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주 20일이 눕방일기 2주년이야!! 게으른 인간이 회사다니면서 매주 2년간 마감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아. 다 덕분이야. 다음주는 추석연휴라 눕방일기도 한 주 쉴 예정이야. 그래서 이번주에 미리 2주년 기념 이벤트를 하려고 해. 올 초부터 만들고 싶었던 건데 누워있기 좋아하는 레이지 카우 마음을 담아 눕고싶다 티셔츠와 와식인간 티셔츠 2종을 만들었어! 이 링크에서 원하는 티셔츠를 골라주면 추첨해서 티셔츠당 5명씩 총 10명에게 선물할게. 응모기간은 9/18까지야. 농담처럼 3주년은 오지 않을 것 같아서 2주년에 이벤트 해야겠다고 친구들에게 말하고 다녔는데 사실 3주년에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 내년에도 축하할 수 있게 많은 응원과 성원 부탁해😆 주변에도 많이 소문내줘! 히힛. 그럼 추석 연휴 잘 보내고 9월 25일에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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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그리고 저녁
살기 쉬운 인생이란 없지 않을까. 현재에 너무 몰입했을 땐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었을 문제들도 세상이 끝날 듯 큰일처럼 느껴지곤 해. 그래서 가끔 벌어지고 있는 일에 거리를 두거나 환기가 필요한 것 같아. 오늘 소개할 2023년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욘 포세의 소설 [아침 그리고 저녁]은 삶의 한 조각에 발목이 잡힌 기분이 들 때 펼쳐보기를 권할게. 한 개인의 삶을 초월하여 살아감 자체를 관망하는 작품이야. 제목의 아침과 저녁은 탄생과 죽음의 시간이고, 해가 매일 새로 떠오르듯, 죽음 후에도 반드시 다시 찾아오는 삶에 대하여 그린 짧은 소설이야. 삶과 죽음의 사이, 림보같은 경계의 시공간에서 떠도는 요한네스의 하루는 그의 일생을 순식간에 유추하게끔 하는데, 아주 긴 꿈을 꾸고 깨어나보면 5분 밖에 지나지 않은 것처럼 삶이란 찰나의 꿈같이 느껴져. 그러니 나를 짓누르는 어떤 사건들도 태어나고 죽는 인류의 역사 속에서 아주 작은 일부일 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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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생의 절정에서 삶의 마지막으로
“이제 아이는 추운 세상으로 나와야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는 혼자가 된다, 마르타와 분리되어, 다른 모든 사람과 분리되어 혼자가 될 것이며, 언제나 혼자일 것이다, 그러고 나서, 모든 것이 지나가, 그의 때가 되면, 스러져 다시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되어, 왔던 곳으로 돌아갈 것이다, 무에서 무로, 그것이 살아가는 과정이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새, 물고기, 집, 그릇, 존재하는 모든 것이, 올라이는 생각한다”
올라이는 산파 안나가 아내 마르타의 출산을 돕는 동안 문 밖에서 초조하게 서성이며 할아버지처럼 요한네스라는 이름을 갖고 어부가 될 아이의 탄생을 기다리고 있어. 숨 가쁜 그의 심상이 마침표 없는 구어의 리듬을 타고 전해지며 탄생의 벅찬 기쁨이 절정에 다다르면, 다음 장에선 노년의 요한네스가 잠에서 깨어난 아침이야. 어부이고, 아내를 먼저 떠나보냈고, 홀로 집에서 살고 있는 요한네스가 어떤 요한네스인지, 할아버지인지, 올라이의 아들인지 잠깐 멈칫 할 무렵, 무한한 기쁨으로 그를 기다렸던 아버지 올라이와 좋은 관계는 아니었다는 씁쓸한 그의 생각을 읽으며 할아버지의 이름을 받은 요한네스구나, 했어. 할아버지 요한네스였다고 하더라도 다를 바 없는 삶이었거든.
아침에 일어나 빵을 먹고 담배를 피운 뒤 종종 막내딸 싱네를 만나는 하루에서 크게 벗어날 일 없는 요한네스는 그날따라 침대에서 일어날 때 아팠던 관절이 가뿐하다고 느끼며, 갑자기 창고를 가봐야겠다는 충동에 문을 열었을때 황금빛으로 빛나는 물건들을 바라보며, 내가 오늘 아침 담배를 폈었나 가물거리는 기억을 더듬으며, 어쩐지 이상한 하루같다고, 하지만 그것 말고는 어제와, 엊그제와, 여느 때와 똑같은 하루라고 생각해.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 에르나와 서로 머리를 잘라주었던 친구 페테르를 떠올리면서. 그때가 참 좋았었다고, 보고싶다고 생각하는 요한네스 앞에 페테르가 나타나면서 그가 느낀 이질감의 정체가 명확해져. 요한네스는 그의 존재에 대해 의심없이 바다로 함께 배를 타고 나가선 가끔 이상하다, 페테르는 죽었는데, 하곤 다시 길게 자란 페테르의 머리를 잘라주어야겠다, 보기 흉하군,을 반복하는데, 적어도 현실이 아닌 지금이 요한네스의 꿈인지, 환상인지 답을 내릴 겨를 없이 멈추지 않는 문장은 우리를 태우고 흘러갈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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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려받은 이름으로 연결되는 삶
단촐한 이야기에서 몇 안되는 인물들의 이름은 세대에 걸쳐 반복되고 있어. 할아버지의 이름은 손자 요한네스에게, 요한네스의 엄마 이름은 페테르의 아내에게, 누나 이름은 요한네스 막내딸의 딸에게, 산파의 이름은 요한네스가 좋아했던 여자에게, 어떤 이름을 지닌 사람이 세상에서 사라지더라도 다시 그 이름을 새 생명에게 부여함으로써 요한네스는, 마르타는, 마그다는, 안나는, 계속해서 이 세상에서 존재하고 생명력을 이어가고 있는거야. 주제와 형식이 일치하는 기획을 볼 때 희열을 느끼는데 [아침 그리고 저녁]은 마침표 없이 쉼표로 문장을 이어가는 독특한 형식을 취함으로써, 삶은 한 번도 멈춘 적이 없다는 말을 대신하는 것 같았어. 물려받은 이름처럼 삶과 죽음은 서로 연결된 순환의 과정인 거야.
