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요새 수영이 너무 재미있어. 그래서 난생 처음 휴일에 자유수영도 다녀왔더니 너무 뿌듯한거 있지. 심지어 지난 토요일엔 아침에 인왕산 트래킹 갔다가 맥주 한잔 하고 사람들과 헤어진 뒤에 바로 수영장에 갔어. 처음엔 자유형으로 멈추지 않고 25m 가는 게 목표였는데 이제는 평영과 접영도 배우고 있어. 사실 평영 배운지 5개월 차이지만 아직도 두 번 헤엄치고 멈추긴 하거든? 게다가 접영은 머리와 몸이 따로 놀아서 매번 수치스러워. 운동은 잘 할 필요 없어서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정도가 너무 심한 것 아닐까 슬프더라고. 일 할 때도, 퇴근해서도 잘 하는게 하나도 없는 느낌? 그래도 최근에 뭐가 제일 재밌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퇴근하고 조금 멀리 있는 정류장까지 일부러 걸어가는 시간과 수영이 떠올랐어. 어떤 건 그냥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있기도 한가봐. 물론 자꾸만 성과를 내고 싶어하는 습관이 끼어들지만. 에게도 물어볼게. 최근에 뭐 할 때 제일 재밌어?(🗣️???:눕방일기 볼 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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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드니 빌뇌브 감독의 <컨택트>는 대답하기 어렵다고 소문난 ‘인생영화’를 묻는 질문에 고민없이 답할 수 있는 영화야. 그래서 원작 소설인 테트 창의 [당신 인생의 이야기] 중 ‘네 인생의 이야기’를 몹시 기대하며 읽었다가 어떠한 문장도 이해할 수 없었던 슬픈 기억이 있어. 수학과 과학을 포기한(능동형이 맞는 표현일까?😭) 문과생으로서 소설은 나를 두고 혼자 성큼성큼 걸어가는 친구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기분이었달까.(같이 가..) 이 때의 트라우마로 인해 SF 장르는 볼 때 용기가 필요한 편인데 최근 넷플릭스 [삼체]는 SF 소설계의 노벨문학상이라고 하는 휴고상을 아시아 작가 최초로 수상한 중국 작가 류츠신의 동명소설 원작에, [왕좌의 게임] 제작진과 제작사 플랜B 작품이라 해서 호기심이 생겼어. 기존의 과학적 상식이 완전히 무너지는 현상이 벌어지고 과학자 30여 명이 연이어 자살하는 2024년, 옥스포드 대학 동문인 다섯 명의 과학자들은 스승이었던 베라 교수마저 자살하자 한 자리에 모이게 돼. 과학자들은 왜 죽어가는가. 사건의 배후를 파고드는 PDC(행성방위이사회)와 교수의 죽음에 의문을 갖는 5인방. 앞으로 다가올 거대한 위기가 1960년대 한 물리학자의 개인적인 선택에서 비롯된 운명이었다면? 중국의 문화대혁명이라는 역사 위로 독특한 공상과학 상상력이 덧입혀진 드라마야.
📺볼 수 있는 곳 :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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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대혁명에서 시작한 우주전쟁
[삼체]는 1960년대 물리학자 예원제의 과거와 2024년 옥스포드 5인방의 현재, 그리고 VR게임기 속의 삼체 문명 총 세 가지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 돼. 먼저 세계관의 토대를 이루는 사건인 문화대혁명은 마오쩌둥 주도의 사회주의 운동으로 사실상 마오쩌둥을 신격화하여 이에 대척하는 모든 위험분자를 숙청한 사건이야. 1화는 예원제의 과거에서 시작하는데, 물리학 교수였던 예원제의 아버지는 ‘신을 증명할 수 없다’는 과학자로서의 발언 이후 딸 예원제의 또래 나이로 이루어진 홍위병에 의해 구타 당해 죽음에 이르러. 마오쩌둥을 신으로 인정하지 않는 발언이기 때문이야. 이후 벌목장의 강제 노역에 징집된 예원제는 뛰어난 학술적 재능 덕에 중국이 비밀리에 연구중인 프로젝트에 차출되는데, 어느 날 예원제가 전송한 신호에 자신을 평화주의자라 일컫는 외계행성의 누군가로부터 회신을 받아. ‘내가 먼저 이 메세지를 받은 건 너의 문명의 행운이다. 너희에게 경고한다: 회신하지 마라. 회신하면 우리가 갈 것이다. 너희 세계를 점령할 것이다.”라고. 예상했듯 예원제의 대답은 이후 지구의 운명을 바꾸게 돼. “와라, 우리 문명은 이미 자구력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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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후 찾아올 삼체문명
제목에 사용된 ‘삼체’는 ‘삼체문제(three-body problem)’라는 물리학 용어라고 해. 지구와 해와 달의 궤도에서 시작된 이 물음은 세 개의 물체 간 중력의 상호작용을 일컫는 말인데, 두 개 물체 간의 상호작용은 뉴턴에 의해 정의되었지만 삼체문제에서는 일반해를 구할 수 없다고 앙리 푸앵카레에 의해 증명되었대.(문과는 이 요약도 조금 자신이 없어서 반박시 말이 옳음..😇) [삼체]에서는 이 이론이 VR게임을 통해 3개의 해가 떠오르는 삼체 문명으로 구현되는데, ‘삼체문제’의 정의에 따라 삼체 문명은 안정적인 자연 환경이 찾아오는 ‘항세기’와 3개의 해가 떠오르면 멸망하는 ‘난세기’의 주기를 추측할 수 없어 불안정한 문명을 이어오고 있어. 멸망하고나면 인류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하는 환경인거지. 현재로선 지구보다 몇 백년 앞선 기술을 가진 삼체인들이 지구에 도착하는 시간은 무려 400년 후. 누군가에겐 내 후손이 죽을 때까지도 상관 없는 사건이고, 또 누군가에겐 곧 찾아올 미래를 위해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해야만 하는 사건이야. 인류의 존속을 위협받으면서도 유예기간은 꽤 존재하는 기이한 현재에서 옥스포드 5인방과 PDC는 각자만의 방식으로 삼체인과의 긴 싸움을 준비하기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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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적 메타포
