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일제 2주차! 의 만족도는? 난 휴일 좋아. 휴일 싫어.를 무한반복하고 있는 상태야. 지난 연휴에도 3일 내내 누워있었더니 정말 행복했는데 출근해보면 휴일이라 하지 못한 업무가 업보처럼 그대로 밀려오더라고. 홀로 사는 집의 청소나 세탁처럼 내 일은 내가 하지 않으면 없어지지 않는게 어른의 삶이 아닐까..! 같이 일할 생쥐라도 있었으면 좋겠어.(생쥐🐭 내 손톱 안먹고 뭐해..?) 난 군것질을 자주 하는 편은 아니야.tmi 요즘은 오래 앉아 있다보니 자꾸 뭘 먹게 되는거야. 지금은 친구가 사놓고 간 해바라기 씨를 까먹으며 글을 쓰고 있어. 한참 죄책감을 줄이려고 올리브영에서 다노 닭가슴살칩을 사먹기도 했어. 의외로 맛있어. 정말이야. 각자 좋아하는 비장의 간식 있으면 알려줄래? 뉴스레터 아래에 있는 설문에 남겨주면 나도 서랍 세번째 칸을 든든하게 채워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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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맡겨진 소녀
매월 한 번씩 모이는 독서모임에서 추천받아 읽은 클레어 키건 작가의 소설 [맡겨진 소녀]를 소개할게. 처음엔 ‘읽는 데에 30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말에 혹했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데에 알고 지낸 시간은 무관하다’는 감상을 듣고 마음을 정했어. 작년 개봉한 영화 <말없는 소녀>의 원작소설이고 ‘타임스’ 선정 21세기 출간된 최고의 소설 50권에 뽑혔다고 해. 작가 자신은 ‘긴 단편 소설’이라고 말하는, 100페이지가 채 되지 않는 [맡겨진 소녀]엔 짧은 한 철의 여름이 담겨있어. 아일랜드의 어느 작은 마을, 부모의 관심과 애정을 모르고 자라온 소녀가 엄마의 임신으로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먼 친척 집에 맡겨지게 돼. “아빠는 왜 제대로 된 작별인사도 없이, 나중에 데리러 오겠다는 말도 없이 떠났을까?” 속으로 감정을 삼키는 데에 익숙한 소녀는 짧은 여름 동안 친척 부부로부터 어른의 사랑과 뒤따라오는 상실을 처음으로 경험해. “아빠가 나를 여기 두고 가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지만 내가 아는 세상으로 다시 데려가면 좋겠다는 마음도 든다. 이제 나는 평소의 나로 있을 수도 없고 또 다른 나로 변할 수도 없는 곤란한 처지다.”라고 생각한 소녀의 여름이 마음에 큰 파장을 일으킨 까닭은 어른이 되는 과정에서 상처는 필연적이고, 성장의 시작점에 선 연약한 소녀를 대신해줄 수 없음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야. 평생 우리는 필연의 과정으로부터 달아날 수 없을거야. 그래서인지 한 동안 소설의 감정에 머물러 있게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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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감정엔 새로운 말이 필요하다
소설을 읽고 영화의 제목인 <말없는 소녀>가 원제보다 핵심에 가깝다고 생각했어. '키건은 단어 하나 낭비하지 않는 작가'(문학평론가 베리 피어스)라는 소개에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는데, [맡겨진 소녀] 역시 많은 수식과 상황과 감정을 최소한으로 남겨놓을 수 있을 때까지 덜어낸 글이거든. 그렇게 본질만 남은 소설의 형식과 주제는 다르지 않아. 킨셀라 아저씨의 말을 빌려 “입 다물기 딱 좋은 기회를 놓쳐서 많은 것을 잃는 사람이 너무 많다”고 말하는 소설은 문장과도 똑 닮았어. 그러한 문장의 서술자인 소녀의 여름은 몰랐던 말과 새로운 말, 해야할 말과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을 구분하는 일로 가득차. 말하자면 소녀의 성장은 역설적으로 많은 종류의 말-감정의 명명-을 익혀야만 가능해. “킨셀라 아저씨가 내 손을 잡는다. 아저씨가 손을 잡자마자 나는 아빠가 한 번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음을 깨닫고, 이런 기분이 들지 않게 아저씨가 손을 놔줬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라는 구절에서 소녀는 무언가 변해가고 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를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는데 소녀의 이전 세계에서 알 필요 없었던 말로 이루어진 순간이기 때문이야. 책 뒷면에 쓰여진 ‘사랑과 다정함조차 아플 때가 있다. 그것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이에게는’이라는 문구가 생각나. 새로운 감정을 이해하기 위해선 새로운 말이 필요한데 이제 막 경험의 확장이 일어난 소녀는 친척 부부의 다정함 덕분에 결핍이라는 말을 알게 되었어. 돌아가고 싶지 않기 때문에 차라리 빨리 돌아가고 싶어졌어. 여름이 끝나고 “나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절대 말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 만큼 충분히 배웠고, 충분히 자랐다. 입을 다물기 딱 좋은 기회다”라고 말하는 소녀가 되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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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을 하게 되면 모든 사람이 그리워지기 시작하니까