“그리고 페테르와 그는 그 자신이면서 동시에 아니기도 하다, 모든 것이 하나이며 서로 다르고, 하나이면서 정확히 바로, 그 자신이기도 하다, 저마다 다르면서 차이가 없고 모든 것이 고요하다”
그러니 우리는 태어나 혼자이지만 누구와도, 자연과도, 모두 연결된 존재이며 애초에 이 세상은 그저 형태를 빌려 지나가는 짧은 과정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어. 누구나 태어나고 소멸하니, 그렇게 외로울 필요는 없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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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랑콜리커의 위로
소설 뒤에 역자 박경희의 해설이 첨부되어 있어.
“욘 포세의 인물들은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 자유, 외로움 등 존재하지만 누구도 쉽게 답할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묻는다. 그들은 삶의 진정한 의미와 존재의 불안을 끊임없이 사색하는 ‘멜랑콜리커’들이다. 연구자 주잔 크뤼거에 따르면 멜랑콜리커는 ‘존재의 이유와 의미를 고민하며, 사후세계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없다는 딜레마’를 안고 있는 사람이다. 잃어버린 것을 애도하기를 멈추지 않으며, 전진하는 대열에서 멈춰 주변을 돌아볼 줄 알고, 정서가 우울하고, 모호하게 말하는, 과잉소비사회와 자본주의에 반하는 인성의 사람이다. 문제의 표면이 아닌 핵심을 파고들며 스스로에게 정직한 사람이다.”
이렇게 명확하게 나의 정체성이 규정된 글을 본 적이 없어. [아침 그리고 저녁]에서는 종종 사람들이 믿는 신이 이 세상을 다스리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인물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대표적으로 “자신이 믿는 신은 이 사악한 세상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고 구두장이 야코프는 말했었다, 무슨 수로 자애롭고 전지전능한 신이 이 세상을 지배한다는 것을 믿으라는 거지요? 구두장이 야코프는 말했다, 제가 믿는 신과 진실을 보고자 하는 사람들의 신은 이 세상을 위한 신이 아니에요, 그런 신도 세상에 존재하지만, 세상을 다스리는 것은 다른 신들입니다”와 같은 말이야.
보편적으로 유신론자가 기대하는 천국이나 윤회를 믿지 않는 사람들은 현재의 의미와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 의문을 품기 마련이야. 나도 마찬가지고. 죽음으로의 여정, 반대로 다시 삶으로의 여정처럼 보이기도 하는 이 소설은 “아픈가? 요한네스가 묻는다 우리가 가는 곳엔 몸이란 게 없다네, 그러니 아플 것도 없지, 페테르가 말한다 하지만 영혼은, 영혼은 아프지 않단 말인가? 요한네스가 묻는다 우리가 가는 그곳에는 너도 나도 없다네, 페테르가 말한다”랄지, “좋은가, 그곳은? 요한네스가 묻는다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어, 하지만 거대하고 고요하고 잔잔히 떨리며 빛이 나지, 환하기도 해, 하지만 이런 말은 별로 도움이 안 될 걸세, 페테르가 말한다”와 같은 반복적인 요한네스의 질문을 통해 불안을 드러내지만, 그럼에도 신에 기대지 않은 죽음 이후의 시간은 무척이나 아름다워서 삶 다음에 안식이 있을 수 있다는 위로처럼 다가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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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포인트01
작가의 다른 소설 [멜랑콜리아]가 궁금해졌어. 민음사TV에서 트레바리와 함께 북클럽을 한 광고영상이 이 책을 읽고 찍은거더라고. [아침 그리고 저녁]과 달리 몹시 읽기 힘든 모양이야. 호불호가 갈리는 이 책에 대한 생생한 리뷰를 보고 도전해볼 사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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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포인트02
빔 벤더스의 <베를린 천사의 시>, 그리고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원더풀 라이프>가 떠올랐어. 현실같은 환상, 환상같은 현실이라는 면에서 그래. 영화화가 된다면 빔 벤더스가 흑백으로 촬영해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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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rom.추어탕후루
[RE: 눕방일기 91화]아는 맛, 아는 단어, 아는 감정에만 갇힌다면 우리의 세계는 그만큼 좁아진다니!!! 얼마전 읽었던 박시영 디자이너의 인터뷰에서도 좋아하는 것만 하면 내 세상이 쪼그라든다는 말을 보았는데, 그 말이 생각났어요. 새로운 세계관과 등장인물, 스토리라인을 받아들이기 버거워서 봤던 책, 영화, 만화만 돌려 보는 버릇이 있는데 이번엔 새로이 도전을 해봐야겠네요!!!
📝레이지 카우의 답장
너무 가르치려 드나 싶어서 그 문장을 지울까 말까 고민했었는데, 공감된다는 말을 들으니 안심했어🤣 나도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면 새로운 콘텐츠를 보는 게 정말 힘들더라고. 좋아하는 것만 하면 내 세상이 쪼그라든다니, 정확한 표현이야. 좋은 이야기 나눠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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