삼체인들의 지구를 향한 ‘너희는 벌레다’라는 저돌적인 경고 메세지가 나타난 이후 혼란에 빠진 세계에서 400년 후의 전쟁을 준비하는 사람과 외면하는 사람으로 나뉘 듯, 이들을 적으로 돌리는 사람과 신으로 모시는 사람으로도 나뉘어. 원작보다 드라마에서 종교적 메타포가 두드러진다고 말하더라고. 삼체는 ‘성부, 성자, 성령’ 모두가 하느님이라는 기독교 용어 ‘삼위일체’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이에 착안한듯 삼체인을 ‘주님’으로 모시는 단체가 존재하고, ‘주님’과 소통하기 위한 신호를 주고받는 배의 이름은 마치 노아의 방주처럼 ‘심판일’호야. 표면적으로는 인류와 외계문명의 전쟁이지만 사실은 문화대혁명같은 역사를 반복하는 사람들과 절대 정복된 적 없는 벌레처럼 끈질기게 인류의 역사를 이어가는 사람들간의 전쟁일 수도 있어. 이 또한 반복되는 인류의 역사의 한 면이겠지. 원작을 읽지 않은 입장에선 과학을 매개로 역사를 풀어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이야기였지만 아쉬운 점도 곳곳에 보여. 삼체 문명이 지구를 감시하고 과학자들을 제어하는 방식에서 여러 의문이 생기거든. 원작 팬들의 리뷰는 별로 좋지 않은 편이더라고. 소설이 담고 있는 깊이가 사라졌다고 해. 오히려 원작이 더 궁금해졌어. 그럼에도 개별 콘텐츠로서 매력적인 주제인건 분명해. 특히 VR게임을 통한 가상현실에서 펼쳐지는 판타지는 시각적으로나 주제적으로나 인상적이었어. 참, 제일 궁금할 질문에 답을 해줄게. 타고난 문과도 볼 만해. 가끔 그들의 말이 그대로 귀를 통과해 사라지긴 했지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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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포인트01
같은 원작을 드라마화 한 중국판 [삼체 : 문명의 경계]도 있어. 찾아보니 원작에 더 충실하다고 해. 그래서인지 영상화한 분량은 넷플릭스 [삼체]와 비슷한 것 같은데 무려 29회차나 돼. 참고로 넷플릭스 [삼체]는 8회차야. 중국판 [삼체]는 티빙에서 볼 수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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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포인트02
과학자들이 준비하는 외계행성과의 전쟁이라 여러 난제 앞의 딜레마가 자세히 그려져. 특히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오펜하이머>가 많이 떠올랐는데, 자신이 만든 기술이 의도치 않게 대량 살상무기가 된다면? 인류의 존속 앞에서 외계문명의 침략을 유도한 사람들의 죽음은 정당한가?라는 질문 앞에서 과학자들은 저마다의 선택을 내리거든. 역사는 거대한 개념같지만 결국 이러한 개인의 선택으로 이루어진 결과이기에 개인의 영향력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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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포인트03
제목을 듣자마자 ‘삼체’가 무슨 뜻인지 이해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나와 같은 수준의 사람들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설명해주는 리뷰 영상을 추천할게. 최근 미디어 사투리를 지적하는 영상으로 유명한 ‘할말넘많’ 채널에서 중국사 관점에서의 리뷰 영상을 올렸더라고. 드라마를 보기 전이든 후든 상관없이 보면 더 이해하기 좋을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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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답장왔어요📮
From.엄양
#추천작 #젠틀맨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젠틀맨: 더 시리즈] 추천드려요! 동명의 영화를 시리즈화한 건데 스피디한 전개와 자극적인 소재, 개성 강한 캐릭터로 지루할 틈이 없습니다. 미워할 수 없는 거친 캐릭터들이 살아남기 위해 진실과 거짓을 넘나드는 상황이 가이 리치 감독 특유의 스피디하고 노련한 연출로 재밌게 담겨 있습니다. 최근에 본 시리즈 중에 제일 흥미롭게 봤어요!
📝레이지 카우의 답장
감독이 자신의 영화를 시리즈로 다시 만들었다니 궁금해지네요! 보통 IP 확장할 때 제작진이 바뀌면서 기존 팬들이 실망하는 사례들이 종종 있잖아요. 레이지 카우가 잘 소개하지 않을 법한 장르라 더욱 반가운 추천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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