난 배운 말을 모두 뱉을 필요는 없음을 일찍 알아버린 소녀가 반대로 더 많이 말하는 소녀가 되길 바랐어. 말을 삼키는 소녀에게서 [호밀밭의 파수꾼]의 마지막 문장 "누구에게든 아무말도 하지 말아라. 말을 하게 되면, 모든 사람이 그리워지기 시작하니까."가 떠올랐거든. 해야 하는 말은 하지 않고 하지 않아야 할 말은 하는 어른들에 반해, “해야 하는 말은 하지만 그 이상은 안 하는” 소녀는 부모 앞에서 하고 싶은 말까지도 삼킬 것만 같았어. 아이는 아이답게 철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소설을 다 읽고 지인에게 "모든 아이는 사랑받아야 해요"라고 육성으로까지 말했지 뭐야. 나도 아이에 무관심한 편인데 조카가 태어난 후 세상을 보는 눈이 크게 한 번 바뀌더라고. KTX나 버스를 탈 때마다 아이 우는 소리가 들리면 안그래도 찢어진 눈을 흘기며 혐오에 일조해왔던 내가 지금은 ‘그래. 아이는 우는 게 일이지. 부모가 힘들겠다.’고 생각해. 저출산 문제가 개인적으로 와닿은 적은 없어. 다만 아이를 낳지 않는 사회가 되면 그만큼 아이에 대한 이해도 적어진다는 말을 종종 생각해. 올 해 첫 조카는 초등학생이 되었고 지난 달엔 셋째 조카가 태어났어. 망하든 말든 나 죽으면 끝이라고 생각했던 세상이 조금 더 오래 건강하고 친절하게 버텨주길 바라게 되었어. 이 작은 아이들이 내가 거쳐온 과정을 지난다고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아프더라고. 무조건적인 호의가 사라질 일만 남은 아이들이 고군분투하며 상처를 딛고 어른이 되는 과정은 내가 대신 해줄 수 없는 일이잖아. 아이들은 커서 모두 제각기의 어른이 돼. 이 아이들이 커서 우리가 될 거야. 이 아이들이 우리가 된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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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 위의 성장
결말에 이르러 소녀가 참아왔던 어떤 단어를 내뱉는 장면에서 울컥했어. 소녀의 삶이 소설 이후에도 크게 다르지 않을거라 생각했거든. 그럼에도 이 단어를 '말할 필요 없는 말'로 구분하지 않은 소녀의 선택이 친척 부부의 사랑을 받기 이전이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라 이 아이러니한 상실 위의 성장에 오묘하게 안도했어. 소설이 거듭 말하는 과묵함은 묵언과 달라서 하지 말아야 할 말만큼이나 해야할 말을 제대로 구분하고 해내는 일의 중요성이 아닐까도 싶었어. 가끔 우스갯소리로 애초에 연애를 안하면 외롭지 않다고 하잖아. 확실히 난 이별 직후보단 공백의 상태가 오히려 안정적이었지 싶더라고. 그래도 다시 돌아가면 같은 선택을 내릴거야. 소녀 역시 태어나서 처음 겪는 상실이지만 동시에 처음 겪은 다정함을 후회하지 않았을 거야. 인생 전체에서 이러한 다정함은 사고처럼 짧게 찾아오고 사라지지만 찰나의 기억에 기대어 살아가는 것이 우리들 같아. 예상치 못한 순간에 삶을 뒤흔드는 사건을 만나고, 또 조금 자라고, 새로운 말을 배우고, 할 말과 하지 않을 말이 늘어나며 그렇게 살아가는 거겠지. [맡겨진 소녀]는 작은 인격체의 시선으로 그린 많은 작품 중 단연 독보적으로 탁월한 소설이었어. 무엇도 스스로 택할 수 없고 앞으로 무엇이 펼쳐질지 알 수 없는 불안한 나이에(뉴스레터에서 소개했던 폴 오스터 작가의 [4 3 2 1]도 유년시절에서 청년시절을 담고 있어.) 어렴풋하게 자아가 생기는 순간을 이토록 구체적으로 묘사할 수 있을까. 어른들은 이 시기를 실제보다 단순화하는 경향이 있는데 실은 어린 시절을 돌이켜보면 자주 불안하고 가득 차올랐던 여러 종류의 감정들이 떠올라. 소장하고 싶은 문장이 유독 많은 소설이기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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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포인트01
소설을 영화화한 <말없는 소녀> 역시 아일랜드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 오르는 등 호평이 많았어. 나도 아직 보지 못했는데 포스터만 봐도 무슨 장면인지 알겠어서 눈물 날 것 같아..😭 영화도 소설처럼 짧아. 95분! 네이버 시리즈온, 유튜브에서 단건구매로 볼 수 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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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포인트02
클레어 키건 작가는 최신작 [이처럼 사소한 것들]로 2022년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어. 이 소설 역시 곧 동명의 영화로 만나볼 수 있어. 킬리언 머피 주연으로(!) 올해 베를린국제영화제 개막작이었다고 해. 킬리언 머피는 아일랜드 출신으로 헐리우드 배우이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잊지 않는 배우로도 유명해서 더 기대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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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 답장왔어요📮
From.마법사콜리
#추천작 #환상의 애니
카카오 웹툰의 [환상의 애니]. 주된 스토리 라인은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것이지만, 굉장한 디테일들에 감탄을 하게 됩니다! 보면서 이것은 99% 자전적 이야기일 것이다! 라는 확신을 하게 될만큼의 디테일과 한국 애니메이션 현직자들의 실명 언급까지! 만화 자체도 보고있으면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한 활력이 있어서 순식간에 보게 돼요. 지브리를 다시 보고싶어지고, <마리 이야기>를 극장에서 보던 감동이 다시 생각나더라고요. 창작 관련된 학과를 나왔다면 과몰입해서 스트레를 받을 수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매우 재밌다는 것! 추천합니다!
📝레이지 카우의 답장
마침 3박 4일간 입원했을 때라 순식간에 정주행했답니다. 3화만에 눈물 핑 돌았지 뭐예요😭 커튼 쳐있어서 다행이었어요..! 장르불문 꿈과 재능에 대해 고뇌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과몰입 가능하고 아니더라도 애니메이션을 보는 듯 몰입감이 상당해서 추천합니다! 휴지 준비는 필수..(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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