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roast.monica.im이란 디지털 자아점검 사이트가 인기더라고. ai가 내 인스타그램, 트위터, 링크드인 계정을 분석한 뒤 성격유형을 정리해주는건데 다들 팩폭에 뼈맞았다는 후기가 많아서 나도 해봤지. 개인계정과 레카소 계정 모두 해봤는데 빈정거림이 보통이 아닌거야. 레카소 스토리에도 올렸는데 펀치라인은 ‘당신의 팔로워 수는 마치 당신의 외출 빈도처럼 낮군요’였어. 거의 쇼 미 더 머니인줄 알았잖아🤣 친구들과도 해봤는데 수상하리만치 약점을 귀신같이 분석해줘서 한참 웃었어. 내 약점은 게으름, 우유부단함, 현실 도피, 자기모순, 과도한 감정이입이래. 심지어 MBTI까지 유추해주는데 진짜 맞춘거야. 친구들끼리의 궁합도 봐주거든. 재밌으니까 도 꼭 해봐. 그리고 갑자기 눕방일기 구독자들의 MBTI는 어떤게 가장 많을지 궁금해졌어. 아무리 생각해도 E는 거의 없는 것 같아. 과연 내 추측이 맞을까? 5초면 끝나는 설문 참여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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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베어 시즌3
오랜만에 돌아온 시리즈 추천을 앞두고 어떤 콘텐츠를 소개할까 고민이라 어제 인스타그램에서 투표를 받았는데 압도적으로 [더 베어] 시즌3를 골라줬어. 초반 요리판 <위플래쉬>라는 평을 들으며 불협화음의 카타르시스를 선사했던 충격적인 드라마 [더 베어]는 세 번째 시즌만에 올해 에미상에서만 23개 부문 노미네이트 된 세계 최고 화제작이 되었어. 매번 새 시즌을 보기 전엔 ‘이번에는 굳이 뉴스레터에서 소개할 필요는 없겠지’ 싶었다가, 보고나면 또 끝없이 표현하고 싶은 감정이 들끓어. 나의 심연을 깊이 건드리는, 유달리 개인적인 이야기가 하고 싶어지는 작품이야. 시즌이 거듭될 수록 아무래도 새로운 시청자 진입 장벽이 높아질 수 밖에 없는데 시즌4 촬영이 이미 들어간 지금을 놓친다면 아마 인연을 맺기 쉽지 않을거야. 그러니 지금만큼 [더 베어]를 시작할 가장 좋은 시기가 어디있을까. 시즌1이 미슐랭 스타를 버리고 형의 샌드위치 가게로 돌아온 유명 셰프의 변환점을 그렸다면, 시즌2는 창작자로서의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과정이야. 개개인의 과거와 심리에 집중한 시즌3는 폭력의 굴레에 대한 이야기처럼 보였어. 혹시 [더 베어]를 본 적이 없다면 이전 시즌의 눕방일기 리뷰를 참고해줘.(시즌1, 시즌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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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폭력의 굴레
지긋지긋하게 사랑하고 함께 있으면 불행해지는 ‘베어자토’ 패밀리로 자라나,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 일을 배운다는 이유만으로 언어 폭력과 가스라이팅에 시달리며 자아를 버린채 살아왔던 카르멘(제레미 앨런 화이트)은 분명 이전 시즌들에서 트라우마 디톡스를 위한 시간을 충분히 가졌고 이제야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았어. 자신만의 레스토랑 론칭을 앞둔 바로 그 날,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도달하고 싶은 수준이 명확한 카르멘을 비난하고 공격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약점을 감추기 일쑤였던 ‘더 베어’의 유사가족인 동료들마저도 비로소 스스로를 ‘셰프’로서 자각하게 되었는데 대체 카르멘은 어째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는 걸까. 영광이 펼쳐질 시점에 밑바닥으로 고꾸라지는 시즌2의 마지막 장면을 보며 ‘아, 이래서 [더 베어]지’ 생각했어. 폭력에 노출된 이들이 불건강한 상태가 되면 경험하지 못한 행복을 소화하지 못하고 익숙한 방식, 폭력의 방식으로 인생을 반복하는 패턴을 카르멘을 통해 보았어. 처음엔 동네 샌드위치 가게가 미슐랭 스타를 받게 되는 요리에 관한 성장 드라마라고 생각했던 내가 너무 우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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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성공은 불가능한가요?
