 17>은 염려스럽기도 해. 하지만 제목에서처럼 미키의 버전이 7이 아닌 17로 바뀌며 더 많은 버전의 미키의 서사가 추가되었을 거라는 점, 봉준호 감독이 원작 소설 출간 전부터 미리 각본 작업을 했다는 점 등 독자적인 세계를 만들었으리라고 기대해.
|
|
|
#관람포인트01
브래드 피트의 제작사 플랜비가 제작하는 <미키 17>은 화려한 캐스팅으로도 화제를 모았어. 미키는 로버트 패터슨이 확정이고, 마크 러팔로, 스티븐 연, 틸다 스윈튼도 출연 예정이야. 각각 어떤 인물일지 대략 예상이 되지만 실제로도 맞는지 궁금해. 이번 영화의 제작비는 무려 1억 5천만 달러라고 해. 첨부한 영상은 1년 전 공개된 티저야. 로고가 17번의 획으로 나누어진 연출을 보고 배운 변태라고 생각했어. 마지막 18번째 획이 등장하는 걸 보니 소설 속 미키7과 미키8이 영화에선 미키17과 미키18으로 각색되었나봐.
|
|
|
#관람포인트02
[미키7]의 후속작인 [미키7 : 반물질의 블루스]가 작년 말 발간되었어! [미키7]의 결말을 읽고 이렇게 끝난다고? 싶었던 터라 후속작이 반가워. 뉴스레터를 쓰다 알게 된 소식이라 아직 읽어보지 않았는데 영화 개봉은 1년이나 남았으니 이 책도 조만간 읽고 후기 남겨볼게. |
|
|
#관람포인트03
소설을 읽으며 생각나는 영화가 있었어. 바로 <더 문>(2009)이라는 작품이야. 작년 개봉한 한국 영화가 아닌 샘 록웰 주연의 영국 영화야. 왓챠에서 볼 수 있어. 저예산 SF영화인 <더 문>도 복제인간을 독립한 자아로 인정할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되는 영화야. 결국 이 담론은 정신과 육체 중 무엇이 인간으로서 우선되는가로도 확장될 수 있을 것 같아. 그런 의미에서 눕방일기에서도 리뷰했었던 [블랙 미러6]의 세 번째 에피소드 ‘저 바다 너머 어딘가에’도 생각났어.
|
|
|
📮구독자 답장왔어요📮
From.스윙칩
[RE: 눕방일기 70화]소개해 준 소설을 읽을 자신이 없지만 소설 소개가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삶이 우리의 의지대로 통제할 수 없다는 멘트가 인상 깊었고, 마음에 새겨봅니다. 내가 부족해서 내 삶이 이렇게 흘러온 것이 아니고, 내가 노력하지 않아서 내 삶이 이렇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는 마음을 먹어봅니다. 우리 모두 잘 살고 있어요!!
#추천작 #별을 품은 소드마스터
요즘 네이버 웹툰 <별을 품은 소드마스터>를 열심히 보고 있습니다. 눕방일기에 어울리지 않는 콘텐츠일 수 있지만, 회빙판이 아닌 정통 판타지라 너무 재밌습니다. 아날로그 감성이 물씬 난다고 할까요? 아직 연재 초반부라 1주일에 1편씩 올라오는 것이 감질맛나지만.. 재미있으니 버틸 수 있답니다.
📝레이지 카우의 답장
[4 3 2 1]을 소개하고 너무 무거운 소재를 썼나 반성중이었는데 스윙칩님의 리뷰가 얼마나 힘이 되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레이지 카우도 매일매일 귀신과 도깨비 이야기, 환생한 햇살캐와 북부대공 사랑이야기 등등 웹툰 즐겨 본답니다. 추천해주신 웹툰도 정주행 시작했는데요! 오리지널 각본이 보기 드문 요즘 정통 판타지라 새로운 재미였어요. 추천과 정성스러운 후기 감사합니다💍
|
|
|
From.애프터선
[RE: 눕방일기 73화]며칠 전에 지인과 <킹콩> 얘기를 하다 '나오미 왓츠'의 얼굴은 선명히 떠오르는데 이름이 죽어도 기억이 안 나는 거에요. 니은(ㄴ) 들어가는 것까지만 기억이 났는데 지인한테 힌트 달라고 하니 니은(ㄴ)을 주고..ㅋㅋㅋㅋ 결국 '나'까지 힌트를 얻어냈지만 그래도 맞히지 못했다는 슬픈 이야기.. 얼마 안 되어서 비슷한 에피소드를 들으니 반갑네요. 저는 뉴스레터 말미에 소개하신 [빅 리틀 라이즈]를 무척 좋아하는데 <카페 드 플로르>는 아직 보지 않았어요. 보고 싶은 영화로 저장해놨다가 감성적이고 싶은 어느 날 봐야 겠어요. 추천 감사합니다!
From.엄양
[RE: 눕방일기 73화]장 마크 발레 씨 돌아가셨는지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는데 새삼 떠오르네요... 그래서 <데몰리션>을 챙겨봤던 것 같기도 하고..... (이렇게 또 기억이 안난다)
📝레이지 카우의 답장
건망증에 이렇게 공감해주는 분이 많아 가슴을 쓸어내렸지 뭐예요😝 하지만 무서운 사실은 이틀 전 세 끼의 메뉴를 기억해야 정상이라고 합니다. 기억이 안나면 치매 위험이라는 글을 읽고 언제나 조마조마한데요. 저는 어제 입은 옷도 잘 기억이 안나곤 하기 때문입니다. 모두 자기 전 이틀 치의 식사를 떠올려보기로 해요🙈 |
|
|
🖌️답장을 기다려요🖌️
이번 주 뉴스레터는 어땠어?
감상을 나누고 싶은 콘텐츠가 있다면 공유해줘😘
'응답보내기'를 눌러야 최종 완료!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