시즌3의 카르멘은 자신의 꿈을 목전에 두고 인생 최대의 압박에 시달려. 자살한 형이 남기고 간 자산을 성공시켜야 한다는 무게감, 세계 최고의 셰프가 되고 싶다는 개인적 욕망, 돌이킬 수 없는 규모로 벌려놓은 이 일이 실패하면 감당해야하는 매일의 빚. 사랑하는 사람에게 ‘미안해’ 한마디는 어렵지만, 그 말을 못하는 자신에 대한 혐오를 숨기기 위해 미친듯이 일에 몰두하는 건 쉬워. 그래서 카르멘은 미슐랭 스타를 따겠다는 목표를 택해. 하지만 학대 말고는 배운 방법이 없어서 자신이 돌봐야하는 현실에서 도망치는 순간마저 그토록 자신이 증오하는 방식(엄마와 이전 레스토랑에서의 셰프)으로 동료들을 몰아세우고 스스로를 학대해. 자신이 알고 있는 성공하는 방법이 그것 뿐이거든. 카르멘은 어느 날 자신을 망쳐놓은 셰프를 마주치곤 당신 때문에 궤양과 공황 장애에 시달린다고 호소해. 하지만 돌아온 말은 “감사 인사는 됐어”였지. “내 밑에서 시작할 때 넌 무난했지만 떠날 때는 뛰어난 셰프가 됐잖아. 넌 위대해지고 싶었잖아. 특출난 셰프 말이야. 시덥잖은 일상은 집어치우고 집중한 덕분에 뛰어난 실력을 갖게 됐지. 훌륭한 셰프가 됐잖아.” 질문이 생겼어. 내 인생을 잃지 않은 채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것은 불가능한가? 개인의 삶을 버리고 불행해지는 방법을 택할 수록 성공은 가까워지는 것이 아닐까? 아니, 성공을 위해서라면 안락함은 당연히 버려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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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지향에 중독된 감각
난 인생에서 일의 성취가 삶의 만족도에 아주 큰 비중을 차지 하는 편이야. 일을 좋아하기도 하고 30대 초중반까지는 그래도 체력이 받쳐줬는지 일 중독이라는 소리도 종종 들을만큼 완전히 일에만 몰입했던 순간들도 있었지. 하지만 여전히 내가 원하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고, 그렇게 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한 다그침도 사라져본 적이 없어. 직장인으로서는 물론이고 창작자로서도 프로가 되고,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는 계속 커지는데 점점 그로부터 멀어지고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오거든. 그래서 극단적으로 정신이 돌아버릴 것만 같은 [더 베어]의 세상에서 카르멘의 감정과 선택에 동일시 되는 경우가 많았어. 워낙 스트레스를 내뿜는 컨셉의 연출인지라 여러 에피소드를 연달아서 보기 힘든데, 형식적 측면을 떠나서도 카르멘이 느끼는 어딘가에 갇힌듯한 기분이 그대로 전이됐기 때문이야. 자신에게서 개인의 삶이라는 기회를 앗아가버린 셰프의 뻔뻔한 대답을 들은 다음 카르멘의 묘한 표정의 의미를 생각했어. 황당함의 여러 갈래에 대해서. 사실은 그의 말에 동의할 수 밖에 없어서가 아니었을까. 그리고 내심 자신을 부정해온 사람에게 마침내 인정받아 기쁘기까지 해서. 방식은 틀렸지만 그가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는 걸 부정할 수 없어서. 시즌4에서는 여러 인물의 중요한 선택이 기다리고 있어. 나는 그래도, 카르멘이 제발 나에게 다른 답을 주길 바라. 학대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성공하는 창작자로서의 삶이 있을 수 있다고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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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포인트01
워낙 빠르고 시끄러운 연출로 유명해서 빠른 하차를 했다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보여. 그래서 또 시즌3에서도 같은 방식이 반복된다면 피로하지 않겠냐는 우려가 있었는데 1회 ‘내일’은 단계를 한 번 더 넘어선 연출력을 보여주는 에피소드이자, 시즌3의 방향성에 대한 선언같기도 해. 가장 조용하고 서정적인 [더 베어]였고, 카르멘의 모든 감정이 한번에 몰려와 눈물이 나더라. 이번 시즌에서 1회만으로도 마음을 다 줄 수 밖에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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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포인트02
시즌3에서 IMDB 평점이 가장 높은 에피소드는 9.2점의 6회야. ‘더 베어’ 터줏대감이었던 중년의 티나의 과거 어느 날에 관한 이야기야. 이곳에 언제부터든 있었을 것 같았던 인물이 하루아침에 잃어버린 루틴을 회복하기 위해 분투하던 시절, 무너지기 직전의 표정이 인상적이야. 카르멘의 형인 마이키와 티나의 첫만남이 등장하는데, 서로 눈만 마주치면 Fuck you를 외쳐대는 ‘더 베어’의 원년멤버들이 어째서 절대로 헤어질 수 없는지, 특별한 유대의 정체를 유추해볼 수 있는 에피소드야. 시드니를 연기한 아요 에데비리의 연출이라는 점이 놀라워. 이번 시즌에서 유달리 좋았던 에피소드는 1회, 6회, 8회인데 침묵과 내면을 활용하는 방식이 탁월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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